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지난 3월부터 주말마다 서울 청와대 분수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아버지 백남기씨는 6개월째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한겨레 이정용 선임기자
아빠 폐에 물이 찼다. 아빠는 지난해 11월14일,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물대포로 뇌뿌리와 대뇌 절반 이상이 손상됐는데, 이제는 폐에 물이 찼다. 아빠는 농민 백남기다. 지난해 11월 밀 파종을 끝내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백남기씨와 농민들은 민중총궐기에 참여해 ‘쌀값 정상화’를 외쳤다. 씨를 뿌린 밀은 푸릇푸릇 자라나 수확할 때가 다 되었는데, 아빠의 건강은 점점 더 가라앉고 있다.
큰딸 백도라지씨는 5월12일 저녁 8시 중환자실에 있는 백남기씨 면회를 마친 뒤 “그동안 뇌 말고 다른 장기 손상은 크게 없었던 아빠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씨는 오래 누워 있어 장 마비가 온 상태다. 배변을 못해 장이 터질 위험도 커졌다. 백도라지씨는 “중환자실 환자의 사인으로 가장 자주 꼽히는 것이 폐렴과 함께 장 파열”이라고 말했다. 뇌압이 높아 머리에서는 주기적으로 피가 흐른다. 피가 나면 꿰매는 일이 반복된다. 감염 수치도 중환자실의 다른 환자에 비해 높아 계속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다.
5월14일은 백남기씨가 쓰러진 때로부터 정확히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의 건강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살수차를 운용한 경찰 책임자, 행정자치부 책임자, 정부 책임자, 하다못해 여당 의원 그 누구도 병원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로 고발한 형사고발 건은 진척이 없다. 담당검사가 세 번째 바뀌었고, 세 번째 담당검사가 누구인지는 고발인인 가족조차 모른다. 얼마 동안 검찰청 캐비닛 속에 잠자고 있을지 가늠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백도라지씨는 3월부터 주말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갖춰진 사법체계 안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그런데 해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형사고발,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와 ‘살수차 운용 지침’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도 이미 청구했다.
사법절차 안에서 해결되지 않자, 결국 정치의 문을 두드렸다. 5월11일, 백남기씨가 쓰러진 지 정확히 180일 되는 날, ‘백남기 사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어줄 것’을 제20대 국회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은 19대 국회와 20대 국회가 교체되는 시기여서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아버지 건강은 나빠지는데,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두렵다.”
5월12일에는 네덜란드에 사는 백남기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도 한국에 들어왔다. 백민주화씨는 아버지가 쓰러진 지 6개월째 되는 날인 5월14일, 서울과 광주에서 백남기씨 자택 밀밭으로 향하는 희망버스에 올라탄다. 전남 보성 백남기씨 밀밭에서 열리는 ‘생명과 평화의 밀밭걷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피해자는 아빤데, 오히려 우리가 읍소하고 아쉬운 소리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등 이 나라의 모든 피해자가 마찬가지예요.” 백남기씨 가족이 세월호 피해자들과 깊이 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골든글로브 거머쥔 ‘케데헌’…이재 “거절은 새 방향 열어주는 기회”

국세청, 체납자 1조4천억 ‘면제’…못 걷은 세금 줄이려 꼼수

“임무 완수, 멋지지 않나”…김용현 변호인, 윤석열 구형 연기 자화자찬

미국 연방검찰, 연준 의장 강제수사…파월 “전례 없는 위협”
![[단독] ‘검찰도 내사 착수’ 알게 된 김병기, 보좌관 폰까지 “싹 다 교체 지시” [단독] ‘검찰도 내사 착수’ 알게 된 김병기, 보좌관 폰까지 “싹 다 교체 지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1/53_17681320293875_20260111502187.jpg)
[단독] ‘검찰도 내사 착수’ 알게 된 김병기, 보좌관 폰까지 “싹 다 교체 지시”

차익 40억 이혜훈 ‘장남 위장미혼’ 부정청약 의혹으로 고발당해

‘침대 변론’ 김용현 변호인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칭찬해줘”

관세로 장사 망치고, 공무원들은 내쫓겨…‘일상’ 빼앗긴 1년
![바이야이야~ [그림판] 바이야이야~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11/20260111502099.jpg)
바이야이야~ [그림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