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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타트업 ‘와글’ 이진순 대표, 1인 미디어 ‘쥐픽쳐스’ 국범근 참여한 ‘필독 콘서트’ 지면 중계
등록 2016-10-05 18:15 수정 2020-05-03 04:28
이진순 와글 대표(가운데)가 출간한 <듣도 보도 못한 정치>의 문제의식을 시민들과 나누는 ‘필독 콘서트’가 9월26일 열렸다. 1인 시사 미디어 ‘쥐픽쳐스’ 국범근(오른쪽)이 패널로 참여했고,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왼쪽)이 사회를 맡았다. 정용일 기자

이진순 와글 대표(가운데)가 출간한 <듣도 보도 못한 정치>의 문제의식을 시민들과 나누는 ‘필독 콘서트’가 9월26일 열렸다. 1인 시사 미디어 ‘쥐픽쳐스’ 국범근(오른쪽)이 패널로 참여했고,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왼쪽)이 사회를 맡았다. 정용일 기자

이진순 와글 대표의 별명은 ‘공작새’다. 곱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대표는 1985년 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을 했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다. ‘독방’을 견딜 만큼 억세고 당찬 여자다. 방송작가를 하다 덜컥 미국 유학길에 올라 시민운동과 정치혁신을 연구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최초의 정치 스타트업 ‘와글’을 만들었다.

1인 미디어 ‘쥐픽쳐스’의 대표 국범근. 투표용지를 손에 쥐기도 전에 정치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문 읽지 말고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말에 정면으로 응수했다. 갓 새내기가 된 1997년생 국범근은 이미 온라인에선 ‘최고 존엄’으로 통한다. 페이스북·유튜브에 3만5천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9월26일 저녁 서울 충정로 카페 ‘벙커1’에서 과 문학동네가 공동 주최한 ‘필독 콘서트 21’이 진행됐다. 사회는 안수찬 편집장이 맡았다. 어스름이 깔리는 늦저녁 70여 명이 참석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듣도 보도 못한 정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안수찬 편집장 ‘와글’ 대표를 맡고 계신데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이진순 와글 대표 와글은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 스타트업을 표방한다. 소셜벤처의 일종이다. 창의적·혁신적인 방법으로 정치 생태계를 바꿔보려고 한다. 나까지 10명의 구성원이 일하고 있다.

안수찬 책 제목()이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그렇게 지은 이유는 뭔가.

이진순 “너희만 정치를 아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정치권에 계신 분들한테 “정치를 이렇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하면 “그런 정치가 어디 있냐? 정치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근본부터 다른 방식의 정치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수찬 동감한다. ‘스토리펀딩’에 연재되는 <font color="#C21A1A">‘듣도 보도 못한 정치’</font>를 발견했을 때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정치학자도 기자도 소개해주지 않는 해외의 직접민주주의 실험 사례들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있으나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건강하고 활발한 외계 생명체를 찾은 기분이었다. (웃음) 책에서 다룬 인상적인 사례를 소개해달라.

이진순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례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첫 여성 시장으로 뽑힌 아다 콜라우는 정치 경험이 없는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다. 도대체 어떻게 신생 정당 ‘엔 코무’ 소속의 아기 엄마가 양당 체제를 깨트리고 시장이 됐을까? 아다 콜라우는 항상 “저는 얼굴마담일 뿐 대표가 아닙니다. 제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정당은 공약 제시, 당직자 구성, 후보자 선출 등 핵심 사안들을 아래로부터 결정한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토론하고 다시 온라인 투표를 한다.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 책 앞부분에 포데모스 같은 스페인 정당 얘기가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스페인이 유사한 점이 있나.

이진순 스페인은 시민이 주도해서 온라인에 기반을 둔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한 모범적인 사례다. 스페인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인구 규모와 국민소득이 거의 비슷하다. 역사적으로도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밑에서 독재를 경험했다. 1975년 총통이 죽으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도 우리나라처럼 뿌리 깊은 양당제 시스템에서 ‘A냐 B냐’를 선택해왔다. 이번에 스페인의 새로운 변화는 ‘A냐 B냐’가 아니라 ‘새로운 C’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인구 규모, 인터넷 보급률, 국민소득, 학력 수준 어느 면에서도 스페인에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가 이만한 실험을 못할 이유가 없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스페인 온라인 민주주의, 무엇이 새로운가</font></font>

안수찬 이 책은 직접민주주의, 온라인민주주의에 대한 얘기인 것 같다. 실례일 수도 있지만 기시감이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수도 없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확히는 금융위기인 2011년 이후 유럽의 혁신적인 신생 정당들이 생겨났다. 비교적 최근에 이들이 정치권력을 잡는 데 성공한 이유는 뭔가.

이진순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직업정치인들이 정치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다. 대의제는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대다수 군중은 정치에서 배제된다. 유럽은 ‘새로운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고인 물은 매수되기 쉽다. 진보든 보수든 대의제에서 정치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목표가 동일하다. 재선이다. 계속 권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본인들이 재집권하기에 적합한 파트너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진보와 보수의 차별성이라는 것 자체도 상품화된다. 실제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 차이는 점점 줄어들어서 좁은 창틀이 되고 있다. 이 창틀로는 전체 세계를 담아낼 수 없다. 시민들의 주권 행사 기회를 늘려야 한다. 물론 직접민주주의가 대의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대의제가 특권 계급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안수찬 이제 국범근에게 질문하겠다. 대중을 여러 채널로 만나는데 직접·온라인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있는가.

국범근 나는 시사 이슈를 담론화하는 일을 한다. 에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댓글에 달리는 피드백으로 완성된다. 영상을 제작하면서 파악하지 못했던 깊은 얘기들이 담론화돼 솟아난다. 이번 총선 때도 영상을 올리면 순식간에 토론이 이뤄졌다. 주제를 던져주면 사람들이 게임하듯 토론에 참여한다. 순전히 재미있어서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치의 게임화가 중요하다. 사람이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게임을 통해 ‘스스로가 쓸모 있는 인간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투입한 시간과 노력만큼 레벨이 올라간다. 즉각 보상받기 때문에 흥미를 느낀다. 마찬가지로 정치도 시민이 참여하면 수시로 피드백이 오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진순 동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 혐오가 심하고 무관심하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도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막상 참여하려고 하면 방식이 제한돼 있다. 절차도 까다롭다. 시민 참여가 제대로 되려면 시민의 고견이 채택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의견이 어디까지 접수·반영됐는지 공개해야 한다. 여태 봐온 시민 참여는 ‘팬클럽 모으기’같이 구색맞추기용이었다. 제대로 된 효능감만 보장할 수 있다면 시민들은 진지하게 참여할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댓글 피드백으로 꽃피우는 SNS 시사 토론</font></font>

안수찬 시민들이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이진순 ‘루미오’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제를 놓고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 참신하다고 느낀 대목은 일회성 투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표결하게 만든다. 숙의 민주주의적 투표 방식은 소수의 의견을 끊임없이 반영해 전체 합의에 투영되도록 한다.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는 화살촉같이 예리한 질문들이 날아들었다. 우매한 대중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은 플라톤 얘기부터 한국의 촛불시위와 정당 혁신 논의까지 등장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질문에 세 사람은 잠시도 마이크를 놓지 못했다. 강연은 예정된 밤 9시를 훌쩍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국범근은 “‘20대 개새끼론’을 논하기 전에 청년들도 제대로 발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순 대표는 “유쾌한 상상력으로 정치판을 바꾸자”고 말하며 경쾌한 마침표를 찍었다.

박로명 2기 교육연수 수료생 romyung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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