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국민의힘 의원 장제원이 2023년 12월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4년 4월 치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뒤 퇴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전직 국회의원 장제원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날인 2025년 3월31일 밤. 피해자는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10년 동안 이 일을 참고, 혼자 견디고, 없었던 일처럼 살아왔던 게, 사는 게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 일로 인해 얼룩져버려서 제대로 된 20대를 보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게 싫어서 이번에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해자의 그런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게 했는지, 그런 고통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게 저 스스로가 너무 안타까웠고, 지금에서야 밝힐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피해자가 문자에 꾹꾹 눌러 담은 이 말은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공개될 예정이었다. 수사기관이 장제원을 제대로 수사해서 기소하고, 사법부가 제대로 처벌해 그가 죗값을 뒤늦게라도 받는 일은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4월1일 아침, 장제원이 전날 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다. 그날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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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사망했지만 처벌받게 하고 싶어요. 그가 수사 과정을 감내하고 재판받는 과정이 곧 제가 회복되는 과정이에요. 신고하면 (장제원이) 죽는다고 해서 겁이 나 신고하지 못한 채 10년 동안 괴로웠는데, 잘못도 본인이 혼자 하고 (사건) 종결도 본인이 혼자 해버렸네요. 결국 다시 모든 것을 피해자 탓으로 만들어버렸어요. 너무 화가 나요.” 피해자의 말이다.
장제원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15년 11월18일. 2008~2012년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제원은 당시 부산디지털대 부총장을 지내고 있었고, 이듬해인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장제원과 함께 근무하는 비서였다.
장제원은 그날 자정 무렵부터 같은 날 오전 8시께 사이에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이후 다시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준강간치상)를 받는다. 호텔 방을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피해자는 그 뒤로 고립 상태에 빠졌다. 피해자가 연락한 한 교수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신고하면 금마(그 사람)는 죽는다. (부산) 사상구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마흔 살 되면 다 잊힌다”고 했다. 그 교수는 장제원이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낼 당시 보좌관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그 뒤로도 피해자는 상대를 압도할 만큼 강한 장제원의 힘, 즉 장제원의 ‘위력’을 확인했다. 장제원은 2016년 11월~2017년 1월 열린 ‘박근혜·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서 최서원의 조카 장시호가 설립한 스포츠센터를 삼성전자가 지원했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등 날카로운 질의로 ‘스타’가 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윤핵관’(윤석열 쪽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며 권세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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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인 부산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피해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을 학대했다. 그 결과는 종합병원 응급실 입원, 정신과 병원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적 증상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삶은, 장제원의 성폭력이 아니었다면 훨씬 성장했을 터였다. “신고하는 데 10년이나 걸린 이유는 정말 수치스러웠던 그 일을 제 주변에 알리는 것이 싫었고, 그가 가진 권력이 무서웠어요. 그 두 가지가 이유였지 결코 가해자를 용서해서가 아니었어요. ‘청문회 스타 장제원’ ‘윤핵관 장제원’이라는 기사를 접하며 저 스스로 할 수 있었던 건, 세상에서 고립되는 것뿐이었어요.” 피해자가 4월5일 한겨레21에 전한 말이다.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은 건 장제원과 그의 권력만이 아니었다.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려서 자신보다 힘 센 가해자에게 맞서려면 큰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 지금도 가해자가,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남성들이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완벽한 피해자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피해자는 피해 경험을 의심받고,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해자에 의해 불이익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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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라 터크하이머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프리츠커 로스쿨 교수는 책 ‘불신당하는 말’에서 ‘피해자다움의 신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피해자는 모름지기 모종의 육체적 저항을 해야 하고, 폭력적인 다툼 끝에 가해자에게 굴복당해야 한다는 것이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이후 감정적 고통을 명백하게 드러내지 않거나 과하게 드러내면 의심을 받는다. 사람들은 또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모든 연결 고리를 즉각 끊어내리라고 예상한다. 이런 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만들어진 법은 가해자의 성폭력에 집중하지 않고 피해자의 대처에만 관심을 쏟는다. 책 구절을 인용해서 말하자면, 이런 “그릇된 패러다임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장제원은 ‘피해자다움’을 이용해 피해자를 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다음날인 3월5일 페이스북에 “고소인의 고소 내용은 거짓”이라며 “무려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을 거론하면서 이와 같은 고소가 갑작스럽게 제기된 데는 어떠한 특별한 음모와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저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변인 김기흥도 3월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성지영의 뉴스 바사삭’에 출연해 피해자를 향해 “왜 문재인 정부 때는 참고 계셨느냐”고 했다.
