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민영화가 급물살을 탔다. 2023년 10월23일 YTN 지분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이 주재한 개찰 결과, 한전케이디엔(KDN)·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가 유진그룹에 최종 낙찰된 것이다. 이 입찰에는 유진그룹·한세실업·글로벌피스재단이 참여했으며, 유진그룹은 최고액인 3199억원을 제시했다. 우선협상자인 유진그룹이 YTN 대주주로 확정되기까지 남아 있는 주요 절차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정도다.
유진그룹은 건설자재,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분야에서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8위 기업이다(2023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1954년 대흥제과를 시작으로 1979년 레미콘 사업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유진그룹은 10월23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유진그룹은 과거 케이블방송사업(SO)을 크게 성장시켰고 현재도 음악방송 등 방송채널사용사업(PP)을 한다”며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1997년 종합유선방송사(SO)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하는 등 방송사업을 벌인 이력이 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며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씨제이(CJ)홈쇼핑에 매각했다.
“언론 민영화가 이렇게 쉽다고?” YTN 지분 매각 개찰 결과를 전하는 뉴스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이런 당혹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YTN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자본잠식에 빠져 한전정보네트워크(현 한전KDN) 등 공기업들이 지분을 인수한 뒤 공적 소유 구조를 유지해왔다. 무려 26년 동안 이어온 공영 구조를 사영화하는데도 사회적 숙의는 충분치 않았다. 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 등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정부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과정을 비롯해 매각 주관사 선정과 매각 방식 등 전 과정에서 불법이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2022년 한전KDN은 수익성을 고려해 YTN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견을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공공기관 혁신티에프(TF)에 제출했지만, 산자부 TF는 매각을 권고했다. 같은 해 11월 기재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YTN 민영화 절차가 시작됐다. 2023년 들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각각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삼성증권, 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가 포기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최종 매각 주관사로 뽑힌 삼일회계법인은 애초 한전KDN이 보유한 지분 21.43%를 한국마사회 보유 지분 9.52%와 따로 매각하는 안을 권유했다가 나중에 둘을 묶어 파는 ‘통매각’ 방식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최종 후보인 유진그룹의 지분 인수를 둘러싼 비판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월23일 성명에서 “부실채권 증가로 경영위기에 몰린 계열사 유진투자증권은 임원들의 주가조작 및 불법 주식 리딩방 운영, 채권 돌려막기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공영방송 소유주로 자격 없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10월24일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과거 특수부 검사에게 내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로 인해 10년간 운영해온 나눔로또 복권사업의 수탁사업자 선정에도 탈락했다”며 “YTN 공공성을 해체해 방송을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진그룹은 10월23일 낸 입장에서 “(유진그룹은)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 정확을 추구하는 방송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방통위 승인(심사)이 예정된 만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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