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1073일의 기다림

3월23일 새벽 수면 위로 모습 드러낸 세월호…

선체 인양 뒤 미수습자 수습, 진상 규명 과제 남아
등록 2017-03-28 21:31 수정 2020-05-03 04:28
3월24일 전남 진도 동거차도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인양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3월24일 전남 진도 동거차도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인양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1073일의 기다림 끝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3월19일 아침 6시 세월호 시험 인양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와 세월호 밑에 깔린 33개 철제빔을 들어올릴 와이어(줄)가 꼬이는 현상이 발생해 인양이 취소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3월22일 오전 10시, 두 번째 시험 인양은 성공했다. 해수부는 이날 밤 8시50분부터 바로 본인양에 착수했다. 세월호는 하루를 넘긴 3월23일 새벽 3시45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5시까지 순조롭게 수면 위 8.5m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 뒤 세월호와 세월호를 인양하는 잭킹 바지선이 부딪치는 ‘간섭현상’이 발생해 작업이 중단됐다. 원인을 확인해보니 세월호 선미 왼쪽 램프가 열려 더 이상 인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램프는 선박에 자동차나 화물 등이 오갈 때 출입구로 사용하는 다리 형태의 구조물이다. 해수부는 침몰하면서 왼쪽 램프의 고정 장치가 고장난 것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램프 절단 작업이 시작됐다.

하루를 넘긴 3월24일 아침 6시45분에야 작업이 끝나고 인양이 재개됐다. 그리고 이날 오전 11시10분에야 세월호는 목표로 한 수면 위 13m까지 올라왔다. 2대의 잭킹 바지선에 묶인 세월호는 5대의 예인선에 끌려 침몰 지점에서 3km 떨어진 반잠수선으로 옮겨졌다. 반잠수선은 세월호를 실은 곳에서 87km 떨어진 목포신항으로 이동한다,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반잠수선이 목포신항에 도착하는 것은 4월 초가 될 전망이다.

인양이 마무리된 뒤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과제는 미수습자 수습이다. 세월호에는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9명이 남아 있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해 민간 유해 발굴 전문가들을 투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내 최고 유해 발굴 전문가로 꼽히는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과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바닷속에서 유해를 발굴한 경험이 없다. 외국에서도 드문 사례다”며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큰 뼈들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골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월호 안에는 여러 집기가 섞여 있거나 펄 등이 들어차 미수습자 수습이 빠르게 마무리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선체 내부 상황을 파악해 방역이나 내부 청소 등 모든 단계에서 유골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조심하지 않으면 (선체 정리 과정에서) 물속에 오래 있어 약해진 유골이 손상되거나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선체를 크게 흔들거나 배 안을 물로 한꺼번에 씻어내면 유골이 흩어질 수 있다. 사람 몸에는 206개 뼈가 있기 때문에 흩어져 섞이면 일일이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박 교수는 “유골 찾는 작업이 계속 진행될 텐데 이미 나온 유골을 어떻게 보관할지도 쟁점이 된다. 보존 처리를 할지, 유골을 하나씩 다 맞출지 등 여러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양 뒤 주어진 두 과제
세월호가 1073일의 오랜 기다림 끝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가 1073일의 오랜 기다림 끝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공동취재단

미수습자 수습에 이어 선체 조사를 통한 참사 진상 규명 역시 중요한 과제다. 2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선체조사위는 총 8명의 위원과 50명 이내의 직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국회가 5명, 희생자 가족 대표가 3명을 추천한다. 활동 기간은 조사 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며 한 차례 4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선체조사위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월2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세월호 인양 국회토론회’(토론회)에 참석한 박흥석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세월호는 참사의 원인을 말해줄 제1의 증거물이다”라며 “그 증거물의 온전한 인양과 조사는 사고 원인 분석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세월호 선체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을 알려줄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의미다.

토론회에 참석한 공길영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사고 원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에 충격이 있다면 반드시 외판(세월호 겉면)에 흔적이 남는다. 흔적이 없으면 내부적 요인을 확인할 수 있다. 조타 미숙이나 과적, 평형수 부족으로 인한 복원성 상실 등을 확인해볼 수 있다”며 “(선체 조사를 하면) 실제 화물량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 결함 등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10년 이상 선박에서 기관 업무를 맡아온 기관장 ㄱ씨는 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인양 모습을 보니 침몰 원인은 ‘러더’에 이상이 생겨 급선회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체 조사에서 러더 부분을 살펴보면 사고 원인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러더는 선박이 선회할 때 사용하는 방향키로 유압으로 작동한다.

