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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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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정부에 맞서는 투쟁본부로”

“당장 총파업으로 맞서자”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준비된 투쟁” 전재환 후보 이기고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
등록 2014-12-30 15:43 수정 2020-05-03 04:27

“선거인 수 66만7752명 중 55.97%인 37만3742명이 투표했고, 한상균 후보가 유효표의 51.62%인 18만2249표를 얻어 최종 당선자로 결정됐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 12월25일 오후 첫 직선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당선증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의 조끼 위에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빛바랜 글귀가 붙어 있었다. 그는 2009년 쌍용차지부장으로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서 77일간 옥쇄파업을 주도했고 이 때문에 3년형을 선고받았던 해고노동자다. 6년간 복직을 위해 싸웠던 그는 이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정파 폐단 막자던 직선제 취지 달성된 셈

이번 선거 결과의 키워드는 ‘이변’이다. 선거 후보자 등록 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다수파인 전국회의·중앙파가 결합한 전재환 후보조의 당선을 예상했다. 민주노총의 역사가 그랬다.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된 7명의 위원장 중 노동전선 같은 ‘좌파’ 계열 위원장은 임기 1년의 이갑용 전 위원장 1명뿐이다. 하지만 예상은 12월3~9일 진행된 1차 투표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상균 후보조는 2위를 차지한 전재환 후보조를 835표 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12월17~23일 치른 1·2위 후보조 간의 결선투표에서 표차는 1만1148표로 더 벌어져, 한상균 위원장·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영주 사무총장 후보조가 최종 당선됐다. 정파의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대의원대회가 전체 조합원의 의사와 어긋나는 정파의 폐단을 막자며 도입한 직선제의 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된 셈이다.

‘이변’은 정부와 기업의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강력한 투쟁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장 총파업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한상균 후보조와 달리 전재환 후보조는 “준비된 투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상균 후보조는 조합원들의 현재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크기 때문에 민주노총에 강력하고 공세적인 대응을 요구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모두 좌파 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것도 이런 흐름과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한상균 당선자가 3년간 위원장으로 있을 민주노총은 내년 총파업과 함께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한 당선자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나 해고 요건 완화 등 정부와 자본의 여러 가지 도발들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투쟁본부로 전환되고, 모든 역랑을 집중해 총파업을 실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첫 시험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

그 첫 시험대는 노사정이 기본 방향에 동의하고 12월29일부터 논의할 예정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이다. 정부는 이날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정규직 해고 요건·비정규직 사용 제한 완화’ 방침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투쟁 말고는 자신들이 대변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알리기 어렵다. 그 밖에도 노-정 갈등의 지뢰는 공무원연금 개혁, 전교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등 곳곳에 묻혀 있다.

한상균 당선자는 선거를 통해 투쟁의 명분은 얻었지만, 총파업으로 대표되는 투쟁이 열매를 얻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개별 사업장인 쌍용차 외의 투쟁 경험 부족, 총파업에 참여할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 설득, 정부 정책에 대한 수세적인 반대를 넘어선 노동정책의 제시 등이 그렇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지 말고 5년, 10년의 전망 속에 조합원, 국민과 소통하며 민주노조 운동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사회정책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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