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나흘째인 2025년 1월1일 아침을 무안국제공항에서 맞았다. 유가족 대표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유가족들에게 전라남도 쪽에서 준비한 떡국을 관리동 식당에서 먹고올 것을 권했지만, 이동하지 않는 유가족들이 많았다. 유가족 가운데는 노인이 많고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정부는 유가족대표단과 협의해 현장에서 긴급하게 수액을 맞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9시쯤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은 브리핑을 열고 ‘희생자 179명 전원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유가족은 검안·검시를 포함한 시신 인도 절차 등이 남아 이르면 1월3일(금요일), 늦어지면 다음주까지 공항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폭발로 인한 주검 훼손이 심한 만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은 주검 본체와 나머지를 대조해가며 디엔에이(DNA)를 분석해야 해 신원확인 및 후속작업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공항에서 노숙하며 주검 수습과 주검 확인 등 여러 절차를 마주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참사 당일보다 조금도 줄지 않았다. 안경을 낀 한 유가족 남성은 브리핑 질의응답 시간, 울음을 참지 못하고 시신 수습에 속도를 내줄 것을 정부에 호소했다.
“어렸을 때 누나를 한번 잃고, 이번에 두번째 누나를 잃었어요. 보고싶어요. 사랑하는 누나 너무 보고싶어요. 트라우마 걸려도 상관없어요. 제가 죽어도 좋아요. 그냥 손가락 말이에요. 제발 누나 손을 만져보고 싶어요. 정부도 진짜 힘든 거 알아요. 다 이해돼요. 그런데 제발 빨리 부탁 드릴게요.”
유가족들은 공통적으로 정부가 애쓰고 있다는 건 안다면서도, “현장에 나와있는 분들(국토부, 경찰, 한국공항공사, 제주항공 등)에게 진행상황 관련 질문을 해도 아는 사람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예를 들면 ‘시신 수습과 관련해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서류를 인쇄할 수 있는 장소는 공지가 안 된’ 점, ‘어떤 서류가 필요하고 앞으로 관련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전자 게시나 유인물도 없다’는 점,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이 일대일로 연락해 와 지원을 돕지만 현장에서 진행되는 주검 수습 및 확인 절차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 등이다. 특히 공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브리핑에선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한 보고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우리 측 조사관과 미국 측 전문가들이 합동으로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항공기, 기체 등의 정밀 조사와 블랙박스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원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무안국제공항 브리핑에서 “유가족을 비난하는 악플 등에 대해 사이버수사대에서 모니터링을 진행, 현재까지 107건에 대해 삭제 및 차단 요청을 했다”며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글도 올라오고 있어 3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에 착수해 엄정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무안(전남)=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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