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의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2025년 2월13일 서울 중구 명동역 1번 출구 앞 도로 위에 설치된 10여m 높이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세종호텔을 경영하는 세종투자개발 경영진과 해고 노동자들이 2025년 9월12일 만난다.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서울 중구 명동역 1번 출구 앞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212일 만에 사상 처음으로 노사 협상 테이블이 열리는 것이다. 회사 쪽 정리해고에 맞서 4년을 싸운 노동자들이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년 9월1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호텔을 경영하는 오세인 세종투자개발 대표는 해고 노동자들이 소속된 노조와 9월12일 낮 12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만날 예정이다. 교섭 인원은 오 대표를 포함한 회사 쪽 관계자 2명과 노동청 관계자 3명, 노조 3명 총 8명이다.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은 호텔 경영진의 구조조정에 맞서다가 2021년 해고됐다. 당시 호텔은 주차와 객실, 식음료 등을 없애거나 하청으로 외주화하고 희망퇴직을 받았다. 해고자를 정한다며 주방·객실 노동자에게 외국어 시험을 치르게 했고 노동자들이 절차도 몰랐던 인사평가에 가장 큰 배점을 줬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버티자 아예 ‘휴업 대상’으로 분류해 정리해고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해고가 정당하다’는 1·2심 판결을 유지했다. 코로나19로 호텔 업황이 어려웠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노조는 비정규직 확대를 노린 부당한 해고였다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고진수 지부장이 2025년 2월13일 서울 명동의 10여m 높이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 위로 오른 이유다.(관련기사: 세종호텔 앞 도로 10m 위에 요리사가 삽니다) 고 지부장은 200일이 지난 현재까지 그곳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경영진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오세인 세종투자개발 대표이사는 ‘전원 복직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한겨레21의 질의에 “모든 것을 전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는 대화다. 입장을 정하고 대화에 임하면 그게 대화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하는 것이지 복직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10월 세종투자개발 대표로 선임돼 2025년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이는 2년 전까지 ‘복직은 없다’던 경영진 입장에서는 한 발 나아간 것이다. 오 대표와 공동으로 세종호텔을 경영한 이종길 전 대표는 2023년 6월15일자 시사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이 복직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 대표는 다가올 교섭을 앞두고 “모든 걸 열어둔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 대표이사는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가부를 논의하는 것이 법적으로 세종투자개발 이사회의 몫임도 재차 강조했다. 앞서 ‘대양학원 이사회가 자신에게 판단을 일임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일임’ 관계가 아니라는 취지다. 오 대표는 “법적으로 복직하라 마라를 거기(대양학원 이사회)가 얘기할 수 없다”며 “ 대양학원이 우리 주식을 100% 갖고 있지만 여기(세종호텔)는 또 여기를 운영하는 세종투자개발의 이사회가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이사는 그러면서도 세종투자개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이사들과 대화도 해야 하고 이사 동의도 구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투자개발의 이사회는 오 대표이사와 김병수 비상무이사, 이재교 비상무이사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일한 사내이사인 오 대표의 입장이 이사회 결정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다. 김병수 비상무이사는 세종호텔 자회사인 KTSC 대표이사이고 이재교 비상무이사는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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