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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기름 유출은 물고기 폐사와 무관하다?

금강 세종보에서 기름이 흘러내리는 지점, 유해성분 4가지 확인… 하류 물고기가 죽어가지만 수자원공사는 “문제없다” 되풀이해
등록 2016-07-26 12:40 수정 2020-05-03 04:28
7월10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세종보 하류에서 기름 제거를 위한 흡착포를 뿌리고 있다. 김종술 제공

7월10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세종보 하류에서 기름 제거를 위한 흡착포를 뿌리고 있다. 김종술 제공

“무슨 공사를 하시나요? 시멘트 같은 게 흘러내리는데 뭐죠?”

“아, 별거 아니에요. 보 수문을 작동하는 유압실린더에 문제가 있는지 벽으로 조금 타고 흐르네요.”

“저거 기름 아닌가요?”

“기름인데, 친환경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기름통에 적힌 빨간색 경고 문구를 보고 다시 따져물었다.

“무슨 소린가요.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윤활유인데. 기름통에 ‘삼키면 유해함, 피부에 자극을 일으킴,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킨다’고 적혀 있는데.”

파란 천막 걷자 드럼통 20개

당황한 듯 담당자는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흘러내린 기름이 문제였다. 빨리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기름을 제거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다그쳤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화물차량에 오일펜스가 담긴 빨간색 자루(4개)가 들어왔다. 오일펜스를 설치하느라 물 밖과 보트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흡착포가 들어오고 그걸 물속으로 던져넣었다. 그 시간까지 기름이 몽글몽글 솟구치는 물속에서 잠수부가 기름 유출 부분을 찾느라 연신 오르락내리락했다.

4대강 사업 당시 ‘최고 명품보’라고 홍보하던 세종보가 7월10일 고장으로 멈췄다. 7월4일부터 장맛비로 수문을 열었던 게 화근. 상류에서 떠밀려온 토사가 수문에 쌓였다. 억지로 수문을 세우면서 수력발전소 쪽 3번 유압실린더 호스가 터진 것. 유출된 기름은 보를 세우고 눕히기 위해 유압실린더에 들어가는 작동유(하이드로신 바이오 46, 생분해성 유압작동유).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예산 2177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총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 저수량 425m³의 ‘전도식 가동보’. 2012년 6월20일 준공했고, 이명박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결함이 드러났다. 한겨울에도 잠수부가 동원돼 보수해야만 했다. 전국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해마다 2~3월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고 점검과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점검과 보수가 있었다.

기자가 세종보를 찾은 시간은 7월10일 오전 9시40분. 한가로워야 할 일요일 오전, 파란 천막이 덮인 기름통에서 하얀 호스가 수력발전소로 연결돼 있었다. 먼발치에서도 작업자가 기름을 빨아들이는 펌프를 작동하는 것이 보였다. 발전소 쪽 닫힌 수문 아래에 흘러내리는 물빛이 황색. 샘이 솟듯 더 많은 양이 뭉글뭉글 솟아오르면서 하류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수자원공사에 전화해 물었으나 “공사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출입이 차단된 울타리 안쪽, 낯익은 수자원공사 세종보 담당자가 서 있었다. 훌쩍 뛰어들어 파란 천막을 확 걷어버리자 200ℓ 드럼통 20개가 감춰져 있었다. 세종보 관계자와 보 유지·관리를 맡은 하청업체 관계자들까지 10여 명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시간이 오전 9시40분. 환경부에 전화한 시간이 10시30분. 사고 접수를 받았어야 했을 환경부가 거꾸로 수자원공사에 전화해서 확인한 시간은 10시40분. 수자원공사의 어느 직원은 기름 유출 확인 시간을 동료들에게 카톡으로 알렸다는 시간이 8시31분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기준치 이하, 특이사항 없다”
7월11일 세종보에서 잠수부가 기름 유출 지점을 찾고 있다. 김종술 제공

7월11일 세종보에서 잠수부가 기름 유출 지점을 찾고 있다. 김종술 제공

녹색연합은 ‘금강 세종보 수중 기름 유출 사고 처리 엉망, 국민께 사과하고 조속한 수습,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다렸다는 듯 수자원공사는 (기름 유출) 최초 확인 시간을 10시40분이라고 허위로 발표했다. 그리고 7월11일 수질 검사 결과 “이번에 유출된 기름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거짓이다.

