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잡이배 ‘금성 135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배 길이 40m 미만 어선’의 복원성(물 위의 배가 파도 ·바람 등 외력에 의해 기울어졌을 때 원위치로 되돌아오려는 성질)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어선의 복원성 관련 규제를 연구한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2024년 11월12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현행 규제가 배 길이 40m 미만 어선에 대해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금성 135호는 앞선 11월8일 새벽 4시31분께 제주 비양도 인근에서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양경찰이 4시47분께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배의 끝부분만 보이는 상태였다. 15명이 구조됐고 12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사고 엿새째인 11월13일에도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까지 2명을 찾았으나 숨졌고 10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당시 배는 선원들이 잡은 물고기를 운반선으로 옮기던 중 급격히 그물 쪽으로 기울며 전복됐다. 생존 선원에 따르면 평상시 어획량의 3~5배를 잡았다고 한다. 임 교수는 “아무리 어획량이 많아도 129t짜리 배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어선 복원성 규제가 소형 어선(배 길이 40m 미만 어선)에 대해 너무 느슨하게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침몰한 금성 135호는 배 길이 36.7m 어선이다.
배의 복원성을 확인하는 지표는 두 가지다. 먼저 배가 기우는 각도에 따른 배의 무게중심 변화를 보는 ‘복원정' 값이 있다. 배 무게가 작용하는 선에서 물의 부력이 작용하는 선까지의 거리를 일컫는다. 복원정 값이 길수록 배가 바람 및 파도에 쉽게 기울어지지 않고 기울더라도 빨리 일어난다. 그 거리가 너무 짧으면 바람 등에 배가 쉽게 기울고 바닷물이 유입돼 배가 전복되기도 한다.
복원정 값은 배의 복원성을 확인하는 정교한 지표다. 하지만 배의 각도에 따라 값이 다르고 계산도 복잡하다. 이 때문에 보조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GM 값이다. 배의 무게중심에서 메타센터(물의 부력 작용선과 배의 중심선이 만나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일컫는다. 마찬가지로 GM 값이 클수록 복원성이 좋다. 배의 복원성을 제대로 담보하려면 복원정 값과 GM 값을 모두 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 시행규칙을 보면 배 길이 24 ~ 40m 미만 어선은 GM 값에다 평형수 등 물의 영향을 보정한 GoM 값만 구하면 되고 복원정 값은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 (‘어선 복원성 밎 만재흘수선 기준’) 바람 등 외부 영향에 따른 배의 복원력을 따로 안 본다는 뜻이다. 반면 40m 이상 어선에 대해선 △ GoM값이 0.35m 이상일 것 △복원정 값이 횡경사각에 따라 0.055 ~ 0.090 사이를 충족할 것 △복원정의 최대값이 배 기울기 25도 이상일 때 발생할 것 △해수가 유입되는 각도보다 배가 기울어지는 각도를 낮출 것 등을 세세하게 요구한다.
임 교수는 소형 어선도 일반 선박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 선박은 12m 이상만 돼도 다양한 복원성 규정을 적용 받는데 24m 미만 어선은 복원성 규정이 전무하다. 24m 이상~40m 미만 어선도 복원성 규정이 너무 완화돼 있어 이번처럼 그물 작업이나 바람 등 외력에 의해 배의 복원력이 급격히 낮아져 전복되는 사고가 언제든 날 수 있다.”
일본은 선박 길이와 관계없이 모든 선박에 무게중심 값과 복원정 값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국내 어선 복원성 규정 분석 및 개선 기준안 연구·2022 ) 중국과 캐나다도 각각 배 길이 12m 선박과 총 15t 미만 선박에 복원정 값을 요구한다. 40m 미만 선박보다 훨씬 작은 선박에도 복원정 값 규제가 있다는 뜻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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