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 매몰됐던 노동자 두 명이 고립된 지 열흘 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5일 구조당국 등에 따르면, 갱도에 고립됐던 60대 광부와 50대 광부 두 명이 고립 221시간 만인 전날 밤 11시3분 지하 190m 갱도에서 탈출했다. 이들은 고립 당시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나눠 마시고 갱도 안에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텨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립된 장소에서 비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해왔다. ‘발파 소리’를 들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들은 구조 당시 스스로 걸어서 나올 수 있었다. 가족과 동료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두 사람과 상봉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고립된 이들은 10월26일 갱도 레일 설치 등 작업을 위해 다른 노동자 5명과 함께 광산으로 들어갔다. 작업 도중 제1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갑자기 토사가 밀려들었다. 지상과 가까운 쪽에 있던 2명은 사고 당일 저녁 8시께 자력으로 빠져나왔고, 3명도 업체 쪽의 구조로 밤 11시께 밖으로 나왔다. 고립된 이들은 지하 140m 지점에서 작업하다 토사에 밀려 현재 지하 190m 지점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가 오래 걸린 이유는 실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는 사고 당일 자체 구조를 하느라 소방당국에는 다음날 오전 8시34분에야 신고했다. 구조인력들은 현재 지형과 다른 옛날 지도에 근거해 지하 172m까지 구멍을 뚫었다가 목표 지점을 새로 설정해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고립된 50대 노동자의 조카 ㄱ씨는 지난 11월3일 오전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사고 초기) 뉴스에서는 특수구조대 수십 명이 투입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현장에서는 노동자님들이 4교대, 3교대로 움직이면서 대여섯 명씩 들어가 작업 중이었다. 경북도지사님이 내려오고(10월31일) 대통령님 지시사항이 있어서(10월29일) 그때부터 시추기계 두 대가 들어왔다”며 “기계 하나는 고장이 난 거였고 (다른) 하나는 헛발질을 해서 다른 곳에 뚫었다. 이 상황이 정말 이해되지 않고 너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 광산에서는 8월에도 붕괴 사고가 일어나 한 명이 숨졌다. 이날 경북경찰청은 이번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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