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새로운 체제로 탈바꿈한다면 제일 먼저 조사대상이 될 사건은 지난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다. 이 사태의 전체 진상은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강경진압을 주도했던 사람이 당시 총리였던 리펑 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리펑이 최근 천안문 사태 관련자들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제소가 이뤄진 곳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권단체인 헌법권리센터는 지난 9월1일 “군의 강제진압이 있기 2주일 전 당시 리펑 총리가 텔레비전에 나와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이 때문에 수천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지난달 말 그를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소송은 해외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미국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는 미국법에 근거해 제기됐다.
이 발표가 나왔을 때 리펑은 유엔 세계국회의장 회의에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중이었다. 이날 미국에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은 리펑이 묵고 있는 맨해튼의 한 호텔로 가서 그의 경호원들에게 소장을 전달했다. 소송을 낸 원고 4명 가운에는 당시 학생시위 주동자 출신으로 저명한 반체제 인사인 왕단도 들어 있다. 원고 가운데 한명인 장리밍은 “지난해 우리는 중국 정부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11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의 여동생은 당시 시위에 참가했다 총에 맞아 숨졌다. 천안문 사태 유가족들은 지난해에도 중국 검찰에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듣지 못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gauz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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