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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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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572원으로 탈핵할까요

대안에너지로 전환하는 ‘탈핵 로드맵’…

2030년 재생에너지 20%는 국제 평균, 전체 일자리 늘고 전기요금 인상폭 낮아
등록 2017-10-11 12:37 수정 2020-05-03 04:28
<font color="#008ABD"><font size="4"><font color="#008ABD">탈핵으로 가는 길</font></font>
꿈같아 보이던 ‘탈핵’이 현실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고리원전 1호기 퇴역식’ 행사에서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5년 현재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의 비율은 31.2%다. 문 대통령의 계획대로 탈핵이 진행되면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자로는 하나둘 멈춰 2054년 신월성 2호기를 폐쇄하는 시점엔 신고리 3호기 1기(설계수명 2075년)만 남게 된다. 한국 사회가 사실상 탈핵을 완수하는 2050년대까지 채 40년도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 사회가 탈핵을 향한 길고 위대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10월 말 결론을 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달렸다. 모두가 숨죽인 채 공론화위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font>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행사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행사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탈핵을 향한 한국 사회의 긴 여정이 무사히 첫발을 뗄 수 있을까.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현재 원자력발전은 한국 전체 발전량의 30%를 차지한다. 탈핵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이 걸리는 기나긴 싸움이다. ‘원전을 멈춘 뒤엔 어떻게 전기를 생산할 것인가’라는 대안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탈핵에 주저하는 사람이 꽤 있다.

이런 인식은 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8월10일부터 누리집<font color="#C21A1A">(www.sgr56.go.kr)</font>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글에 주로 사용된 단어들을 분석한 결과 당연히 쓰게 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 등의 어휘를 빼면 ‘전기’(2060회)와 ‘전력’(2032회)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그 뒤를 이은 단어는 ‘태양광’(1759회), ‘신재생에너지’(1009회), ‘풍력’(973회), ‘비용’(1287회), ‘경제’(684회) 등이었다.

이는 시민들이 공론화를 단순히 ‘탈핵’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더 큰 틀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시민 인식을 기초로 한국 사회가 ‘탈핵’으로 가기 위해 세워야 할 유효한 전략을 추출해낼 수 있다. 즉, 시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것, 성공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해낸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도 ‘탈핵’이라는 당위를 앞세우는 대신, 어떻게 탈핵에 성공할 수 있을지 ‘대안’을 중심에 놓고 ‘2050년 탈핵 로드맵’을 고민해봤다. 새로운 에너지 시대로 가려면 수많은 허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각종 데이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함께 허들을 넘으며 탈핵을 위한 정교한 논리를 장착해보자.

<font size="4"><font color="#008ABD">‘2030년 20%’ 너무 빠른가. NO!</font></font>

탈핵 로드맵을 짜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는 급진적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4.8%다. 문재인 정부는 이 비율을 2030년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 정도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낸 사례는 흔하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을 2000년 6.2%에서 2015년 30.4%로 끌어올렸고, 우리와 자원 조건이 비슷한 일본도 2010년 10.5%에서 2015년 16.3%로 증가시켰다. ‘21세기를 위한 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4.5%에 이른다. 우리는 그저 세계 평균 근처로 가겠다는 온건한 목표를 세우고 있을 뿐이다.

정말 급진적인 계획은 이런 것이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5년 51%에서 2050년 10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독일(30.4%→80%), 중국(24.8%→86%), 멕시코(8.9%→50%) 등도 큰 폭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릴 계획이다. 캄보디아, 네팔, 수단 등 ‘기후취약성포럼’에 속한 48개 개발도상국도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현재 우리의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이미 10~20년 전에 논의하던 수준”이라며 “40년간 지속해오던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틀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느껴질 뿐 실제 전환 과정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주민들이 재생에너지를 반대한다. 대안있음</font></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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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여정의 첫 관문은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주민 갈등’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할 때 가장 먼저 발생할 문제고 이를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외국의 예를 보면, 독일에선 재생에너지로 인한 주민 갈등이 극히 드물다. 독일 재생에너지기구에서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95%가 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리는 데 찬성했다. 자신의 집 근처에 발전소를 설치해도 좋다는 사람은 57%(풍력)에서 72%(태양광)에 달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여론이 이처럼 긍정적인 이유가 뭘까. 안드레아스 뷔그 독일에너지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은 9월6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민과 농부들이 직접 참여해 이득을 얻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는 재생에너지협동조합 850개에 조합원 16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소 출자금 50유로(약 6만8천원)만 내면 지역 주민이 발전소에 투자하고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font color="#C21A1A">(‘빛 모아 힘 모아 에너지 농사’ 참조)</font>

반면 한국에선 벌써부터 대규모 갈등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북 청송과 영천, 전북 고창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진행되는 농촌 곳곳에서 주민들이 반대집회에 나섰다. 독일과 달리 사업의 주체가 주로 외부에서 들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갈등 자체도 문제지만 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발전 단가가 높아진다.