이런 수법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최종 징역 3년6개월형을 받은 성폭력 범죄자인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이 법정에서 피해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한 바 있다. 당시 서울서부지법 1심 재판부(재판장 조병구)도 안희정이 위력을 행사해 여러 차례 성폭력을 가했다고 말한 피해자의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았다, 즉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며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전직 국회의원 장제원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2025년 4월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는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처럼 피해자 진술을 의심하는 것이 기본값인 겹겹의 장벽을 뚫고 어렵게 용기 낸 피해자다. 그런데 가해자인 장제원은 사망했다. 피해자는 “이런 결과를 바라고 고소를 결심한 것은 아니었는데, 제가 참고 인내한 10년의 시간이 아까울 만큼 가해자는 비참한 결과를 만들었다. 가해자는 나에게 진실한 사과를 하고, 그동안 우리 가족이 아픈 나를 위해 희생했던 것만큼 죗값에 맞는 벌을 마땅히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의 시작과 마무리가 모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 그저 비통할 뿐”이라며 “장제원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앞으로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 낼 수 없는 상태로 그저 버티기만 하는 삶을 살게 하는 메시지가 될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이어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소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일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번 일로 느낄 수 있었다”며 “공소시효가 지나서라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언제든지 낼 수 있어야 하는 게 권력형 성범죄”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4월3일 “(장제원의 사망으로) 또다시 가해 사실과 피해자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가해자의) 성폭력을 가능하게 했고,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고소를 망설이게 했으며,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소한 뒤에도 의심과 비난을 받게 하였고, 가해자가 사망한 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해자의 위력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며 “경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여 가해자의 혐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 사건의 실체가 묻힐 수는 없다. 서울경찰청은 고 장제원 전 의원의 성폭력 사건 수사를 종결하지 말고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라’는 내용의 연서명을 4월7일 오전 11시께부터 4월9일 오전 6시까지 1만1626건을 받아 서울경찰청에 탄원서로 제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도 4월3일 “수사기관에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진술과 증거가 이미 제출돼 있다. 그런데도 가해자 사망으로 인해 사건이 불기소 종결되면 피해자는 어떤 공적 절차에서도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채 또다시 침묵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라며 “가해자의 사망은 형식적인 사건 종결 사유일 뿐이며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사기관은 확보된 진술과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의 존재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수사보고서 및 종결 문서에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제원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또 드러냈다. 피해자에게 ‘완벽한 피해자상’을 강요하는 문화가 그대로라는 그릇된 현실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이용하는 작태가 여전하다는 불편한 진실, 즉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을 상대편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진영 논리’에 입각해 본질을 흐리는 행태를 우리는 지금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사건의 진실과 피해자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성폭력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피해자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수사기관에 가해자를 고소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등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편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볼 뿐이다. 이들에게 피해자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다.
과거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비난해 물의를 빚은 작가 이동형은 3월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동형TV(티브이)’ 방송에서 여성단체들이 장제원 성폭력 사건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안희정·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분노한 여성단체들이 장제원 성폭력 사건에는 침묵한다며 “선택적 분노를 한다”고 몰아세웠다. 사실이 아니다. 전형적인 진영 논리다. 엑스(옛 트위터) 팔로어가 1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청년 정치인 김홍태도 3월30일 “여성인권 전문가라더니 왜 장제원 사건에는 한마디도 안 합니까?”라며 김재련 변호사를 공격했다.
