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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대신 키보드로 댓글 넘어 해킹으로

국군사이버사령부 불법 정치 개입 흔적 속속 드러나…

민간인 중심 ‘언더그라운드 해킹팀’ 꾸려 법원 공격한 의혹도
등록 2017-10-17 20:47 수정 2020-05-03 04:28
2015년 10월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 출석한 모습. 김 전 실장은 2013년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 개입이 드러나자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당시 김 전 실장이 사이버사의 불법행위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4년 만에 다시 터져나왔다.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2015년 10월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 출석한 모습. 김 전 실장은 2013년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 개입이 드러나자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당시 김 전 실장이 사이버사의 불법행위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4년 만에 다시 터져나왔다.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국군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는 2010년 1월 사이버전(戰)을 기획·시행·훈련할 목적으로 국방부 장관 직할 부대로 창설됐다.

2013년 10월 의 첫 보도로 사이버사의 불법적 정치 개입이 드러났음에도 국방부는 침묵과 부인, ‘개인적 일탈’이라는 해명으로 일관해왔다.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인원만 50명이 넘는 불법적 선거 개입을 각 개인 탓으로 돌리는 궤변이 가능한 것은,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때문이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명박 전 대통령 어떤 역할 했을까</font></font>

김관진 전 실장은 그해 10월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댓글 작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사이버사 운용에) 국정원 예산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심리전이라는 것은 평상시에 하는 전투다. 사이버사가 (북한과의) 전장에 있다”는 말로 사이버사의 활동을 옹호했다. 김 전 실장의 말대로라면, 사이버사 심리전단 120여 명은 전장에서 총 대신 자판을 들고 싸우는 ‘호국 영웅’이었던 셈이다.

4년이 지난 지금, 김 전 실장의 해명은 모두 거짓말임이 드러나고 있다. 9월25일치 보도를 보면, 김 전 실장은 2012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사이버사 전력을 증강하고 작전 임무를 확정했다. 그해 4월에 치러진 19대 총선과 12월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결재란에 ‘김관진’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청와대) 협조회의 결과’라는 문건에는 군무원 정원 증가와 관련해 “군무원 순수증편은 기재부 검토사항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로 기재부 협조시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임을 명문화 강조”라고 돼 있다. 이를 통해 2012년에 이뤄진 사이버사의 정치 개입은 일부 군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방부의 교감 속에 이뤄진 행위였음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향후 수사에서 명확히 밝혀져야 할 핵심 대목이다. 문건 안에 등장하는 “BH는 국방부의 입장에 동의하며” “창의적인 대응 계획을 높이 평가하면서” 등의 문구 의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이버사의 작전 결과가 “보안 유지를 전제”로 “안보수석, 대외전략기획관, 국방비서관에게 동향 보고서” 형태로 제공됐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을 넘어 외교·안보 라인 전체가 조직적으로 군의 정치 개입 결과를 보고받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지점이다. 문건에서 사이버사가 적극 대응할 주요 이슈로 거론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은 실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을 공격할 소재로 사용했음이 그동안 진행된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 등의 수사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

군 사이버사의 활동이 민간에까지 뻗쳐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도 새롭게 확인됐다. 10월12일치 에 따르면, 심리전단(530단)이 2011~2012년 ‘유명인의 SNS 여론 동향’ 등을 담은 462건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안에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가수 이효리씨, 야구선수 이승엽씨 등의 온라인 활동과 그에 대한 반응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발언과 그에 대한 ‘우호 댓글’과 ‘비판 댓글’의 비율을 분석해 향후 대응 작전에 참고 자료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김관진 전 실장 위증했나</font></font>

더 충격적인 것은, 사이버사가 법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전산망을 들여다보거나 민간인 해커들을 중심으로 ‘언더그라운드 해킹팀’(지하 해킹조직)을 꾸렸다는 의혹이다.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이 정년퇴직하며 정치 개입과 관련한 그의 사건이 군사법원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됐다. 10월12일치 기사를 보면, 이 무렵 사이버사가 법원 전산망에 침투했고 이를 국정원이 감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감사 문건에는 “사이버사가 법원 등 공공기관을 해킹했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는 국방부 장관의 직할 조직이다. 조직체계상 사령관 아래 △31단(연구·개발) △510단(사이버전 담당) △530단(심리전단·심리전 담당) △590단(교육·훈련 담당) 등이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 및 이태하 전 단장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로는 530단이 댓글 공작 등을 통한 심리전 대응 작전을 수행했다. 해킹 의혹이 사실이라면, 530단 외의 다른 조직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510단의 사정을 아는 한 인사는 “법원 한 군데가 적발됐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를 해킹했다고 봐야 한다. 별 실수 없이 해킹에 성공하면 그 흔적 자체가 남지 않는다”며 “다른 불법 사례를 찾기 위해서는 더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사이버사의 한 간부도 과의 전화 통화에서 “530단(심리전단)의 작전 대상은 510단의 작전 대상에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박빙 승부가 벌어진 2012년 대선 당시, 사이버사가 댓글 공작 외에 해킹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것의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킹과 관련해 사이버사가 민간인팀을 직접 고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의 보도를 보면, 이 팀에는 민간인 8명이 고용돼 개인당 매달 300만원 정도 활동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는 이들이 근거지를 둔 서울 문래동 등지에 위장회사 6~7개를 설립한 뒤 가공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국가예산을 우회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10월12일 국회 국정감사장은 사이버사령부 성토장이 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직 장관, 정권 상관없이 사이버사령부가 그런 일을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군 사이버사령부를 완전히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의혹이 재차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도 탄력받고 있다. 검찰은 10월12일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오후에 그들을 불러 조사했다. 핵심은 당시 장관이던 김관진 전 실장에게 사이버사 댓글 활동이 보고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확인되면 김 전 실장은 2013년 4월 국회에서 위증을 한 셈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국민 상대로 전쟁 꿈꾸지 못하게 해야</font></font>

전직 두 사이버사 사령관의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 김관진 국방장관 시절에 정책실장을 한 임관빈씨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김 전 실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임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목전에 왔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임씨는 2013년부터 사이버사로부터 댓글 활동을 보고받은 핵심 간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돼왔으나 지금껏 수사받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폐 청산이라는 대의 앞에서조차 국방부는 성역처럼 존재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내부 혁신을 통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시는 군이 헌법상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국민을 상대로 전장을 만드는 일을 꿈꾸지 못하도록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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