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로봇 기자의 등장

기사 작성부터 주식거래, 의료 행위까지 지식노동 대체하는 알고리즘 기술의 놀라운 혁신… 노동자 사라진 문명사회 오나
등록 2013-11-14 14:30 수정 2020-05-03 04:27

프로야구의 최종 승자를 가를 한국시리즈 7차전. 경기 진행 상황을 순간순간 속보로 전하는 기자들로 으레 붐비기 마련인 기자석은 한산하다. 경기 종료 뒤 진행할 감독이나 선수 인터뷰를 미리 준비하는 몇몇 기자만이 눈에 띌 뿐이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로봇이 기자를 대신해서 열띤 승부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뉴스로 ‘생산’해내고 있다. 마치 용접로봇이 수천 개의 파란 불꽃만을 나부끼며 자동차를 조립해내듯 로봇이 멋진 기사를 써내는 야구장 기자석 풍경. 과연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로봇 작성 기사 파는 스타트시트

미국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현실’임을 일깨워준다.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회사 스타트시트(StatSheet)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로봇이 생산한 1만5천 개의 기사를 미국 내 주요 언론사에 판매했다. 이 회사만이 아니다. 내러티브사이언스(Narrative Science)는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 기사뿐 아니라 경제 전문 미디어기업 포브스에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낸 금융 기사를 판매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기사 자동 생산의 역사는 2009년 4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저널리즘과 및 컴퓨터공학과 학생 4명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들 4명은 한 수업에서 조별 연구과제를 작성하기 위해 뭉친 팀원이었다. 당시 그들에게 주어진 협업 연구과제는, 디지털 뉴스시장의 확대에 따라 지역 언론사가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종이매체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 독자의 이동 경로를 따라,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도 종이매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지역언론사는 구인·구직, 중고차 매매, 부동산 매매 등 종이매체 안내광고가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AGE2%%]

다른 한편으로 기자들 역시 마감 시간이 따로 없이 계속해서 터지는 이슈와 사건을 속보로 전해야 하는 온라인 뉴스 생산 방식에 힘겹게 적응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미국 지역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놓고 이들 4명은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지역언론의 편집국이 빠르게 축소되고 개별 기자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높아져가는 현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기자들의 단순노동을 줄여 그들이 좀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자는 데 학생들은 뜻을 모았다. 이런 배경에서 개발된 스태츠멍키(Stats Monkey)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은 지역리그 야구경기에 대한 뉴스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품은 기대는 의외로 단순했다. 기자들은 스태츠멍키를 활용해 매일매일 진행되는 야구경기를 요약하는 기사 생산을 컴퓨터에 맡기는 대신, 분석 기사와 인터뷰 등 좀더 깊이 있는 기사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스태츠멍키는 크게 두 가지 기술 요소로 구성돼 있다. 먼저 월드와이드웹에서 경기와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비정형 데이터는 이른바 ‘의사결정나무 학습 알고리즘’에 의해 분류된다. 의사결정나무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해당 야구경기에 나선 주요 선수와 경기 진행 상황이 분석되고, 그 결과가 이미 제작된 기본 문장에 입력된다. 이런 방식으로 단 몇 초 만에 야구경기 기사가 완성된다.

조용히 그리고 남몰래 일어나는 혁신

그렇다면 알고리즘 기사와 사람이 손수 만든 기사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스태츠멍키에 의해 자동 생산된 LA 에인절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기사 일부와, 같은 경기를 다룬 기사의 한 부분을 비교해보자.

“9회 2명의 주자가 나가 있었지만 LA 에인절스의 상황은 다소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적시타로 에인절스는 지난 일요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를 7 대 6으로 승리했다. 게레로는 에인절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로써 게레로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스태츠멍키 기사 일부분

“보스턴 레드삭스는 23년 만에 포스트시즌 경기에 도전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비드 핸더슨이 기념 시구를 던졌다. 핸더슨은 1986년 레드삭스와 에인절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경기에서 레드삭스가 쳐낸 9회 마지막 공격 역전 홈런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레드삭스가 에인절스에 의해 챔피언십 경기에서 탈락했고, 핸더슨은 이번에도 경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사 일부분

정보 위주로 구성된 ‘메마른’ 알고리즘 기사와 풍부한 역사적 지식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하는 기사는 아직까지는 분명한 질적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알고리즘이라는 자동화 기술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인간의 지식노동 영역이던 기사 작성마저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태츠멍키는 보여준다.

