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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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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1615명이 최악일 수 있을까

코로나19 하루 최다 확진 맞닥뜨린 2021년 7월,
백신 덕분에 사망률 낮지만 급한 불 꺼야
등록 2021-07-16 16:36 수정 2021-07-17 03:09
2021년 7월15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이날 낮 34도를 넘어선 폭염 탓에 검사소에서는 노란 양산을 대여해줬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2021년 7월15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이날 낮 34도를 넘어선 폭염 탓에 검사소에서는 노란 양산을 대여해줬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1615명(국내 발생 1568명+국외 유입 47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2020년 1월 이후로 가장 많은 하루 신규 확진자 수(2021년 7월14일 0시 기준)다.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1179명에 이른다. 수도권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이다. 다음날(7월15일 0시 기준)에도 신규 확진자는 1600명(수도권 발생 1098명) 발생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처가 수도권에 적용됐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7월12일부터 수도권에선 오후 6시가 넘으면 3명 이상 만나는 사적 모임이 금지됐다. 식당, 카페, 독서실은 밤 10시에 문을 닫도록 했다. 신규 확진자의 70~80%가량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비수도권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의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7월8~14일)는 300.1명에 이른다. 직전 일주일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7월15일부터 비수도권(세종·전남·전북·경북 제외)에서도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 이상으로 격상됐다.

현재 상황 이어지면 8월 말 2331명까지

신규 확진자는 7월7일(1212명) 이후 열흘째 매일 1천 명을 훌쩍 넘어섰다. 유행의 파고는 언제쯤 낮아질까.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거리두기 4단계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7월까지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이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하는 여러 지표(그림1)가 가리키는 방향이 그렇게 말한다. 확진자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R)는 유행 속도의 가늠자다. 감염재생산지수는 0.88(6월13~19일)에서 1.24(7월4~10일)로 높아졌다. 최근 수도권만 놓고 보면 1.4~1.5까지 치솟았다. 누구한테서 옮았는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비중도 같은 기간 사이에 24.3%에서 31.9%로 늘어났다.

질병관리청은 수리모델링 분석 결과, 현재 상황(감염재생산지수 1.22 기준)이 지속되면 8월 말에 일일 신규 확진자가 2331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만약 거리두기 효과 덕분에 유행이 강력하게 통제(감염재생산지수 1.01 기준)된다면, 8월 안에 600명대 규모로 확진자 규모가 축소되는 희망도 가져볼 만하다(그림2). 7월14일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터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현재의 유행 추세(감염재생산지수 1.36 기준)가 지속되면 7월 말께 확진자가 최대 1800~1900명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이 자료에서는 특히 거리두기 4단계 조처를 2주 동안만 적용한 뒤 완화하면, 확진자 수가 다시 늘고 중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대·델타·낮은 사망률, 전과 다른 양상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세 차례 파고를 넘어왔다. 2020년 2월 신천지 교인과 대구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1차 유행) 당시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천 명에 육박했다. 2020년 8월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자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들로부터 확산된 집단감염(2차 유행) 때도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왔으나 두 달 만에 진정됐다. 2020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진행된 3차 유행 때는 역대 가장 많은 일일 신규 확진자(12월25일 1241명)가 나왔다. 1·2차 유행 때와 달리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5명 이상 모임이 금지됐다. 요양병원, 교도시설 등 사회취약층이 모여 있는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위중증환자가 많아 중환자 병상과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해지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4차 유행의 양상은 앞선 유행과는 다르다. 수도권에서, 특히 20대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나온다. 인구 1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발생률은 20대의 경우 1.6명(6월13~19일)에서 5.2명(7월4~10일)으로 크게 늘어났다. 30~50대 발생률은 7월 첫째 주에도 3.4~3.7명 수준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60대 이상 확진자에게서 감염되는 확진자 비중이 13.4%로 3차 유행(30%)보다 줄어든 반면, 20~30대한테서 감염되는 비중은 35.3%로 3차 유행 때의 24.8%보다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60대 이상 고위험군에 집중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정책 효과 덕분에 확진자 연령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 감염이 많다보니 위중증환자나 사망자 수는 아직 크게 늘지 않았다. 중등증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보다도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7월14일 생활치료센터 2천 병상을 새로 여는 등 7월 말까지 병상 5천여 개를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일 1600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선 사나흘밖에 버틸 수 없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주도한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계속 다른 형태로 변이 중인데,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바이러스는 원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3배 이상 높다. 최초 변이형인 알파 바이러스보다는 전파력이 1.6배 높다. 질병관리청은 7월4~10일 국내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071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36.9%에게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자의 23.3%에게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그림3). 국내 감염환자 10명 중 2.3명꼴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셈이다.

중증환자 적지만 경증 치료센터 비상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델타 바이러스가 영국에선 신규 감염자의 99%, 미국에선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계속해서 변이는 등장할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백신이 많이 접종돼 전체 발생률이 떨어져야 변이 발생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파력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위중증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지 않는 이유는 백신 접종 덕분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효과는 80% 이상,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는 90% 이상이라고 각종 연구결과는 분석한다. 최근 하루 3만~4만 명씩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영국과 미국 등에서도 치명률은 백신 접종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백신 효과가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이 2021년 5월 확진된 60살 이상 환자 3906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94.7%는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1차 접종한 지 14일이 지나기 전에 확진된 환자였다. 이들의 임상 경과를 확진 뒤 28일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미접종한 확진자(3702명) 가운데 1.8%(66명)가 숨졌지만 백신 1차 접종 완료자(199명) 중에선 1명만이 숨졌다(사망 예방 효과 71.4%). 2차 접종 완료자 5명 가운데 사망자는 없었다.

7월 들어 백신 접종 속도가 더뎌진 점도 4차 유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0대 이상 접종에 한창 속도를 냈으나, 백신 공급 물량 부족으로 7월 말부터 시작되는 59살 이하 접종 사이에 한 달여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8월에 계획된 약 2700만 회분의 백신이 들어오고 나서야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완료 비중은 30.4%(7월12일 0시 기준)다. 1·2차 접종을 모두 마친 비중(얀센 백신은 1차례만 접종)은 11.4%에 그친다. 60살 이상 접종률(1차 완료)은 79~88%에 이르지만, 50~59살은 아직 10명 중 1명밖에 백신을 맞지 못했다(그림4).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6~7월 ‘백신 접종자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성급하게 ‘방역 완화’ 메시지를 내놓아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백신이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라는 점은 확실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으로 가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백신 접종률 60~70%에 이르는 영국, 미국 등에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다시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7월5~11일 전세계 신규 확진자는 300만 명으로 그 전주(6월28~7월4일)보다 11.5% 늘어났다(세계보건기구(WHO) 자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집단면역이 달성된다는 장밋빛 희망은 헛된 꿈에 불과할지 모른다.

감염병과 공존할 출구전략 필요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제 집단면역이 아니라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종식이 아니라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방역 대책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전세계적인 유행이 끝나기 전에는 국내 유입과 재유행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한 뒤 생활치료센터나 감염병 전담병원에 입원하는 ‘비상’ 의료체계가 아니라 싱가포르처럼 동네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갖추는 등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장기적인 출구전략을 꾀하기에 앞서,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4차 유행의 급증세를 얼마나 빨리 꺾어내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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