ㄱ씨는 “러더는 방향 선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유압으로 꽉 잡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러더를 조절하는 유압이 외부로 새거나 터지는 것이다. 이 경우 러더가 크게 움직여 선박이 급선회한다. 유압이 잡아주지 않으니 러더가 물의 저항 등에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도 한다.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면 러더가 침몰 과정에서 물의 저항과 조류의 영향을 받아 위쪽으로 들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움직였다는 건 유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세월호 선체에 남아 있을 여러 자료나 기록도 참사를 둘러싼 의혹을 푸는 단서가 된다. 세월호 선체 조사는 희생자들에게 사고 원인을 설명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이자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세월호 선체 절단하나

문제는 선체 절단이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목포신항으로 옮긴 뒤 객실 부분을 분리해 직립으로 세우는 계획을 전제로 선체 정리 용역을 체결했다. 객실 부분 분리 등은 ‘코리아샐비지’가 맡는다. 객실 부분을 분리하면 선체에 큰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 등은 선체 절단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토론회에서 “해수부가 실물을 보지 않고 계속 선체 절단을 이야기한다. 만약 미수습자를 수습해야 하는데 막혀 있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해체 수준으로 뜯어내야지 어떻게 하겠나. 하지만 뜯어내지 않은 상태로 들어가서 미수습자를 수습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해수부가 절단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조건 자르자고 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절단으로 화물이 쏟아지면 화물로 인한 복원성 상실 등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공길영 교수는 토론회에서 “(출항 전 화물 선적 때) CCTV(폐회로텔레비전) 등을 통해 확인한 화물 적재가 그대로인지 봐야 하는데 배를 자르는 순간 화물이 쏟아지니까 (원래 배치 상태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절단 방식이 오히려 미수습자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박흥석 전 조사관은 “선체를 절단하면 산소 절단 방식을 쓰게 된다. 강한 열로 강판과 프레임을 제거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수습자의 흔적이 손상될 수 있다”며 “또 배를 자르는 것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관계자는 “일단 코리아샐비지와 객실 부분 분리를 전제로 계약한 것은 맞다. 해수부에서 검토한 결과 객실 부분을 직립시킨 상태에서 수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객실 부분 분리가 아니면 선체에 다른 진입로를 뚫어야 하는데 그 방식 역시 손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객실 부분 분리는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가 반잠수선으로 옮겨지면 코리아샐비지 관계자가 승선해 배의 상태를 볼 계획이다. 계약서에 상황에 따라 선체 처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해뒀다. 객실 부분 절단이 더 위험하거나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있다면 객실 부분을 분리하지 않거나 일부만 하는 방식이 채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양은 끝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월호를 맞이했지만,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을 할 때까지는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세월호 인양은 선체가 목포신항에 거치가 되고 그 안에서 미수습자 9분을 찾고 또 진실을 찾아야 끝나는 것이다. 이제 다 녹슨 철덩어리를 건져올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아직 인양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3주기  추모의  마음을  나눕니다


세월호,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해 한 일이나 세월호와 관련된 사연을 보내주세요.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3년 동안 가방에 달고 다닌 ‘노란 리본’,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아간 이야기, 문득 전남 진도 팽목항에 들러 시린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본 사연도 좋습니다. 글과 함께 사진도 보내주세요. 추모 현장에 갔던 사진이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물건 사진 등을 여러분의 사연과 함께 세월호 특집호에 실을 계획입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일상에서 굳게 지키고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보내주신 이야기와 사진은 지면 등에 실립니다.
■담을 내용
-이름이나 별명
-200자 원고지 5장(1천 자) 정도의 글
-추모 현장이나 물건 등의 사진
■보낼 곳
-bonge@hani.co.kr
■실리는 곳
-
-세월호 아카이브 (sewolarchive.org)
-세월호 아카이브 스토리펀딩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