해결 방법은 가까이 있다. 이유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해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신뢰할 만한 기업을 소개하고 투자 방법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발전사업에 지역민의 투자가 일정 부분 포함돼야 허가를 내주는 방법도 있다. 이유진 위원장은 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기 전에 먼저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이 순서가 거꾸로 돼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소 입지 조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 생태보존지역 포함 여부, 주거지와의 이격 거리 등 부처나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전기요금이 오른다. NO!</font></font>

탈핵 여정 초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2년까지 전력예비율이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전기요금 상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9월14일 페이스북 <font color="#C21A1A">‘대한민국 청와대’ 페이지</font>).

그러나 2020년대 중·후반이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2022년부터 2029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가운데 절반이 멈춘다. 이때부터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발전 비중이 지금보다 10~15% 줄고 그만큼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늘었을 때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계산해 지난 5월31일 발표했다.

요금 인상분은 커피 한잔 정도의 값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30년 에너지 전환으로 매달 추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이 가구당 월평균 5572원이라고 계산했다. 2016년 요금의 11.9%에 해당한다. 생각보다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6일 국회 토론회에서 연구원이 예측한 요금 인상 추정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재생에너지로 과감한 전환에 성공할 경우 “국민 안전,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 장기적으로 다양한 측면의 편익이 기대된다.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친환경 전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가 요금 부담이 크지 않은 이유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선 이미 태양광 에너지가 석탄만큼 싸다. 미래 에너지 예측 전문기관 블룸버그는 에서 2040년께 태양광발전 비용이 현재의 3분의 1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육상풍력 비용은 2040년까지 47% 하락하고 해상풍력 비용은 무려 71%나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전기요금 단가가 올라도 실제 국민 부담은 늘지 않을 수 있다. 독일은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16년간 전기요금이 두 배 올랐다. 이를 근거로 원자력계 일각에선 ‘탈핵 하면 요금 폭탄 맞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단위당 전력 요금은 올랐지만 독일의 각 가정이 내는 총 전기요금은 1990년부터 2012년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전기요금 인상 정책으로 각 기업들이 전기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앞다퉈 높였고, 그에 따라 전체 전력소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요금 폭탄’은 없었다. 독일의 탈핵을 결정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던 미란다 슈로이어가 6월20일 환경운동연합 초청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일자리가 사라진다. NO!</font></font>

탈핵으로 원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건 사실이다. 국내 원자력산업 인력은 2015년 기준 3만5330명이다. 2030년까지 현재 가동되는 원전의 절반이 문을 닫고, 2050년까지 나머지 절반이 마저 문 닫을 경우 실업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공급산업체, 장기적으로 발전사업자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전체 실업자 수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된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명으로 전 산업 평균 13.98명보다 훨씬 높다(2008~2010년 기준). 원자력발전의 취업유발계수인 17.7~19.8명(2009~2011년 기준)보다 높다. 취업유발계수는 최종 수요가 10억원 발생했을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뜻한다.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확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종사자 수는 1만5330명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원전 해체 산업 등을 육성해 7만7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8월29일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분야는 세계적으로도 막대한 양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2017년 발간한 ‘재생에너지와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재생에너지 종사자 수가 980만 명에 이른다. 매년 평균 66만 개씩 일자리가 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이 유망하다. 태양광발전 종사자 수는 2012년 136만 명에서 2016년 30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장 일자리가 많이 생긴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364만 개나 된다. 뒤이어 유럽과 일본, 미국, 인도, 브라질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IRENA는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일자리 2400만 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한다. 더 이상 가동하지 않는 원전을 폐로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날씨 등으로 정전 위험이 생긴다. 대안있음 </font></font>

