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가운데)이 11월27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조국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검찰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다. 두 수사는 ‘조국 사태’를 능가하는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 조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은 개인 비리 성격이 강했지만, 두 사건은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은 11월27일 구속됐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수뢰 후 부정처사 등)를 받고 있다.
유 전 부시장 사건은 고위 공직자의 단순 비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사건의 본질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말라는 ‘촛불정신’을 훼손했는지에 있다.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고위 공직자의 파렴치한 비위를 적발하고도 그가 현 정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필벌’을 회피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특권과 반칙을 일삼았던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형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과 특별감찰반원들에 따르면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2017년 10월 그의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감찰을 강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을 불러 조사한 뒤 그가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서 자녀 유학비, 항공권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그해 12월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갑자기 중단됐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에 병가를 낸 뒤 잠적했다가 석 달 뒤인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 당시 금융위는 날로 심각해지는 가계부채와 싸우고 있었고 금융정책국장은 그 선봉에 섰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3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다. 금융위는 청와대로부터 감찰 사실을 통보받고도 그를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다. 그는 금융위를 떠난 뒤 곧바로 여당 소속의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지난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위 의혹으로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을 받았던 인사가 징계는커녕 다른 공직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자리로 옮겨간 것이다.
박형철 비서관은 감찰 중단이 조국 전 민정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조 전 수석 쪽은 민정수석실 비서관 회의(조 전 수석,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박형철 비서관)를 통해 ‘사직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찰 중단을 누가 결정했는지는 검찰 수사에서나 중요할 뿐이다. 국민은 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는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어 한다.
유 전 부시장은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경제관료다. 그는 2004년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배경이 청와대 감찰 중단에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검찰은 박 비서관이 “조 전 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한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에 주목한다. 박 비서관은 검찰 조사 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자유한국당)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은 청와대와 김 전 시장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자신의 측근들을 수사한 것은 청와대의 ‘하명’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5월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 청와대는 비위 혐의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 당연한 절차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김 전 시장 첩보에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입장문을 내어 “첩보나 제보를 일선 수사 기관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수십 년 넘게 이뤄져온 민정수석실의 고유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의 하명 수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가 사건 첩보를 내려보낸 뒤 경찰로부터 압수수색 계획과 사건 관계자 소환 계획 등 수사 내용을 9차례 보고받은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수사를 ‘윤석열 검찰’의 검찰개혁에 대한 반란의 하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입장문에서 “이 사건으로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고발된 것은 벌써 1년 전이지만 단 한 차례의 참고인·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황 청장의 총선 출마와 조국 전 민정수석 관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참여정부 때 경찰청 수사권조정팀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에 참여하는 등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오랜 기간 검찰과 각을 세웠다. 이 사건이 문재인 정부에 악재가 될지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의 ‘불편한 동거’가 완전히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내일부터 무거운 ‘습설’ 대설특보 수준…아침 기온 10도 뚝

롯데백화점 “손님 그런 복장 출입 안 됩니다, ‘노조 조끼’ 벗으세요”
![[영상] “지지대 없었다”…광주도서관 공사장 붕괴 1명 사망, 3명 매몰 [영상] “지지대 없었다”…광주도서관 공사장 붕괴 1명 사망, 3명 매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1/53_17654395228832_4017654395036325.jpg)
[영상] “지지대 없었다”…광주도서관 공사장 붕괴 1명 사망, 3명 매몰
![그래, 다 까자! [그림판] 그래, 다 까자!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5/1210/20251210503747.jpg)
그래, 다 까자! [그림판]

서울교육청 “2033학년도 내신·수능 절대평가…2040 수능 폐지”

법무부, ‘항소 포기’ 사태 검사장 인사…3명 좌천, 1명 평검사 강등

뜨끈한 온천욕 뒤 막국수 한 그릇, 인생은 아름다워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3명 매몰, 구조된 1명 중태

코스트코 ‘조립 PC’ 완판…배경엔 가성비 더해 AI 있었네

본회의장 지킨 국힘 ‘고작 4명’…필리버스터 1시간 반 만에



![[단독] ‘세운4구역 설계 수의계약’ 희림 “시간 아끼려고”… 법 절차 생략 시인 [단독] ‘세운4구역 설계 수의계약’ 희림 “시간 아끼려고”… 법 절차 생략 시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5/1202/2025120250367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