1970년대 미국 백인 중산층 가정에 으레 딸려 있던 먼지와 기름때 쌓인 창고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로 인해 혁신의 모태로 칭송되곤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창고는 자동차·개인용컴퓨터(PC) 등 새로운 기계도구가 만들어지고 낡은 기계장치가 진화하는 혁신의 공간이었다. 실제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제품은 창고에서 만들어졌다. 그 때문인지 한국의 대학교·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크고 작은 벤처지원 공간, 청년창업센터, 창작지원센터 등을 앞다퉈 만들고 있다. 대도시의 높은 임대료를 고려할 때, 무료 또는 저렴한 입주 비용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창고=공간=혁신’이라는 등식은 창고가 지닌 의미를 축소할 수 있다. 오히려 창고의 진정한 메타포는, 자동차·PC 등 인류 문명을 바꾼 기술혁신은 재정 지원이 넉넉한 대기업 및 대학교의 연구소에서보다는 사회적 조명과 관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남몰래 일어난다는 점이다. 창고라는 요란스럽지 않은 장소에서, 주변의 주목과 다소 떨어진 상태에서 당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열정의 부산물이 곧 혁신이다.

스태츠멍키, 21세기의 플라잉셔틀?

PC, 검색서비스, 스마트폰에 이어 알고리즘은 일상 영역뿐 아니라 노동을 재조직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혁신 무기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인간의 노동 중 많은 부분을 자동화한 것처럼, 디지털 시대의 알고리즘은 인간 고유의 지식 생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기계와 인간의 역할 경계선을 하나씩 무너트리고 있는 알고리즘의 진화는, 구석진 창고라는 독립된 물리적 공간을 필요치 않는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처럼 연구실 책상에서, 페이스북처럼 기숙사의 작은 방에서, 때론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서 알고리즘은 태어난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는 1944년 역작 에서 사회의 질서를 바꾸는 변환은 요란한 사건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주장했다. 폴라니는 “(영국) 산업혁명의 전야에 이와 관련된 신호와 징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아무도 기계산업의 발전을 예측하지 못했고, 이는 완전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 사회를 뒤흔든 변화는 언뜻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작은 발견과 혁신에서 시작됐다. 1733년 영국의 존 케이가 선보인 작은 발명품 플라잉셔틀(Flying Shuttle)은 베틀에서 베를 짜는 노동을 인간의 몫에서 기계의 몫으로 바꾸었다. 플라잉셔틀은 베틀에서 날실의 틈으로 왔다갔다 하며 씨실을 푸는 북을 끈과 바퀴에 묶어낸 것이다. 북의 움직임을 자동화한 플라잉셔틀은 베틀에서 북을 전달하는 직공의 일을 대체했다. 은 플라잉셔틀의 속도를 당대 사람들에게는 “상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마치 순간순간 사라지는 작은 구름과도 같다”고 묘사했다. 현대인의 눈으로는 느리기 짝이 없는 속도겠지만, 플라잉셔틀이 확산되면서 당시 베틀의 생산성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연관 기술의 발전은 1764년 실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적기인 제니방적기(Spinning Jenny)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후 섬유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은 영국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한 힘이 됐다. 18세기 플라잉셔틀과 제니방적기가 산업혁명의 시작점이었듯, 21세기 미국의 작은 대학 강의실에서 만들어진 스태츠멍키는 과연 21세기 플라잉셔틀이 될 수 있을까?

캔서아이큐, 스라이브온 등 의학 알고리즘

인간의 중개 작용 없이 알고리즘 스스로가 주식 상거래를 진행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거래’가 확산된 시점은 스태츠멍키·내러티브사이언스 등 저널리즘 알고리즘보다 시간적으로 오히려 앞선다. 알고리즘 거래란 주식시장, 특히 파생상품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과 투자자의 위험선호도 그리고 거래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주문이 집행되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여기서 컴퓨터 프로그램은 최적의 주문 집행을 수행하도록 수리통계적 모델에 입각해 설계되며, 인간의 판단은 최대한 배제된다. 특히 알고리즘 거래의 한 형태인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는, 명칭이 뜻하는 것처럼 아주 짧은 기간에 대단히 높은 빈도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 매매를 자동으로 일으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고빈도매매가 한국 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 캐나다 등에서는 그 비중이 전체 주식거래 및 선물거래에서 약 40~70%에 이른다. 다시 말해 주식거래를 판단하는 인간 노동의 영역을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규모가 점차 확장되는 셈이다.