현장을 찾지도 않은 언론들은 수자원공사에서 배포한 자료로 기사를 내보냈다. 친환경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수생태계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식. 현실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기자가 어렵게 입수한 수자원공사의 수질분석 자료를 보면, 사고 당일 오후 6시40분께 채수하여 수자원공사가 분석한 시료 중 사고 지점과 펜스 안쪽에서 유해성분 4개 항목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z)-9-옥타데센산 2’ ‘2-다이메틸-1’ ‘3-프로판 디일 에스터’와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 등 유해성분이 검출된 것.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검출은 됐지만, 기준치 이하라 (유해성을) 단정짓기가 어렵다. 공주보에서 세종보까지 주변 생태 점검을 하고 있지만, 특이사항이 확인된 건 없다”고 말했다.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로 기름 제거 작업을 벌이던 7월12일. 문제의 수력발전소 쪽에 높이 4m, 길이 61m의 3번 수문이 있고, 아래쪽으로 높이 1.9m, 길이 61m의 작은 수문이 있다. 잠수부들이 물속을 더듬어 토사를 끌어내고 겨우 수문을 세웠다. 웅덩이처럼 보이는 이곳에 갇힌 물의 양은 8천만ℓ정도. 펌프카 수백 대 분량이다. 수자원공사는 물 위에 뜬 기름을 제거한다며 펌프카를 동원해 2~3차례 기름을 걷어내기도 했다.

사고 발생 5일째. 수자원공사는 안내판도 없이 7월15일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며 경비를 동원해 외부인 출입을 차단했다. 그러면서 차단된 틈을 타고 그동안 홈통에 갇혀 있던 펌프카 수백 대 분량의 물을 양수기를 동원해 밖으로 빼버렸다. 금강 하류로 흘러보내면서 모든 증거가 사라졌다.

한편, 세종보 공사 때문에 7월10일부터 하류 백제보와 공주보 수문이 열렸다. 물속에 감춰졌던 펄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 당시 대규모 준설공사가 이뤄진 뒤 처음이다.

7월14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교와 신공주대교 중간에 있는 새들목(모래섬, 14만m²)을 찾았다. 새들목은 2008년까지 공주 시민들의 식수를 채수하던 지점.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금지돼 있으며, 이전 모니터링에서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18종이 확인된 곳이다. 4대강 사업 당시 모니터링에서는 자라 집단 서식지로도 확인됐다.

오염에 강한 잉어·붕어 폐사
7월18일 공주보 주변에서 발견된 잉어 사체. 김종술 제공

7월18일 공주보 주변에서 발견된 잉어 사체. 김종술 제공

수위가 내려간 이곳은 들머리부터 바닥이 드러나 자갈과 펄이 뒤섞여 있었다. 바지장화를 입고 걷기가 힘들 정도로 펄층이 두꺼웠다. 펄에서는 시궁창에서나 맡아봄직한 악취가 진동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조개들이 무더기로 죽어 있었다.

새들목 상류인 신공주대교 쪽 펄층만 깊이가 35cm를 넘었다. 물이 빠진 안쪽으로 더 들어가려 했으나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렁처럼 발목이 잡혔다. 인근 혈저천(지류하천)에서 유입되는 자갈과 모래 등 토사가 쌓이고 있었다. 펄에는 새들과 야생동물이 지나간 흔적만 남았다.

버드나무와 모래가 무성했던 새들목은 지난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렸다. 물이 빠지면서 생겨난 작은 웅덩이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 치어들이 죽어 있었다. 본류 쪽에 드러난 모래톱은 온통 10~30cm 깊이의 펄밭이다. 이곳에서도 물이 빠지면서 햇볕에 말라죽은 조개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7월15일부터는 공주보 주변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고 있다. 손바닥 크기부터 수박만 한 자라들까지 죽기 시작했다. 오염에 강하다고 알려진 잉어·붕어까지 폐사가 시작됐다. 수상공연장·쌍신공원 등에서 잠깐 확인한 물고기 폐사 수만 해도 붕어 7마리, 잉어 5마리, 자라 6마리 등 총 18마리다.

현재로서는 세종보 기름 유출과 물고기 집단폐사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적 어류학자인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붕어·잉어가 죽는다는 것은 오염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며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5~30cm로) 펄층이 깊다는 것은 유기물이 많다는 것이며 유기물이 분해하면서 산소가 부족해지므로 산소 고갈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전문가 지적처럼, 2014년 4대강을 뜨겁게 달구었던 큰빗이끼벌레도 올해는 금강 본류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라졌다. 2~3급수 수질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진 자리엔 환경부 수생태 최하등급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만 득시글하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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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뒤 폐사 건수 폭증

녹색연합이 ‘최근 10년간 4대강(본류·지류·지천 포함) 물고기 폐사 현황’(환경부 자료)을 확인한 결과, 4대강 사업 전인 2006~2008년 34건이던 물고기 폐사 발생 빈도가 공사가 한창이던 2009~2012년 68건으로 갑절이나 늘었다. 4대강 사업 이후인 2013~2015년에는 127건으로 폭증했다. 금강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2006~2008년 6건, 2009~2012년 14건, 2013~2015년 32건. 4대강 사업 이후 무려 5배나 물고기 집단폐사 건수가 늘어났다.

물고기 폐사 원인은 크게 수환경 변화와 화학물질(농약 포함), 원인 불명, 기타 등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수환경 변화와 원인 불명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 갑작스러운 수생태계 변화로, 혹은 원인조차 모른 채 죽어가는 물고기가 늘어나는 것이다. 4대강 권역의 수생태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이 썩고 있다.

글·사진 김종술 시민기자
대전충남녹색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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