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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고인의 손을 잡고, 립밤을 바르는 이유

장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 죽음을 사유한 ‘죽은 다음’ 써낸 작가 희정 인터뷰
등록 2025-05-15 22:29 수정 2025-05-21 05:38
‘죽음 다음’을 펴낸 희정 작가를 2025년 5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류우종 기자

‘죽음 다음’을 펴낸 희정 작가를 2025년 5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류우종 기자


“철제 안치대에 고인이 누워 있다. 염습실은 냉장 시설이 있는 안치실과 연결된 공간이라 싸늘하다.” 희정 작가는 싸늘한 안치실 침대에 누워 몸을 닦고 이승에서의 옷을 벗고 저승으로 향하기 위해 수의를 입는 ‘염습’ 절차를 앞둔 고인을 만나 “움켜쥔 듯 곱은 그의 손에 온기를 지닌 내 손을 가져가 감싸” 쥐었다. 고인에게 ‘산 사람’의 온기를 나눠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존엄한 사유

기록노동자로서 노동자들이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삶을 기록해온 희정 작가가 열한 번째 책 ‘죽은 다음’(한겨레출판 펴냄)을 썼다. 죽음을 둘러싼 의례이자 집약적 노동 공간인 ‘장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노동을 통해 ‘있다가 없어진’ ‘없지만 있었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과 사별자가 남은 삶을 살아갈 방법을 사유했다. 그는 이 기록을 위해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문가인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존엄한 사유가 가득한 책 사이사이 생기는 질문의 답을 듣고 싶었다. 2025년 5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희정 작가를 만났다.


—‘죽음’은 가깝지만 먼일 같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 주제다. 어떻게 죽음을 주제로 기록하겠다고 생각했나.

“2011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노동자 문제를 취재한 뒤, 2012년 조선소, 건설 현장을 비롯해 여러 일터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취재했다. 직업병, 산업재해 문제를 글로 쓰는 마음은 ‘사람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계속 죽음이 발생한다.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당장 기록 노동자로서 만나는 사별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만날지 막막했다. 직업병을 취재할 때뿐만 아니라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를 쓸 때 만난 퀴어 노동자들은 고독하게 죽는 것,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형태로 떠나보내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젊은 여성들의 일 얘기를 들으러 가면 그들이 갖는 인생의 끝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20~30대 여성 자살 시도율이 높아지는 문제와 이어졌다. 세월호를 비롯해 큰 참사들이 일어난다. 죽음이 이 사회를 둘러싸고 있고, ‘좋은 죽음’에 대한 말은 넘쳐나는데 죽음의 내용과 형식이 되는 ‘장례’에 대한 말은 거의 없었다. 생의 마지막을 막연하게들 떠올리는데 이 막연함을 풀려면,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기에 인생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들을 ‘쓰는 행위’로 풀어가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기록을 위해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이수 과정을 보니 시신 위생 관리, 염습 및 장법 실습 등 실기 시간이 12시간, 30시간 포함돼 있더라. 과정을 이수해야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성격유형검사(MBTI)를 해보면 ‘대문자 P’ 성향(계획하지 않고 실행하는 유형)이어서 수강 내용을 꼼꼼하게 보지 않고 신청하긴 했다.(웃음) 내 경우에는 사람이나 현상을 이해할 때, 노동을 통할 때나 일하는 사람을 통할 때 맥락이나 상황이 더 잘 이해되는 것 같다. 그것도 장례 ‘노동’ 하시는 분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인데, 취재할 때 지키려는 원칙 중 하나가 ‘일의 현장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취재한다’는 것이다. 염습실이나 안치실에 들어가려면 자격을 갖춰야 한다. 자격증을 가진 장례지도사이거나, 장례식장 직원이거나, 사별자이거나. 적어도 내가 그분들을 만나려면 그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단한 삶을 함께 살아낸 연대감”

희정 작가가 장례지도사 자격증 이수 과정 중에 실습생 신분으로 처음 입관을 지켜본 이는 여든이 넘은 남성 노인이다. 그는 “안타까울 정도로 마른 몸”으로 안치대에 누워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노인들 대부분이 “살아내는 데 연료로 써버린 듯 근육과 살이 말라붙어” 있거나, “팔이건 무릎이건 한 군데 이상 굽어” 있거나, “배가 없어 가슴뼈 아래가 가파르게 기울어” 있었다. “나는 사람이 시체로 나타났다는 사실보다 늙은 몸으로 등장한 데 더 놀랐다.” 그리고 그가 느낀 감정은 초라함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두 손을 모아 쥐게 하는 숙연함, 그 언저리의 감정”이라고 했다.

