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땅에서 어머니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이야기한다. 인간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고영자(61) 전 전북교육연대 상임대표여성운동연합 의장은 최근 시어머니(이공득·85)와 함께 고부 2대의 생애사를 통해 한국 여성의 삶을 되짚어보는 책을 펴냈다. (학예사 펴냄, 063-284-3316)이다.
흔히 고부간은 부드러움보다 긴장이 더 진하게 느껴지게 마련. 그러나 책은 그런 일반적인 선입견을 여지없이 넘어선다. 시어머니의 생애를 씨줄로, 며느리의 삶을 날줄로 해 근대화 한국 여성의 소중한 삶의 여정을 풍요롭게 펼쳐보인다.
두 사람이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만난 때는 1968년. 이해 고씨는 이영호 목사(현 한일장신대 총장)와 가약을 맺는다. 며느리를 보기까지 시어머니 이씨는 식민지와 한국전쟁, 가난과 기근으로 얼룩진 한국 여성의 전형적 삶을 살았다. 1915년 군산에서 쌀 중매업을 하는 집안의 셋째딸로 태어난 뒤, 일본 고베로 시집을 간다.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에 가서 노동을 해서라도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 명령으로 결혼을 해야 했다.”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남편과 함께 경양식집을 하며 가세를 키웠다. 물론 단 한 문장으로 축약할 만큼 평탄한 삶은 아니었다. 그 사이 남편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혼자서 가업과 육아를 몽땅 떠맡아야 했다.
며느리 고씨는 시어머니 세대의 척박한 현실을 딛고 여성의 삶을 개척해온 1세대 여성운동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삶 곳곳에도 이 땅 여성의 고단한 눈물자국은 점점이 찍혀 있다. 1941년 전남 고흥에서 방앗간집 넷째딸로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종갓집 며느리로서 딸만 내리 넷을 낳은 자괴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흐느끼기만 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던 고씨의 운명은 결혼과 함께 큰 변화를 겪는다. 전주YWCA에서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 이후 YWCA 회장, 여성운동연합 의장, 나아가 95년 전북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삶의 지평을 민주화와 남녀평등을 향한 사회적 실천으로 넓혀가게 된다.
이번 책은 전주지역의 후배 여성운동가들이 고씨의 회갑과 시어머니 이씨의 여든다섯 생애를 기념해 기획했다. 이혜숙 편집위원장(롯데어린이집 원장)은 “두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내재돼 있는 내면의 힘을 끌어올려 힘있고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성장해온 분들”이라며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귀감”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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