월드와이드웹의 대중화와 더불어 더 많은 이용자들이 병, 징후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한 정보를 웹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병원을 찾은 이용자는 과거와 달리 병과 치료 방법에 대한 사전지식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나아가 병원과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지식을 웹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통해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최근 환자의 징후, 병, 치료법 등에 대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누적되면서, 알고리즘을 활용한 의료기술 및 치료법 추천기술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암 연구학자들은 캔서아이큐(CancerIQ)라는 플랫폼을 통해 암환자와 암 전문의가 서로 협력하고 치료 방법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캔서아이큐에서는 암환자의 유전정보가 수집돼 암 연구학자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알고리즘은, 관련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유전자 데이터를 제공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또 다른 예는 온라인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스라이브온(ThriveOn)이다. 스트레스·불면증·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각자의 징후를 설명하면, 알고리즘은 수집된 징후를 분석해 다수 심리치료 전문가에 의해 생산된 자기치료법을 개별 환자에게 최적화한 상태로 제공한다. 오그메딕스(Augmedix)는 구글글래스에서 작동하는 앱으로, 청진기처럼 의사가 환사를 진찰하는 것을 돕는 소프트웨어다. 의사는 ‘전자의학 기록장치’라 불리는 구글글래스에 부착된 특수 칩을 통해 환자의 신체정보와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최초로 발명된 청진기가 진찰 행위라는 의사의 전문 영역을 간호사의 역할로까지 확대할 수 있었던 것처럼,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의학 알고리즘은 의사의 노동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의학의 새로운 노동분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 않은 1차 자동화

한순간에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은 슬픈 경험이 있거나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힘겹게 이용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인류에게 가져올 헤택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2010년 구글이 시작한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 프로젝트는, 자동차가 주변을 둘러보며 스스로 멈추고 운전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도록 해 자동차 사고를 급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글의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2012년 8월 기준 48만2천km에 이르는 시험 주행을 이미 마쳤다. 또한 2012년 미국 네바다·플로리다·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법을 개정해 로봇 자동차의 도로 주행을 전면 허용했다. 이로써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무사고 자동차 기술이 곧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스스로 달리고, 스스로 멈추고, 스스로 회전하는 자동차에도 다양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자동운전 알고리즘은 1초에 1GB 수준의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며, 순간순간 환경 변화에 반응하기 위해 수많은 결정을 스스로 내린다. 주행 중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날 때, 자동차의 행위를 유발하는 알고리즘은 운전자에게 이로운 쪽으로 또는 보행자에게 이로운 쪽으로 양자택일해 자동차의 방향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주행 및 교통 상황에 따른 ‘윤리적’ 판단이 알고리즘에 이미 담겨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 사회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그리고 어떤 윤리적 기준으로 자동운전 알고리즘을 만들며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근본 문제가 남는다. 이처럼 알고리즘과 관련된 기술의 진화는 예기치 못한 다양한 윤리와 법의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편집장이었던 케빈 켈리는 알고리즘의 진화가 ‘제2의 자동화’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켈리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진행된 기계에 의한 인간 육체노동의 대체 흐름을 제1의 자동화 물결로 비유하면서, 제2의 자동화 물결은 육체노동뿐 아니라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기계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는 거시경제 전체로 볼 때 노동시장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계의 힘을 빌린 노동생산성 증가는 기업의 이윤 증가로 이어졌고, 기업의 이윤 증가는 새로운 영역의 사업 확대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업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산업화와 함께 새로운 노동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기계의 진화에 힘입은 생산성 혁신은 노동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의 규모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알고리즘에 힘입은 미래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지식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진화가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뤼스는 기술이 미국 노동력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흐름을 분석하면서 자동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축소가 집권 2기를 맞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숙제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도 미국 노동시장에서 기업 이윤율 증가와 동일한 흐름을 보였던 일자리 수 증가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탈연관화 경향을 뚜렷하게 나타낸다는 내용의 기사를 소개했다.

로봇 대체 뒤 고용 70% 줄인 아마존

물론 2008년 이후 미국 기업의 이윤율이 빠르게 회복되는 데 반해 미국 노동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중국·브라질·인도 등 저가 노동시장으로 미국의 생산기지 이동이 가속화되는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게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이 창고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면서 고용을 70% 감축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로봇에 기초한 생산성의 증가는 새로운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속도보다 일자리를 축소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제러미 리프킨이 에서 예견한 것처럼,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화는 노동자가 사라진 문명사회를 촉진하고 있는지 모른다. 알고리즘이 지식노동을 대체하는 사회가 예고 없이 우리 곁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면?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