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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재앙 다시 보지 않으려면

울산 앞바다 규모 5.0 지진으로 치솟는 원전 사고 불안감… 한반도 동남쪽은 안전한가
등록 2016-07-12 15:04 수정 2020-05-03 04:28
시민단체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7월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월성 1호기 재가동,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하면서 활성단층대를 지진평가에서 배제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며 전면적인 원전 정밀 안전점검을 요구했다. 한겨레 신동명 기자

시민단체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7월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월성 1호기 재가동,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하면서 활성단층대를 지진평가에서 배제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며 전면적인 원전 정밀 안전점검을 요구했다. 한겨레 신동명 기자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다음 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가 일어났고,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서 원전 4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시민들 비상계단으로 대피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일본 시민 중에서 규모 9.0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9.0 지진은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 지진이었고, 지진 관측 이래 지구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 4번째 규모의 큰 지진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답은 ‘알았다’ 또는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2008년 자체적으로 최대 높이 15.7m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를 덮칠 수 있음을 계산해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 있는 원전들은 10m 높이 쓰나미까지만 대처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했어야 하는데, 공사에는 수백억엔의 비용과 4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돈을 아끼려고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고가 난 것이다.

일본 정부도 초대형 쓰나미의 발생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1993년 7월 홋카이도 남서 연안에서 최대 높이 30m 넘는 쓰나미가 발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쓰나미 대책을 소홀히 했고,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후쿠시마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더 큰 지진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지난 7월5일 밤 8시33분 울산 동쪽 52km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월성 원전에서 52km,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서 65km 떨어진 지점이었다. 울산과 부산 등 가까운 지역의 시민들은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급히 건물 바깥으로 대피했을 정도로 공포감을 느꼈다. 울산에서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비상계단으로 대피했다.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앞으로 더 큰 지진 또는 더 위험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지진은 정부의 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둘째, ‘경주의 월성 원전단지, 부산·울산의 고리·신고리 원전단지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점이다.

활성단층 vs 활동성단층
울산 울주군 서생명 신암리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 이 원전은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시운전이 미뤄진 바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울산 울주군 서생명 신암리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 이 원전은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시운전이 미뤄진 바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현재 월성에 6개, 고리·신고리에는 7개 원전이 운영 중이고, 신고리 4호기가 곧 가동 예정이며,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 승인이 최근 내려졌다.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틀릴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전문가들이 피해를 책임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취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막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시민들이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형 지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진을 연구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지진계가 발명돼 지진 관측을 한 지는 겨우 100년이 조금 넘은 상황이다. 한반도에선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된 것이 시작이다.

그러니 실제 계측한 자료로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역사 속 지진 기록을 통해 연구하려 해도, 역사 기록은 겨우 수천 년 정도치만 존재한다. 그런데 역사 기록 속 지진 연구를 통해 한반도에서도 큰 지진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779년 통일신라시대에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에도 1643년 규모 7.0 정도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큰 지진은 한반도에서 대략 400년 주기로 발생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그 시기일 수도 있다.

‘활성단층’ 조사 결과도 불안감을 키운다.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지을 때는 한반도에 활성단층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1980년대 들어서야 활성단층의 존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진은 활성단층에서 발생한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활성단층은 동남쪽 원전단지에 매우 가깝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에 따르면, 월성 원전과 고리·신고리 원전이 있는 한반도 동남쪽에서 60여 개 활성단층이 발견되고 있다. 울산단층, 양산단층, 동래단층, 일광단층 같은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는 이유다.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양산단층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을 헷갈리게 하는 용어가 있다. 원자력계에선 활성단층이라는 말 외에 ‘활동성단층’이라는 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성단층은 3만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임이 있었거나,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임이 있었던 단층을 의미한다. 반면에 활성단층은 제4기(180만~200만 년 전) 이후 움직인 적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헷갈리게 하는 것인데, 지질학에서는 활성단층이 지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원자력계는 가능하면 문제가 되는 범위를 줄이기 위해 활동성단층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

내진설계 규모 6.5~6.9 수준

실제 활성단층으로 인해 사업이 취소된 적도 있었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굴업도의 경우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되려 했던 곳이다. 그런데 1995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정밀 부지 조사를 하던 중 해저에서 활성단층을 발견하는 바람에 굴업도 핵폐기장은 백지화됐다. 핵폐기장은 활성단층 때문에 백지화됐는데, 원전은 활성단층 가까이에 있어도 괜찮다는 이상한 국가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11년 12월 발행된 지질학회지 제47권 제6호에는 ‘활성단층의 이해: 최근의 연구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의 작성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소속 연구원도 참여했다. 이 논문의 결론에 ‘지진에 대비한 연구를 많이 한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활성단층을 인지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 한반도의 활성단층에 대해서는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단 얘기다. 특히 조사 자체가 거의 안 된 해양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전은 안전하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원전은 내진설계를 리히터 규모 6.5~6.9 수준으로 했다. 만약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위험에 빠진다. 또는 그 이하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원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없다. ‘매뉴얼 국가’라던 일본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 것이 그 점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지난 6월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승인했다. 이로써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는 총 10개의 원전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경주의 월성원전까지 합치면 무려 16개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개수의 원전이 밀집할 경우(이런 경우를 ‘다수호기’라고 한다)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필요한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아직 다수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 방법은 검토 중이므로, 신고리 5·6호기는 그냥 짓자는 것이 정부의 태도다.

남아도는 발전소가 오히려 문제

게다가 지금은 전력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 너무 많은 발전소가 완공되는 바람에 발전소가 남아돌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다 지어놓은 멀쩡한 발전소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새 원전 건설은 중단하고, 활성단층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안전성에 우려가 있는 원전은 가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이 제2의 후쿠시마가 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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