김홍태는 “(김재련 변호사가) 장제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무책임한 표현을 사용했다. 추가적인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와 진정성을 의심받은 변호인, 피해자와 연대하는 시민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4월2일 뒤늦게 밝혔다. 그러나 스스로 진영 논리에 깊이 파묻혀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지 않은 채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단순히 어떤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로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도 성폭력 사건에 무관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하루 앞둔 3월7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 이재명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민주당과 함께 성평등’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시작했다. 회의장에는 ‘더 나은 삶,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글자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원내대표 박찬대는 장제원이 성폭력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장제원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된 문구를 읽었다. 그게 다였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피해자를 걱정하는 말이랄지 피해자가 피해 경험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겠다는 이야기, 피해자가 호소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이처럼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피해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드러나는 공통점이다. 국민의힘 전 의원 하태경과 현 의원 김희정은 각각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장제원에게 애도를 표했고, 대통령 비서실장 정진석은 장제원의 빈소를 찾아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애도를 전하기도 했다. 이는 유력 정치인들이 안희정의 모친상에 조화를 보내고 박원순의 추모식에 참석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살아 있는 권력을 재확인하는 일일 뿐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커다란 2차 피해를 유발한다.
장제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한겨레21에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가해자는 벌을 받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지만, 그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잊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죽어서도 죗값을 치러서 제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고, 앞으로 피해자들도 가해자의 죽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죽음으로 죗값을 받았다는 말도 안 되는 애도로, 제 용기가 묵살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고통받지 않는 안전한 미래를 기대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한다는 유력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그런 미래에 관심이 없다. 불행한 현실이다. 그래서 바로잡아야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아래는 장제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한겨레21에 보낸 입장문
가해자는 저에게 진실한 사과를 하고, 그동안 우리 가족이 아픈 저를 위해 희생했던 만큼 그에 맞는 벌을 마땅히 받았어야 했습니다. 알량한 자존심 하나로 삶을 버텨온 가해자가,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죽음으로 이 사건을 종결시켜버려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이 사건의 시작과 마무리가 모두 가해자에 손에 달렸다는 것이 그저 비통할 뿐입니다. 20대 얼룩진 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어이가 없습니다. 힘들어서 쓰러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왔던 지난 제 10년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그렇게 쉽게 삶을 등져버릴 인간에게 제가 그간 가졌던 동정심 또한 아깝습니다. 장제원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앞으로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 낼 수 없는 상태로, 그저 버티기만 하는 삶을 살게 하는 메시지가 될까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다시는 가해자가 사건 수사 중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제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데 10년이나 걸린 이유는 정말 수치스러웠던 그 일을 제 주변에 알리는 것이 싫었고, 그가 가진 권력이 무서웠어요. 그 두 가지 이유였지 결코 가해자를 용서해서가 아니었어요. 그저 신고할 기회를 엿보다 정치적 상황을 이용하겠다고 머리를 굴린 것도 아니었어요. 오로지 ‘이제라도 제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피해에 따른 고통을 저 혼자 감당하기엔 제가 그동안 너무 많은 손해를 입고 살았고, 제 가족 또한 그랬기 때문이에요.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장제원에게 더는 죗값을 물릴 수는 없겠지만, 그 일을 동조하며 도와줬던 교수와 그 외 제 입을 막은 사람, 그리고 장제원 유가족이 우리 가족한테만이라도 진실한 사과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 허망한 사건 종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어요.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소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일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저는 이번 일로 느낄 수 있었어요.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때에는 ‘사건 직후, 적어도 일주일 이내여야지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라는 사고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소시효가 지나서라도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언제든지 낼 수 있어야 하는 게 권력형 성범죄예요. 그것이 피해자가 가진 유일한 권한이며, 피해자의 고소 결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예요. 일반적인 성범죄,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폭력, 길거리에서의 성추행 등을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불이익 때문에, 추가 폭력 피해 우려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여성들이 느끼는 일반적인 마음이에요. 피해자에게 신고는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어렵고 두려운 일이에요. 하물며 이 사건은 직장 내에서 모든 인사 권한을 가진 가해자, 그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재단이 설립한 대학에서 근무하는 무고한 여성을 계획적으로 성범죄에 노출시킨 지독하고도 잔인한 사건이에요. 가해자가 죽음으로 이 죄를 감당했다기엔 이대로 쉽게 잊혀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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