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두 ‘핀테크 공룡’의 대결이다. 핀테크 시장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대형 핀테크 업체, 페이팔(Paypal)과 알리페이(Alipay)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들 업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금융시장에 앞다퉈 진출을 추진하면서 핀테크 시장의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다.
페이팔은 일찌감치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한 선두 업체다. 1998년 미국 실리콘밸리 컨피니티(Confinity)의 전자우편 자금이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문을 연 페이팔은 2000년 거대 오픈마켓 업체 이베이(ebay)에 넘어가면서 그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이베이 관련 업체들의 PG(Payment Gateway·전자지급 결제대행)를 맡으면서, 현재 198개국 1억4천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페이팔보다 후발 주자이지만 알리페이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아마존을 누르고 세계 최대 오픈마켓 자리에 오른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인 알리페이는, 현재 34개국 8억5천만 명의 회원을 상대로 전자지급 결제대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9월 발표한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에 따른 환경변화 요인 점검 결과’ 내용을 보면,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이미 갖추고 보안성도 뛰어난 해외 PG 업체가 매우 유리하다”며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천송이 코트’ 논란의 후속 대책으로 정부가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두 업체의 국내시장 진출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두 업체 모두 공식적으로 진출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의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페이팔과 알리페이 모두 현재까지는 제한적으로 해외 구매와 관련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형성 속도에 맞춰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가 이들과 손잡는 ‘합종연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PG 업체인 KG이니시스가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와 관련해 페이팔·알리페이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을 보면 그렇다.
페이팔·알리페이뿐만 아니라 해외 결제대행 업체들도 분주히 국내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164개국 6천만 명의 회원이 있는 싱가포르의 PG 업체 유주(YuuZoo)는 전자지급 결제대행 서비스인 ‘유페이’(Yuu Pay)를 12월부터 한국에서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모바일 결제 시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을 앞세워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의 애플페이(Apple Pay)도 미국 안에서 비자·마스터·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3대 카드업체와 제휴점을 확보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첫 서비스 국가에서 제외됐으나, 국내 업체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핀테크 공룡’이 언제 출몰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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