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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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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멈추지 않는 엔진”

2년 임기 시작한 워커홀릭 박정은 사무처장 “입법 등 실질적 변화 이끌어낼 것”
등록 2018-03-06 14:39 수정 2020-05-03 04:28

과 같은 해인 1994년 태어나 20년 훌쩍 넘게 한국 시민사회의 대들보 구실을 해온 참여연대의 새 사무처장이 나왔다. 2월24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박정은 사무처장이 그 주인공이다. 2000년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활동을 시작한 박 처장은 평화·군축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2014년부터 안진걸·박근용씨와 함께 협동사무처장으로 일했다. 올해부터 참여연대는 박정은 단독 사무처장 체제로 개편됐다. 그의 말을 빌려 ‘독박 쓰게 된’ 박 처장을 2월28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활동가 처우 개선 위한 재원 마련 고민협동사무처장 3명 가운데 혼자 남았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극한 직업이다. 단체 상근자만 56명이고, 임원 200여 명, 회원 1만5천 명 등으로구성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나이 차이도 많게는 25년이 난다. 처음에는 진짜 할 생각이 없었다. 오죽하면 상근자의 이름을 종이에 적은 뒤 선풍기에 날려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을 시키자고 말했을까. 잠은 안 오고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무빙워크를 타듯 이 자리에 와버렸다.

앞으로 2년간의 포부를 묻는다면.

어떤 원대한 꿈을 이야기하기보다 ‘삐끗하지 말자’는 각오로 일하려 한다. 지금 당장 고민은 참여연대 활동가들의 처우 개선 문제다. 개인의 헌신만을 요구하며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지속가능한 시민단체 활동을 위해서는 삶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최대 고민은 시민 활동의 지속성과 미래 의제를 위해 현재 방대한 조직과 사업을 조정하고 구심력을 갖추는 일이다.

처음 참여연대에서 일한 계기는?

대학원에서 노동정치를 전공했다. 석사과정 마치고 잠시 시간이 있었는데 당시 이광일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현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이 연구소에 와서 일하라더라. 박사과정 전에 석 달만 있겠다고 했다. 그러다 18년이 지났다. 정작 나를 불렀던 이광일 실장은 금방 나갔다. (웃음)

“정부가 미흡할 때는 비판할 것”왜 남았나.

술이 문제다. (웃음) 서울 안국동(현 종로경찰서 앞)에 참여연대가 있었던 시절, 비슷한 또래와 어울려 친하게 지냈다. 처음엔 안진걸 처장이랑 친했고, 나중에는 박근용 처장과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됐다. 다른 사무처 동료들과도 많이 어울렸다. 그때 별명이 ‘하이에나’였다. 밤마다 술자리를 찾아 헤맨다고, 사람들이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남게 됐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참여연대 일이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분명히 참여연대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거다. 의미 있는 의제를 발굴해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알려 변화를 이끌어가는 일이 좋다.

워커홀릭(일중독)이라고 들었다.

일이 너무 많아 사생활이 거의 없다. 원래 액티브한(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지리산 여행도 다녔는데 요즘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이런 삶의 방식이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면 안 된다고 본다. 업무를 좀 내려놓고 내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전체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좀 쉬는 법도 배우려 한다. (웃음)

본인의 장점이 뭐라 생각하나.

지구력? 밤샘은 정말 잘한다. (웃음) 다른 장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차갑다는 평가도 있고. 안진걸 처장은 나한테 ‘못되게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삭막하진 않다. 감정이 여리기도 하고. 다만 판단을 할 때는 냉철한 면도 있다.

참여연대에서 주로 평화·군축 분야 활동을 했다.

대학은 화학과를 나오고, 대학원은 정치 쪽을 전공했다. 사실 남북관계, 국제정치, 북한 이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한반도 전쟁 위기가 불거지고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효순·미선이 죽는 사건이 있었다. 북핵 문제도 그때부터 본격화됐다. 관련 사안이 많으니 훅 빨려들어왔다.

민주정부 시대에 참여연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선 정권 초기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시민사회와 정부가 갈등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의 홍위병’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비판할 것을 비판하지 않은 적은 없다. 이라크 파병도 그렇고, 새만금 개발도 그랬다.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다. 정부가 미흡할 때는 비판할 것이다. 새정부에서는 다행히 참여연대의 오랜 정책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나 국가정보원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흡하거나 기대 이하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부분도 많다.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하되 감시와 비판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세간의 평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제도를 만들고, 입법 등의 방법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을 아예 폐지하고, 국정원과 검찰을 확 바꾸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국회다. 입법이 막히면 제대로 개혁 작업을 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적폐 청산·평화·개헌 할일이 산더미집중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개인적으로 집중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집중과제는 줄이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10가지가 선정됐다. 일단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이 밖에 수많은 적폐 청산 과제가 있다. 평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개헌과 지방선거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거와 보육 문제도 중요하다. 참여연대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안에서도 많이 논의한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멈추지 않는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안을 열심히 다루려 한다. ‘다이내믹 코리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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