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영향력·열독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MBC 뉴스는 지난 1년간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MBC 는 ‘눈감은 뉴스’였다. 특히 정치인·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에는 대체로 눈을 감았다.
세월호 보도 미적대다, 폭행사건 뒤 줄보도
지난 4월20~21일. KBS 뉴스와 SBS 뉴스는 일제히 ‘컵라면 장관에 기념촬영 국장까지’ ‘눈도장 찍기 방문 논란, 구경꾼까지’라는 뉴스를 통해 안전행정부 송아무개 국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한 것,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행동 등을 보도했다. 두 사건은 당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앞에서 실종자 구조를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공감조차 보이지 못하는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태도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러나 MBC 만 본 사람은 두 사건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서남수 장관의 컵라면 해프닝은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았고, 송 국장 사건은 4월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 보는 공무원 퇴출”이라는 발언 관련 보도에 ‘사표가 수리됐다’는 한 문장을 집어넣는 수준에 그쳤다.
7월10일 세월호 국정조사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요지로 “세월호 참사의 구조 책임자는 안전행정부 장관이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은 SBS와 KBS에서 개별 보도로 다뤄졌고 다음날 신문들도 주요하게 다뤘지만, MBC 는 ‘청와대, 세월호 국정조사 보고’라는 자막으로 앵커가 읽는 두 줄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돌연 사퇴한 9월20일에도 SBS와 KBS가 주요 뉴스로 전한 반면, MBC는 단신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잘못에도 MBC 는 눈감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주~한 달 간격으로 발행하는 ‘민실위 보고서’를 보면, 4월16일~5월6일 지상파 3사 메인 뉴스에서 재난대응 체계의 결함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한 뉴스가 SBS와 KBS가 각각 26건, 23건인 데 비해 MBC는 2건에 불과했다. 해경 등의 초동 대처를 비판하고 관련 의혹을 취재한 보도는 SBS와 KBS가 각각 24건, 27건인 데 비해 MBC는 13건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MBC의 한 기자는 “교황이 방문했을 때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위로한 기사는 대부분 단신으로 보도된 반면,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은 사건이 벌어진 날부터 12일 동안 하루 빼고 계속 보도했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감시·견제의 역할 전혀 못하고 있어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학부)는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방송 뉴스의 기본적인 역할인데 현재 MBC 뉴스는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취재력의 부족으로 누락되는 게 아닌 기본적인 발표 뉴스도 제대로 전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결국 방송사가 청와대나 권력기관에 누가 되거나 부담되는 뉴스는 내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컨트롤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요즘은 MBC 뉴스를 아예 보지 않는다. 방송 뉴스를 본다는 건 신문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예 다뤄지지 않는 뉴스가 많다보니 볼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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