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20일 정의당이 주최한 ‘조국 사면 이후, 우리가 멈추지 말아야 할 이야기' 좌담회 모습. 왼쪽부터 권영국 정의당 대표, 미디어사회학자 박권일씨,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정책자문위원 여미애씨, 연구자 최성용씨. 정의당 유튜브 갈무리
“한국 사회를 양쪽으로 갈라놓았던 ‘조국의 강’, 조국 전 장관이 수사를 받고 형을 살고 사면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명 ‘조국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에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은 제대로 발화되지도, 그 응답을 듣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가 던진 수많은 논의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합니다.”(정의당 좌담회 자료)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15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사면한 이후 ‘조국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시 한 번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조국 사태에 대한 논의는 단지 그의 사면복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8월20일 정의당이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주최한 ‘조국 사면 이후, 우리가 멈추지 말아야 할 이야기’ 좌담회는 이런 취지로 열렸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미디어사회학자 박권일씨,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정책자문위원 여미애씨, 성공회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연구자 최성용씨가 발제자로 토론에 나섰다. 권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문제는 가려지고, 정파적 이유 등으로 유독 조국 전 대표 사면에 대한 찬반 양론이 첨예히 갈려 지금도 혼란이 계속된다”며 “소모적인 논쟁, 정파적 시선과 근시안적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 서열화, 계급 불평등 등 본질적인 문제를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박권일은 조국 사태를 “한국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로 규정했다. 그는 “교육이란 말로 우리가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회에 한정되어 있는 자원들을 특정한 대학, 특정한 시험 합격자들한테 몰아주기 위한 제도가 바로 한국 입시 제도”라며 “물론 그것이 생산적인 기능을 했던 적도 있지만, 사회에 더 해악을 끼치기 시작한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난 사례가 조 전 대표의 입시 비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국이라는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정치인을 통해서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한국 사회가 모두 똑같은 과정을 거쳐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조 전 대표는 자신의 딸과 아들의 대학원 입시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하고, 딸 조민씨의 장학금을 부정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4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조 전 대표의 입시 비리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은 1·2·3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박권일은 ‘조국이 아니라 입시 구조를 비판해야 한다’는 조 전 대표 지지자들의 주장을 두고는 한 특성화고 졸업생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소개하며 반박했다. “사회가 인정해주는 노력은 공무원 시험,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같은 것들인데, 이건 다 돈이 없으면 못 하는 것들입니다. 난 돈을 벌어야 했고 실패하며 일어설 수 없기 때문에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없었습니다. (…)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예외적 성공담을 말합니다. 하지만 왜 개천이 존재하는지 그것이 왜 잘못됐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박권일은 “이런 게 바로 구조적 문제”라며 “특정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한테 과도한 특권을 주고 그러지 못하면 차별과 멸시를 감당해야 하는 한국의 불평등 그리고 능력주의가 바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도 다 저지른 문제다. ‘조국은 억울하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전부 다 잡아서 처벌해야 한다고 답한다. (고위층) 입시 비리는 전수조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권일은 조 전 대표를 포함한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두고 “권력 남용”이라고 평하며 “대통령 사면권을 완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광복절 사면의 경우 최악의 사면”이라며 “2200억 원을 횡령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 국정농단 뇌물공범 삼성전자의 최지성·장충기·박상진 등 우리 사회 온갖 ‘빌런’들이 총망라돼 있다. 이런 사람들 다 풀어주고 무슨 정의가 있다는 건가. 무슨 민주주의인가”라고 지적했다.
여미애는 사교육 업계에서 일하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조국 사태로 촉발된 입시 문제는) 매번 해결이 안 되고 더 악화해 오고 있다. 지금의 입시 제도도 조 전 대표의 딸이 입학할 때와 거의 다름없을 정도의 엄청난 제도들이 계속 현장에서 갱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미애는 특히 “그땐 다 그리(입시 비리) 했다”는 조 전 대표 옹호론을 두고 “일반 학생들은 (문서를) 위조하고 숫자를 바꾸는 그런 건 상상도 못 한다”며 “소수의 대치동 학생들, 특목고 학생들 등을 제외하면 누구나 그리하지 않았다. ‘누구나 그랬어'는 정말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교육 제도는 불평등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여미애는 입시에 실적으로 기재하는 외부활동에서 벌어지는 계급 격차를 예로 들었다. 평범한 학생들은 학교의 소개로 하는 봉사활동을 외부활동으로 여겼는데, 특목고·외고 등의 학생들은 인턴과 학술대회 등 평범한 학생이 참여하기 어려운 경험을 외부활동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얘기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인턴을 어디 가서 알고 하겠어요. 특목고 외고 이런 데 다니는 친구들이 학술대회니 뭐니 이런 데 갔다 온 거예요. (…) 그리고 논문에 공저자로 막 이름을 올리니까 이 친구들이 완전히 ‘멘붕’이 오는 거죠. 그러면서 자퇴생이 정말 많이 늘어납니다. ‘차라리 자퇴해서 수능을 두 번 봐서 대학을 가는 게 훨씬 쉽겠다’고 하는 학생이 되게 많았어요.”
여미애 자신에게도 학생들 ‘스펙’을 위해 논문을 만들어달라는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여미애는 “‘선생님 논문 쓸 줄 아시죠. 제가 1인당 100만원씩 해서 5명에서 6명을 묶어서 700만원 정도를 줄 테니까 논문 하나만 완성해서 공저자로 올려달라’는 주문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대표가 (사면복권 뒤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화가 났겠다. 이해한다’ 이렇게 얘기하셨는데 화가 난 게 아니고요. 위조라는 건 생각도 못 하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그런 입시를 통과하고 나니까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력이 완전히 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용은 조국 사태를 ‘공정’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이라는 건 똑같은 게임의 룰 안에서 ‘너는 왜 그 룰을 어겼어’에 대한 것”이라며 “그런데 누군가는 그 룰(게임)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실도 있었다”고 했다. 최성용은 또 “제 친구들을 보면 조국 사태 때 다들 울었다”며 “정말 박탈감을 느꼈던 순간은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학사 경고를 받은 다음 학기에 전액 장학금 받았던 대목에 있다. (다른 학생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면은 직전 학점 평균 3.5, B+를 넘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생활비를 본인이 벌어야 하고 등록금도 사실은 본인이 벌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나 혹은 두 개씩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용은 조국 사태를 “그때는 모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관행’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들 세계에선 관행이었겠지만, 나의 세계에선 관행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유지되려면 기본으로 지켜야 할 도덕, 직업 윤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을 선발하기도, 시험문제를 내기도 하는 교수가 자녀의 입시 비리를 저지르고 자녀의 대학 과제를 도와줬는데 수많은 교수, 전문직, 지식인들이 ‘나도 그랬어’, '관행이었어'라고 말한다”며 “정말 뭔가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제 친구는 어머니가 동사무소에서 공문이 날라오잖아요. 그러면 전화 와서 이것 좀 읽어달라고, 무슨 내용인지 설명해 달라고 얘기합니다. 그런 학생도 같은 대학을 다녀요. 그런데 누군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수라서 과제를 도와줍니다. 이런 불평등(한 상황)에서 우리는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 겁니까.”
최성용이 더 우려하는 것은 ‘어른의 부재’다. 그는 “이제는 진짜 어른이 없구나. 우리가 조국 사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를 겁박하고 위협하고 우리에게 어떤 면에서는 폭력까지 저지르는 그런 어른들만 남았구나”라고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어른이 우리를 지지하든 말든” 옳은 견해와 감각을 믿고 지속해서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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