탈핵 여정의 중반부터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변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은 자연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받는다. 구름이 끼고 바람이 멈추는 통에 전력출력량이 춤을 춘다.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재생에너지가 주요 전력 생산원이 된다면 전기 부족으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의 전력 계통과 연결돼 있지 않아서 더 문제다. 유럽 국가들은 전력망이 서로 연결돼 있어 한 나라의 전력이 부족하면 인접 국가에서 끌어올 수 있다. 한국도 러시아, 몽골, 중국, 일본 등과 전력망을 연결해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만들자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변동성을 극복할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우선 5분 단위로 전력량을 계산해 전기가 모자랄 경우 백업 전원을 투입하는 ‘실시간 예측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에는 24시간 뒤에 필요한 전력량을 예측해 발전소 가동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경우 하루 뒤 기상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예측을 해도 오차가 생긴다.

실시간 예측 기술은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바로 5분 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한다. 발전량이 수요를 못 채운다고 판단되면 즉시 유연성 자원을 투입한다. 유연성 자원은 수분 내로 가동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자원으로 가·변속 양수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 등이 있다.

전국에 흩어진 재생에너지 발전소 출력 정보를 한꺼번에 감시하는 ‘통합관제시스템’도 마련된다.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은 2017년 말까지 제주 지역에 시범단계 시스템을 구축한 뒤 2018년부터 2년간 시험운영을 추진한다. 2020년 이후에는 통합관제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발전 단가가 변하는 ‘실시간 전력시장’도 연구 중이다. 갑자기 전력이 부족해졌을 때 발전 단가를 높이면 유연성 자원을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양성배 전력거래소 전력계획처장은 “아무리 유연성 자원이라도 갑자기 출력을 높였다가 줄이는 과정을 반복하면 기계가 빨리 마모되고 수명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급할 때 반짝 기여해 정전을 막는 사업자에게 높은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YES!</font></font>

탈핵의 마지막 관문이자 화룡점정은 에너지 절감이다. 재생에너지를 보급해 전력 공급을 늘려도 에너지 소비량이 따라서 증가한다면 탈핵은 그만큼 멀어진다. 한국은 2014년 기준 전세계에서 8번째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1인당 전력소비량도 13위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전 정부들은 전력소비량이 계속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왔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2016 장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40년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2015년보다 26% 높게 전망했다. 이에 반해 이웃 나라 일본은 2014년 발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총 에너지 수요량을 2013년보다 13% 정도 낮춰 잡았다. 일본 정부는 “철저한 에너지 저감 대책과 큰 폭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이뤄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탈핵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에너지를 적게 써야 한다. 최종에너지 소비를 지금보다 24% 줄인다면 비용 증가 없이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사회가 가능하다는 담대한 예측을 한 보고서가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8월23일 발표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 2050 에너지 전략’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산업부문의 전기 과소비를 지적한다. 산업부문 전력소비량은 국내 최종에너지의 54.9%를 차지하며 인구수로 나눴을 때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1인당 산업용 전기 소비가 높은 이유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외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차 에너지(석탄·석유·LNG 등)보다 낮은 전기 가격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돼 전기의 열소비가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전기로 열을 내는 것은 굉장한 낭비다. 1차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공장에서 직접 1차 에너지를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거꾸로 제조업 공장의 전기 열소비는 2005년부터 10여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제조업 분야 전기 소비량의 45.1%가 오븐과 히터, 건조기에 사용됐다.

보고서 연구책임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기업이 스스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게끔 만드는 가장 일차적이고 직접적이고 중요한 정책 수단이 요금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대중교통과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확대하고, 열손실을 최소화한 ‘제로에너지’ 건물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럽연합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2050년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40%만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상훈 소장은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효율을 높여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라며 “소비가 줄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도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font color="#A6CA37">용어 정리</font>


신재생? 재생?


한국에선 태양광발전 등 전통 자원(화석연료·원자력) 외에 새로 떠오르는 에너지원을 뜻하는 ‘리뉴어블 에너지’(Renewable Energy)를 뜻하는 표현이 여러 개 혼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재생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한국에서만 쓰는 용어다.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3개 분야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8개 분야를 합친 말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현은 재생에너지다. 나라마다 조금씩 범위가 다르지만 대체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8개 분야와 비슷하거나 더 좁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에서 신에너지와 비재생폐기물을 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재생에너지만 추리면 수치가 확 낮아진다. 2015년 기준 1차 에너지 공급원의 1.47%로 OECD 꼴찌다. 제1182호(탈핵 특집호)에선 관련 용어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통일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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