
‘영포티’ (‘젊은 40대’에서 ‘젊은 척하는 40대’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는 온라인상 용어)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회사원 김진성(41)씨는 대학생 때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할 정도로 패션에 ‘진심’이었다. 비록 지금은 바쁜 회사 생활로 예전만큼 열정을 불태울 순 없지만 주말이면 홍대나 성수동을 오가며 옷을 보고 ‘구매 인증 사진’을 올린다. 패션 커뮤니티(네이버 카페)에서도 열심히 활동한다. 그러던 도중 ‘영포티’(젊은 40대)라는 단어를 접했다. 김씨도 처음 단어를 듣고선 “그래 나 영포티야”라며 웃어넘겼지만, 영포티는 점차 온라인에서 40대를 희화화하고 비꼬는 멸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씨는 “커뮤니티에서는 ‘이거 영포티 브랜드인가요?’라는 질문 글이 많이 올라오고, 회원들끼리 세대를 나눠 싸우기도 한다”며 “20대 때부터 옷을 즐겨 입었는데 나이가 변했다는 이유로 ‘그만 좀 입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영포티’ 남성을 희극인들이 연기하는 ‘스윗 영포티’ 시리즈 영상. 유튜브 채널 ‘몬난놈’ 갈무리
이미지와 짧은 영상 등을 통해 40대 남성을 희화화하는 ‘영포티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 상에서 번지고 있다. 영포티의 부정적 특성으로 진보적 성향이나 페미니즘 지향성까지 언급되는 탓에, 정치적 세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영포티’는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2015년 책 ‘라이프트렌드2026’에서 ‘젊게 살고자 하는 40대’를 이르는 말로 처음 사용했다. 1990년대 초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며 ‘엑스(X) 세대’로 불리던 이들이 40대에 접어들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전과는 다른 중년 세대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의미였다. 김 소장은 한겨레에 “그 이전까지만 해도 40대 하면 회사 다니며 자식만 위해 살고 아파트 대출금 갚아야 하고, 자기 개발과 취미는 감히 바랄 수 없는 느낌이 강했다”며 “엑스 세대가 40대가 되며 ‘40대는 충분히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영포티는 밈으로 소비되며 본래 의미와 달리 ‘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라는 의미로 쓰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40대가 주로 입는 옷’이라며 나이키 농구화, 슈프림 바지, 솔리드 옴므와 스투시 티셔츠 등을 착용하고 아이폰을 들고 있는 중년 남성을 비꼬는 이미지가 번졌다. 수년간 각광을 받은 이들 패션 브랜드는 2030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특징이 있다. 이들 옷을 입고 2030 남성을 견제하거나 훈계하는 40대 남성의 부정적인 모습을 조롱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과 댓글도 줄을 잇는다.
회사원 ㄱ(43)씨는 “쇼핑도 열심히 하며 뒤처지지 않게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반응을 보고 ‘오버하지 말아야 하나’ 하며 검열을 하게 되고, 샀던 옷도 다시 입기 꺼려진다”며 “취향대로 옷을 입는 것조차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영포티에 대한 부정적 콘텐츠 배경에 정치·세대적 갈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포티 밈은 주로 2030 남성들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진다. 옷차림에 대한 비난을 넘어 문화방송(MBC), 제이티비시(JTBC), 매불쇼 등 이른바 진보 언론과 콘텐츠를 선호하며 페미니스트를 지향하는 모습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진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포티 밈은 겉으로는 옷차림 등 외모에 대한 원초적 비난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진보성향이 뚜렷한 40~50대 남성들에 대한 보수화된 2030 남성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며 “‘조국 사태’ 때부터 계속된 ‘진보 중년층의 내로남불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그들 주장이 이제는 밈이 되어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포티’(젊은 척하는 40대) 모습과 특징을 정리한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특정 세대를 단순화해 조롱하는 행태가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지와 짧은 영상을 통해 밈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의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들을 단순화시키고 납작하게 만든다”며 “그 결과 실제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토론하고 이해해보려는 노력은 생략된 채 자극적인 재미와 특정층에 대한 부정적 편견만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영포티’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김용섭 소장은 “스타일에 있어서 특정 세대 주인공이 어디 있나. 비난의 소재인 아이폰이나 일부 브랜드들은 40대들이 먼저 사용해온 경우도 있다”며 “특정 나이대가 뭘 해야 한다고 자꾸 규정을 내리는 것이 더 위험한 사회”라고 짚었다. 이어 “엠제트(MZ) 세대, 586 세대에 이어 이제는 낀 세대인 40대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 느낌이다. 지속적으로 조롱하고 혐오할 대상을 찾는 행태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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