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미친 사람 취급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우린 알려야겠어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6반 신호성군의 엄마 정부자씨는 왜 거리로 나섰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과연 엄마는 무엇을 목격했고, 무엇을 알리고 싶은 걸까?
지난 3월13일 ‘ 깊이 읽기’ 세 번째 주자로 나선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씨는 희생자 가족들의 이러한 행동은 “애도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된 사례라며 에 담긴 13명의 부모님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공통적으로 이러한 애도의 확장으로서 ‘시민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 부모들은 아이의 주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녀가 죽었다는 슬픔과 주검이라도 찾았다는 안도, 먼저 장사를 지낸다는 미안함과 부러움의 양가적 느낌을 경험하면서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개인적 감정의 혼란은 사회로도 확장된다. 뉴스는 모두 진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을 목격한다. 진리를 설파하던 종교가 세상의 부정의에 눈과 입을 닫은 것도 충격적인 경험이다. 자녀의 죽음을 통해 부모는 상상조차 못했던 우리 사회의 추악한 실체, 즉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이 잔인한 경험으로부터 인식의 확장, ‘정치적 각성’이 시작되는데 이는 세월호를, 현재를 넘어선다.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를 묻고 해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다른 재난 참사를 상기한다. 또한 80년 광주부터 쌍용, 강정, 밀양 등의 사회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누군가의 희생이, 외면이 되풀이됐음을, 더불어 엄청난 탐욕과 권력 관계들이 작동했음을 깨닫게 되면서 부모들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사고 이전에 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만 삶을 영위했다면, 세월호를 통해 자기 과거를, 사회를 성찰함으로써 ‘정의란 무엇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흔적들이 빼곡히 담겼기에 문강형준씨는 이 책을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과 정치적 각성을 담금질해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길어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정치적이다”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책을 읽으며 부모들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상처를 위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도 부모들처럼 진실과 마주하는 경험을 함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왜 사회적 진실 앞에서 슬퍼하고 동요했는지를 몰랐는데,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서의 경험들이 세월호 부모님들의 경험과 만나겠구나 싶어요.” “2008년 촛불집회에 처음 나간 날 물대포를 맞았어요. 그때야 비로소 세상이 내가 알던 것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았죠. 책을 읽으며 부모님들의 변화가 나의 변화와 이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청중의 발언은 저마다 선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진실과 마주하며 난 상처들을, 그것이 세월호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여준다.
진실을 안 사람 앞에 놓인 양 갈래 길세월호는 물론 사회의 다른 진실을 감추려는 반동이 계속되는 시대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문강형준씨는 이 역시 이미 부모님들이 책에서, 행동으로 명료하게 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진실을 알아버린 사람은 양 갈래 길 앞에 서게 된다.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알릴 것이냐? 이 선택 앞에서 부모들은 모든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진실을 알리겠다고 말한다. 알아버렸으며 알릴 수밖에 없다, 알려야 한다. 이게 우리에게 던져진 메시지다. 또한 이 책이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읽다보면 나는 지금까지 뭘 했지, 앞으로 뭘 해야 하나 하며 계속 초점이 나 스스로에게 맞춰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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