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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뉴스] 왜 광주에서 건설현장 참사가 잇따랐을까?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2021년 학동 참사 뒤에도 안전 도외시

제1398호
등록 : 2022-01-21 03:34 수정 : 2022-01-2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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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16일 저녁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 당국이 야간 수색을 위해 조명을 비추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기다립니다. 돌아오세요.’

2022년 1월16일 저녁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인근 공터 철망에 달린 노란 리본들이 차가운 바람에 흔들렸다. 꽃을 넣은 투명 풍선에 파란색 매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적은 글도 보였다. 한 실종자 가족이 건 리본엔 “막둥아 뭐 하고 있냐. 가족들이 네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와라. 보고 싶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날 구조 당국이 야간 구조작업을 위해 무너진 외벽에 조명을 비추자 콘크리트 더미 안 속살이 드러났다. 그곳 어딘가에 붕괴 사고로 실종된 노동자 5명이 매몰돼 있다. 1명은 1월14일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실종자 수색은 현장 타워크레인 해체 방법이 결정되지 않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실종자 가족의 타들어가는 가슴
붕괴 사고는 1월11일 오후 3시46분께 에이치디시(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현장 201동에서 발생했다. 노동자들이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일어나, 38~23층 사이 최소 15개층의 건물 외벽 구조물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피해자는 34~28층에서 일하던 60대 2명, 50대 4명으로 창호·설비·조적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이다. 지하 1층 계단에서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된 60대 노동자(경기도 용인)의 부검 1차 소견은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나왔다.

즐거워야 할 설을 앞두고 피해자들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체육관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은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56살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들은 아들은 “친구 같은 분이시다. 그날 출근하시는 뒷모습을 본 게 마지막 만남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은 부실공사였을 가능성이 크다. 부실공사는 공사기간(공기) 단축과 맞물려 있다. 사고 당일 광주 화정동 일대는 눈발이 흩날렸고 강한 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였는데도 8명의 노동자는 11일 오전 11시40분부터 4시간가량 39층 바닥에 레미콘(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을 거푸집에 붓는 타설 작업을 했다.

대기업 건설사에서 11년째 일하는 ㄱ씨는 “공공공사 현장에선 영하의 기온이면 무조건 공사를 중단해야 하지만, 민간부문엔 그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붕괴 사고 현장의 콘크리트 속 철근이 뽑혀 마치 생선 가시처럼 노출된 것은 레미콘이 철근에 단단하게 달라붙을 만큼의 강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생 이후 “12일부터 18일간 충분히 양생 기간을 둬 콘크리트 강도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공개한 타설일지엔 짧게는 6일 만에 양생을 끝낸 것으로 돼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인근 길 옆 철망에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들이 달려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양생 기간 줄이고 받침기둥까지 철거
안전불감증도 사고를 키웠다. <한겨레>가 확보한 한 대기업 건설사의 화정 아이파크 사고 상황 분석 문건을 보면, “하부층(PIT층: 설비 및 배관 시공층) 슬래브의 설계 하중을 초과한 시공 하중이 실렸다. 단 (하중 초과에도) 동바리 등을 두면 안전성이 확보되나, 현장 판단 미비로 서포트를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다. 동바리는 거푸집과 콘크리트의 무게를 지지하도록 하는 받침기둥(support)이다. 이 문건은 “필러(filler·끼움재) 서포트만 있었어도, 관리감독자가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만 했어도 1개층만 붕괴하고 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콘크리트를 타설한 39층 아래의 3개층(피트층~37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하는데도 38~37층에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은 점과 외벽에 설치한 ‘갱폼(콘크리트 타설 틀) 유압 인양 시스템(RCS)’의 무게를 하부 2개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감당하지 못한 점 등이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술한 법 규정도 문제였다. 국토교통부 ‘건축공사 표준 시방서’를 보면, 콘크리트 작업 중 거푸집·동바리의 변형, 변위, 파손 유무 등을 점검할 ‘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됐지만, 사고 현장에 공사 담당자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형 건설사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150가구당 한 명을 두지만, 일부 업체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350~400가구당 한 명만 두는 등 천차만별이다. 이는 공공 발주 공사엔 건축·설비·전기 등 공사 감독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과 대비된다. 현장관리사무소 소장은 경찰에서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2021년 6월9일 철거 건물이 무너져 버스정류장을 덮쳐 승객 7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학동 건물 붕괴 참사가 난 재개발 시공사가 현대산업개발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지 7개월여 만에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회장직 사퇴를 밝힌 정 회장은 2022년 1월17일 사고 현장을 찾아 “끝까지 책임을 지고 사고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현대산업개발은 1월17일 “구조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계약 해지는 물론 (전체 단지의) 완전 철거와 재시공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재발한 공사현장 참사, 이번엔 끊을까?
광주 지역 시민단체로 꾸려진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학동 참사 이후에도 오직 이윤과 효율만을 좇아 안전을 도외시한 현대산업개발은 단죄를 받아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범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광주에서 떠나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단체는 “학동 참사 이후 광주시와 자치구는 규정 미비를 핑계로 안전점검 수칙조차 만들지 않아 현장에 어떤 변화도 끌어내지 못해 똑같은 상황이 재발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2019년 5월부터 서구에 화정 아이파크 공사 관련 민원 386건을 제기하고 공사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외면당했다. 감리 등 10명을 입건해 수사 중인 경찰이 이번엔 사고 원인을 ‘밑동’까지 파고들지 주목된다.

광주=정대하 <한겨레>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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