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택배 배달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여성 택배기사는 쿠팡의 일일 배달 기사인 ‘카플렉스’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카플렉스는 본인 차량으로 쿠팡 물건을 배달하며 건당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2024년 7월11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앞서 7월9일 새벽 5시12분께 경북 경산시 평사리 소하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여성 택배 기사 ㄱ씨는 쿠팡에서 운영하는 ‘카플렉스’ 시스템을 통해 택배를 배달했다. ㄱ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택배를 배달하기 위해 나섰다가 빗물에 차가 잠기자 차 밖으로 나갔지만 급류에 휩쓸렸다. 소방당국이 사흘째 수색 중이지만 아직까지 ㄱ씨를 찾지 못했다.
쿠팡의 설명을 보면, ㄱ씨는 급류에 휩쓸리기 2분 전인 새벽 5시10분께 회사로 연락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차창 밖 폭우가 쏟아지는 사진도 함께 보냈다. 이를 전달받은 카플렉스 쪽 콜센터가 ‘그 현장은 철수하고 다른 곳부터 하라’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그러나 2분 뒤인 새벽 5시12분께 ㄱ씨는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빗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대처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자사 물품을 배송하는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쓴다. 서비스 초창기엔 택배 기사를 직고용했으나 2022년부터 쿠팡CLS라는 배송 전문 자회사를 따로 만들어 택배 기사와 위탁계약(쿠팡친구·퀵플렉스)을 맺는다. 이들 인력만으로 다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은 ‘카플렉스’라는 일용직을 쓴다. 하루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4대보험 없는 프리랜서(위탁계약)로 계약한다. 고용계약이 아니기에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보장하는 노동자 보호 권리에서 제외된다.
ㄱ씨도 카플렉스로 2024년 4월30일 첫 배달을 포함해 2024년 6번 카플렉스 일을 했다. 주로 야간 배송이었고 약 30개의 택배를 배달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야간배송은 이튿날 아침 7시까지 배달을 끝마쳐야 한다. 이 규정을 반복적으로 지키지 못하면 다음번 재계약에 불이익이 있다.
쿠팡 쪽이 폭우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가 쟁점이다. 경북 지역엔 7월7일부터 사흘 동안 300㎜ 넘는 비가 내렸다.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차가 물에 잠겼다. 특히 경북 경산시엔 7월8일 오후 5시부터 175㎜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폭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ㄱ씨 등이 참여한 카플렉스 배달은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쿠팡 경산캠프 쪽이 기상 악화를 주시하고 작업을 사전에 중단시켰는지, 구체적인 작업 중단 기준과 안내가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다.
쿠팡 쪽은 적절한 안내를 했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실종된 분은 자차를 이용해 본인 희망에 따라 소량을 가끔씩 배송하셨던 분이다. 기상 관련 안전사항은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고 악천후 시 미배송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고 밝혔다. 또 “폭우로 배송이 어려운 지역의 배송 중단을 사전에 안내했으나 안타깝게 실족해 폭우에 휩쓸리신 것으로 안다. 빠른 시일 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쿠팡이 보냈다는 안내사항은 ‘폭우 시 배송 중단이 가능하다’는 일반적 안내다. ㄱ씨가 실종된 경산 지역에 별도 안내가 나간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로 곳곳에 기습 폭우가 발생하는 만큼, 일터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할 실질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에선 최근 자회사 CLS에서도 과로사로 의심되는 택배기사 사망 사고가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24년 5월28일 쿠팡CLS 소속 로켓배송 기사인 41살 정슬기씨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정씨 유족이 공개한 쿠팡CLS와의 메신저 내용을 보면, CLS 쪽 직원이 메신저로 배달을 재촉하자 “개처럼 뛰고 있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의 노동자 보호 의무에서 벗어나 고용 불안과 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장면을 보여줬다. 이는 쿠팡CLS가 ‘직접적 지시를 안 하므로 (고용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과도 상반되는 증거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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