 

—염습실에서 마주한 주검의 손을 잡아드렸다. 생경함이나 두려움 같은 마음은 없나.

“3개월 동안 염습실에 들어가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은 하면 안 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등은 물론, 염습하는 ‘기술’을 배운다. 스스로 힘을 쓸 수 없는 고인을 온전히 들어서 몸을 닦고 옷을 입히는 일은 사실 상당한 기술을 요하고 입혀야 하는 수의의 종류, 묶어야 하는 매듭의 종류 등 외우고 익힐 것이 정말 많다. 염습실은 노동의 장소이고 그 시간은 노동의 시간이다. 두려움의 감정이 생길 새가 없다.

또 3개월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들으면서 ‘죽은 사람’과 ‘남겨진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실제 염습실에 가보면 정말 잠든 것처럼 계신다. 실제로 대부분 전날까지 살아 계셨던 분이니까 이질감이 있다기보다 염습실이 너무 추운데 고인은 얇은 환자복만 입고 계시거나 거의 벗고 계시니 ‘추워 보인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그래서 손을 잡아드리게 된다. 동료가 목말라 보이면 물 주고 싶고, 땀 흘리면 땀 닦아주고 싶은 마음과 같다.”

—또 다른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입술이 너무 메말랐다며 자신이 쓰던 립밤을 꺼내 고인의 입술에 발라주고, 자신이 만든 버선을 생판 모르는 고인에게 발이 추워 보인다고 내주기도 한다고 썼다.

“취재하면서 장례지도사분들이 ‘죽은 자’와 ‘사별자’를 연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아는 사람들의 연대감인 것 같다. 장례지도사들도 무언가를 계속 강요하는 사회에서 분투하며 살아내시는 분들이기에 ‘고단하게 살아내고 돌아가신’ 고인을 정성을 다해 보내드리려는 마음을 자주 느꼈다. 시신 복원 명장이기도 한 김영래 장례지도사가 시신 복원을 시작한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다. 다리 한쪽 없는 주검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몰래 떨어진 팔다리를 붙였다. 이전에 선배들은 떨어진 팔다리를 삼베로 싸서 관에 넣었다. ‘죽은 이를 온전하게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시신 복원 기술을 익히고 연습하는 시작이었다. 다른 마음은 살아남은 고인의 지인과 가족, 즉 ‘사별자’에 대한 연민이다. 고인을 지켜볼 사별자들이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조금 덜 불편하도록 립밤을 발라드리고, 피부에 유분기가 돌도록 로션을 발라드린다. 이번 취재를 통해 많은 장례인을 만나면서 누군가의 평온과 명복을 사람한테 기대서 빌 수 있게 됐다. 이 책을 쓰면서 내가 얻은 변화다.”

 

희정 작가는 책에서 고인의 임종 이후 빈소까지 가는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세세히 소개한다. 고인이 병원에서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를, 병원 아닌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면 시체검안서를 발급받아야 한다.(없으면 장례를 시작할 수 없다.) 주소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주소를 잘못 기재하면 화장장 예약에 차질이 생긴다. 이어 조문객 수를 예측해 빈소를 정하고 장례음식을 정하고 제단 꽃장식 가격을 정하고, 수의 종류를 정하고, 관과 봉안함을 정해야 한다.(책에는 거의 모든 선택 항목이 압도적으로 자세히 소개돼 있다.) 사별자가 고인의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합리적 선택’에 분주할 동안 고인은 영하 4도 냉동고에서 수시, 염습, 입관 등의 절차를 기다린다. 수시는 고인이 안치실에 들어가기 전 몸이 굳지 않았을 때 팔다리를 가지런히 펴는 일이다. 나이 들어 굳고 휜 몸은 관절 꺾이는 곳을 살살 문질러 편다. 희정 작가는 “돈만 받고 수시를 하지 않는 장례식장도 있으니 수시를 했는지 확인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엔딩패키지를 넘어서

—장례 절차와 상조회사의 ‘상품 소개’ 절차 등을 상세하게 썼다.

