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팔을 감은 당신 손을 통해/ 전해오는/ 당신의 분홍빛 가슴 떨림/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 진정 하나된 당신과 나/……/ 더도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아름답게 하소서/ 지금처럼 축복을 내리소서/ 영원히 서로 사랑하게 하소서!(나의 신부에게)
성희직 강원도 도의원(민주당·정선)이 가는 결혼식에선 늘 낭랑한 축시 한편이 울려퍼진다. 빳빳한 축의금 봉투 대신 그가 들고가는 선물은 새 가약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시 한편이다. “1991년 옛 민중당 후보로 광부 출신 첫 도의원이 된 뒤 다른 정치인만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적지 않게 청첩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선거법에 1만5천원 이상은 부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다, 사실 형편도 넉넉지 못해 봉투를 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대안이 축시였다. “직접 지은 결혼축시를 한 편 예쁘게 프린트해 케이스에 넣어줍니다.” 식장에서의 시 낭송도 물론 그의 몫이다. 케이스 비용은 고작 몇천원이지만, 반응은 뜨겁다. 신혼부부뿐 아니라 하객도 그의 특별한 축의를 신선하다며 반긴다. “가장 좋은 결혼선물을 받았다며 나중에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3선 도의원인 그가 하필 축시를 축하의 방식으로 삼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첫 도의원 임기중이던 92년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흘가량 한 중국집에서 허드렛일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때 친해진 중국집 지배인의 결혼식 청첩을 받고 그는 처음 축시를 썼다. “그 친구는 형편이 어려워 7년째 동거만 하다 아이가 다섯살이 되자 더 늦기 전에 결혼식을 올렸거든요. 그들을 진정으로 축하해줄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시를 썼어요.”
당시 이미 등의 시집을 내기도 했던 성 의원이 그렇게 밤새 쓴 시 ‘나의 신부에게’를 주례사 뒤에 낭송하자 신부는 감동에 끝내 눈물짓고 말았다. 그날 이후 성 의원의 축의는 늘 축시였다. 지금껏 써온 축시만 20여편이다.
“기뻐해주는 부부의 얼굴은 내게 더 큰 기쁨”이라는 성 의원에게 최근 축시 축의에 따른 기쁨 하나가 더 찾아왔다. 생활개혁범국민협의회(의장 손봉호 서울대 교수) 주최 ‘아름다운 혼례문화실천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으로 뽑혀 2001년 12월26일 상을 받은 것이다. “2002년은 결혼식이 부담이 아닌 진정한 축하의 자리가 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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