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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상적 종식은 없다

고위험군 보호 완료 시점 앞당기고 기존 방역 대책 재검토해야코로나19에 관한 다섯 가지 진실과 제언
등록 2021-07-10 03:52 수정 2021-07-10 11:46
2021년 7월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거리’는 붐볐다. 이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12명(국외 유입 포함)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2021년 7월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거리’는 붐볐다. 이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12명(국외 유입 포함)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7월 첫째 주는 힘든 시간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7월1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려던 계획이 일주일 연기됐고, 수도권에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확산 속도가 빠른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최근 코로나19 평균 확진자 수는 3차 유행이 정점이던 2021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아래 이미지 참조).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덕분에 일주일 평균 하루 사망자 수는 2명으로 유지됐다.

이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백신 1회 접종률이 61%에 이른 싱가포르는 봉쇄, 감염자 추적, 확진자 집계 등 방역 조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접종률이 67% 수준인 영국에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재유행하지만 사망자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 유행을 뜻하는 신규 확진자 발생 곡선과 사망자 곡선은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아직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사망자가 늘었다는 증거는 없다.

전파력 높은 변이 바이러스, 사망·중증화율은?

코로나19에 대해 현재까지 우리가 파악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사망률은 연령과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급격히 높아진다. 백신 접종 전에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80살 이상이 20% 정도였다. 70대는 6.25%, 60대는 1.2%였다. 50대는 0.3%, 40대는 0.09%, 30대는 0.05%, 20대는 0.02%에 그쳤다. 고위험군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를 고위험군으로 여겨야 하는지 현실적 고민을 해야 한다.

둘째, 변이 바이러스의 지속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가 일어나며, 새 변이가 나올수록 전파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50~60% 높아질 수 있고,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알파 변이 바이러스와 비교해 50%가량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를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다행히 입원·중증화율, 사망률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보기 어렵다.

셋째, 백신 효과는 두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 자체를 막아주는 효과가 가장 의미 있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중환자가 되지 않거나 사망하지 않게 막아주는 효과가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백신의 유증상 감염 예방 효과는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신 영국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19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바이러스보다 5~10% 줄어든다. 그러나 사망이나 중환자 예방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넷째,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역학조사, 진단검사 등의 방역 조처는 효과가 있으나 오랫동안 유지되기 어렵다.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조처를 해도 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감염자 1명이 전파하는 평균 2차 감염자 수)가 큰 폭으로 올라 유행 자체를 지속해서 막아내기 어렵다.

집단면역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

다섯째, 순간적인 집단면역 효과는 존재하지만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했다.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에선 빠른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대규모 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재유행은 이런 집단면역에 가까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려움을 증명한다. 만약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5라면, 요구되는 면역 수준은 80%이며 백신 접종률은 그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빠르게 진행하는 나라도 국민의 70%를 접종하면 더는 접종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몇 세대 이상 살아남아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한 국가나 지역에서 일시적 통제가 가능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등장하고 국외 유입이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언제까지 지금처럼 강도 높은 방역 태세를 유지할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과 같은 일상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그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집단면역 수준 70%에 도달하더라도 유행은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종식은 전쟁이 끝나는 일자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단지 천천히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게 될 뿐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집단면역 달성’을 마음속에 종식 시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집단면역 방식으로 한번에 편하게 코로나19를 끝내는 건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백신 접종률이다. 요구되는 백신 접종률은 점점 높아지지만, 백신 안정성 논란으로 접종률이 특정 선에서 더 높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은 2021년 안에 충분한 백신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도상국은 백신 보급이 충분하지 않고 접종이 단시간 내에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둘째,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된다. 오래지 않아 알파, 델타에 이어 오메가 바이러스가 나오고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백신 회피 능력이 더 발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단면역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들, 국외 유입 인구, 백신의 지속 기간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도달한 집단면역이 영원하지 않게 된다. 계속해서 면역 수준을 유지하고 보수해야 한다. 코로나19 종식은 한번에 가능하지 않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책은 없다. 코로나19 유행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방역의 고통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주로 전가됐고, 전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처가 일부 국민에게는 극심한 생존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 적용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의 인내심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방역 정책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큰 폭의 방역 완화를 예고해두고 이를 번복하는 일은 국민을 더욱 지치게 한다.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코로나19 종식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지금, 종식 시점과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방역 완화 조처는 순차적으로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보호가 완료되는 시점을 코로나19 종식의 시작이라 여긴다. 그렇다면 고위험군과 보호 완료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어느 연령, 어떤 기저질환이 고위험군이라는 정의는 없다. 특히 위험이 연령에 따라 지수함수로 증가하는 코로나19에서 고위험 연령을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나는 50대가 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의 50대 치명률은 0.3%에 불과하지만 중증화율은 1.5% 정도다. 50대에서 큰 폭으로 유행할 경우, 사망하지 않더라도 중환자가 늘어 사회적 위험이 될 수 있다. 사회활동이 아직 많고 감염 위험이 크면서 중환자가 될 가능성과 치명률이 높은 집단인 50대까지는 보호가 필요하다. 50대 미만이더라도 당뇨병, 만성신장질환자 등 기저질환자는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백신의 효과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을 볼 때, 백신 1회 접종이 아직 완전한 ‘보호 완료’라고 보기 어렵다. 2회 접종까지 마쳐야 90% 이상의 중증화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방역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시민의 인내심과 방역 참여 의지는 중요한 방역 자원이다. 급격한 방역 완화를 제시하고 다시 1~2주씩 기존 조처를 연장하는 지금 상황은 국민을 매우 지치게 한다. 최대한 방역 완화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지금 같은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종식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접근 전략도 필요하다. 만약 종식을 시도하는 시점이 고위험군 보호 완료 시점이라면, 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고위험군 백신 접종 이후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로의 복귀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복귀 과정에서도 수많은 논란과 코로나19 재유행 위기가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와 영국 등의 나라가 고민하는 것처럼, 극심한 비용이 드는 방역 대책을 그대로 유지할지 논의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고위험군 보호 완료 이후 점진적인 복귀를 계획한다면 자가격리, 국외 유입 차단, 역학조사, 대규모 검사 등이 필요한 조처인지 검토해야 한다.

긴 싸움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남겨야 하는 대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백신 부스팅(추가 접종), 필수 병상 확보 등의 조처도 이행해야 한다.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겪어왔듯이 종식을 위한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긴 싸움이다. 부디 큰 피해 없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래로 다가가길 바란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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