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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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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 이주민을 사람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 한겨레 유튜브 채널 ‘사기자’ 인터뷰
이주민 ‘이주배경시민’으로 규정하는 이민사회기본법 발의
등록 2024-05-31 21:36 수정 2024-06-01 12:46
한겨레21 유튜브 채널 ‘사기자’가 2024년 5월27일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로 초청해 인터뷰했다.

한겨레21 유튜브 채널 ‘사기자’가 2024년 5월27일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로 초청해 인터뷰했다.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인다. 체류 외국인 인구가 250만명(2023년 기준)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조차 혼란스럽다. 이게 한국 이민정책의 현주소다. 제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이자스민 의원이 정의당으로 당적을 바꿔 약 8년 만인 2024년 1월 비례의원 승계 형식으로 국회에 복귀했다. 4개월가량 짧은 기간이지만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발의하는 등 의미 있는 의정활동을 했다.

이민사회기본법은 비록 제21대 국회가 종료하며 폐기됐지만, 한국 사회에 던진 의미가 크다. 이 법안은 ‘이민사회’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평등한 사회로 출신 국가·출신 민족·인종·피부색·종교·문화·언어 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각각의 문화를 함께 계승·발전시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로 정의하고, 이를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로 제시한다.

또 그간 국적법·난민법·다문화가족지원법·외국인근로자고용법·재외동포법·출입국관리법 등 여러 법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온 ‘한국에 사는 외국 출신 시민’을 ‘이주배경시민’으로 명명했다. 이주배경시민을 ‘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 하나의 도구로만 바라보던 한국사회를 향해 그는 “가장 기본적인 이민정책은 이주배경시민을 사람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다.

<한겨레21> 유튜브 채널 ‘사기자’가 2024년 5월27일 이 의원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로 초청해 인터뷰 했다. 두 번의 의정 활동을 마무리하는 이 의원에게 ‘다문화 한국사회’로 가는 길에 대해 물었다.

이주민, 도구 아닌 사람으로 봐야

—4개월 만에 굉장히 의미 있는 법안을 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데, 이민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모호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법적 정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민자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우리가 가진 법은 ‘외국인 고용에 관한 법률’하고 ‘다문화가족지원법’ 정도에요. 외국인은 너무나 다양한데, 법적 정의가 없어 정책을 만들 때마다 이게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민사회기본법을 제정해 ‘이주배경시민’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어요. 제19대 국회에선 이런 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번엔 필요성을 다들 많이 느끼고 있음에도 결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여전히 다른 의원들을 만나보면 ‘왠지 도장을 찍었다가 공격받는 거 아니냐’고도 하시고 공포를 느끼시더라고요. 갑자기 가슴이 아프네요.(웃음)”

—새누리당과 정의당은 성향이 많이 다른데,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두 당의) 성향 자체는 제가 하는 정책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민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정당은 한국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19대 국회 때 선거 공보물과 이번 제22대 국회 때 선거 공보물을 비교해보면 이주민 관련 정책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24년 2월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등원인사 행사에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은 이자스민 의원과 양경규 의원이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24년 2월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등원인사 행사에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은 이자스민 의원과 양경규 의원이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국에서 이민정책 잘 아는 정당은 없다

—이주배경시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에 문제가 많습니다. 가장 시급하게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언론의 입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류외국인 250만명 시대라고 하는데, 여전히 이주민에 대해선 부정적인 내용이 주류입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외국인을 직접 접하기보다는 신문·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합니다. 안타깝고, 불쌍하고, 못살고 이런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한국 사회의 서열화 탓에 이주민을 낮은 지위에 있는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합니다. 이주민들이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런 내용은 신문 기사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이주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 이주민 정책은 이중적입니다. 전문직 이주민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지만 블루칼라 이주민에 대해선 마구잡이 단속을 벌입니다.

“고학력 기술직은 어느 나라에나 필요합니다. 그런 분들이 한국에 옵니까? 이게 제 질문이에요. 이런 이민 정책은 다른 나라도 비슷합니다. 고학력 기술력을 원하죠. 그건 미국이든, 유럽이든, 호주든 마찬가지고 서로 그런 분들을 모셔가려고 합니다. 이런 현실을 안 보려고 하는 거죠. 한편으로 고령화 사회, 인구 소멸도 어느 나라에나 들이닥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 제조업이 죽어가고 국외로 다 나가야 할 상황이고, 노인 돌봄 문제, 저출생 문제 등등 똑같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미등록 외국인 단속을 강화해서 내보는 데 집중합니다. 작년에만 3만여명을 내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몇배를 더 들여오겠다고 합니다. 이중적이죠. 지금은 다른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한 노동부 장관과 이 문제를 얘기했더니, 그분 말씀이 ‘합법화하면 결국은 세금 내는 주민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이상한 정책은 우리가 이주민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아서 생긴 문제에요. 휴지 조각처럼 한번 쓰고 갖다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민사회기본법을 보면 이민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에 두도록 했습니다.

“대부분 이민청이 법무부에 가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이민청 같은 부처를 우리 행안부에 해당하는 내무부 산하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법도 외국인 주민을 주민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을 갖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통제, 규제 기관인데, 지원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점도 있어서 행안부 산하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출발점

—다문화사회, 이민사회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문을 완전히 열어서 모두 들어와라’ 이렇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이주민들이 필요하다는 걸 일단 인정하자는 겁니다. 정부도, 정치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은 이미 각국에서 이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돌봄 등등 전부 국외에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인 거죠.

자꾸 우선순위를 늦추다 보면 결국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고 결국 데려올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한 굉장한 푸시가 필요한 상황인데, 너무 안타깝게도 제22대 국회에는 스피커 역할을 할 사람이 없네요. 한국은 1988년 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외국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 된 거죠.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 열린 세상입니다. 인구 소멸 직전까지 가서 이주민을 받자는 식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자, 그 준비를 하는 기관을 두자, 이민사회기본법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정리=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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