“사별자가 되면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을 대면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을 만나면, 그들은 ‘엔딩’플래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A패키지, B패키지, C패키지를 내밀고 상품을 고르듯 장례를 준비하라고 한다. 사별자는 모든 절차에 수동적으로 응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만큼 돈을 냈으니 사별자가 합리적 소비자가 되어 ‘더 완벽한 서비스’ ‘돈값 하는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너무나 막막할 수 있는 ‘예비 사별자’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싶은 목적도 있지만, 정보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별자가 ‘똑똑한 고객’이 돼야 하는 게 아니라, 이 정보들이 다른 질문을 하고 다른 장례에 대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단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애도해야 하는 순간에 사별자가 해야 하는 일이 엔딩플래너가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문상객을 맞이하는 일뿐이라면 정말 이상하지 않은지. 생애주기의 모든 것이 ‘외주화’된다지만 죽음까지도 외주화해야 하는 것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같이 상상해보고 싶었다.”

 

작가는 ‘다른 장례’를 상상하고 실행하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무빈소장, 1일장, 3일장 등 공동체를 통해 작은 장례를 만들어가는 ‘채비’에서는 장례를 대체해 ‘추모식’도 진행한다. 채비의 전승욱 플래너는 “상실감과 슬픔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추모식”을 소개했다. 추모식은 고인의 혈육보다는 함께 생활한 고인의 지인들이 신청하고 애도한다. 요양보호사들이 10년을 함께한 어르신을 추모하기 위해 신청한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은 고인이 좋아한 바나나우유를 준비하고, 편지를 읽고, 노래를 부르며 애도했다. 상주, 상여꾼 등 ‘남성 가부장’ 위주의 장례식이 아닌 불온한 장례식을 상상하는 ‘탈가부장:례식’ 전시를 기획한 언니네트워크 운영위원 뀨뀨도 만났다. 그리고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에 자원봉사자로 함께한 경험을 나누고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공영장례로 제도화하고 모든 장례를 사회보장제도로 해야 한다는 상상력을 말하는 박진옥 나눔과 나눔 이사도 만났다.

 

—모든 장례를 ‘복지제도’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유럽에선 장례 제도가 국가의 복지 개념 안에 존재한다. 스웨덴은 유산으로 충당하지 못한 시신 운구비, 장례식장 사용료, 시신 안치비, 화장비, 25년간의 묘지 이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유럽에선 지방자치단체가 공동묘지를 관리하고 주민들에게 의무적으로 공동묘지를 분양하는 국가가 다수다. 재산 정도나 직위와 무관하게 순서대로 묻힌다. 한국의 경우 봉안당만 봐도 눈높이와 맞는 봉안당은 비싸다. 무연고 사망자의 봉안당은 지하에 있는 경우도 있다. 평생 반지하에 살다가 죽어서도 지하로 간다. 죽음 이후라도 평등할 수 있도록 공영화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죽은 다음’을 펴낸 희정 작가를 2025년 5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류우종 기자

‘죽은 다음’을 펴낸 희정 작가를 2025년 5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류우종 기자


장례 제도도 복지제도화할 수 있다

—책에서 인터뷰한 분들에게 ‘어떤 장례식을 치르고 싶은지’ 장례 희망을 물었다. 희정 작가의 ‘장례 희망’은 무언가.

“내가 살아온 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일회용품 사용을 걱정하면서 배달 음식을 자제하는데, 내 장례식에 일회용품이 잔뜩 있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 식물의 뿌리를 자르기 싫어서 꽃을 사지 않는데 장례식장에 생화가 놓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조금이라도 애써보려고 했던 것이 단지 그냥 ‘장례식’이라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지 몰라서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살아온 대로의 장례구나’라고 납득할 수 있는 장례였으면 좋겠다. 이성애 결혼을 해서 자식이 있고, 자식이 번듯한 직장이 있어서 화환이 오는 ‘정상성’에 기반한 채점표가 있는 죽음이 아닌 다른 죽음을 상상하고 싶다. 고 박지선 희극인은 친구를 보내고 그 친구가 평소 가던 독서모임에 애도하는 마음으로 간다고 했다. 어느 날 어떤 분이 내가 좋아했던 책을 책장에서 찾아 읽어준다면 그것도 이별이고, 그 이별이 공동체에 녹아든다면 존엄한 죽음일 것이다. 우리에겐 난잡하고, 느슨하고 다소 외로운 애도가 필요한 것 같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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