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기도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던 지적장애인 김은실(당시 만 17살)은 이제 그곳에 없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가 진행될 당시 아이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은실이네는 수원의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허위 자백에 취약한 지적장애인들
은실이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입건된 성인은 모두 11명이었다. 이 가운데 처벌을 받은 이는 단 한 명이다. 범행 목격자 진술과 피의자 자백이 있었던 까닭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이 입건된 이들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송치 지휘를 한 이유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고 계속 번복됐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기록을 보면, 은실이의 피해 진술을 놓고 엇갈린 전문가 평가가 있었다. 2010년 8월5일에 있었던 진술의 전문가 평가서에는 “피해자가 몇 차례 진술 및 상담 과정을 통해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 편이나 구체적인 정보에 있어 정확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고 쓰여 있다. 성폭행 피해 사실 가능성은 높으나,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진술의 신빙성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9월8일에 피해자 진술이 있었다. 당시 진술 평가를 진행한 전문가는 “언급된 13건의 피해 중 4건의 피해에 대한 진술 내용이 논리성과 일관성을 갖추고 있고, 피해자의 진술에서 왜곡되거나 과장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동이나 지적장애인들은 허위자백 피해에 취약한 편이다.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진술 조사가 이루어져야 허위자백·진술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영화화한 도가니의 한 장면.한겨레 자료
정신지체장애인은 아동·청소년 등과 마찬가지로 허위 자백이나 허위 진술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간의 권위가 있는 사람의 말도 쉽게 수긍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지적장애 2급인 17살 조아무개양은 수원역 부근에서 아이를 낳아 버린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아이를 낳지도 않은 소녀는 경찰 조사에서 허위 자백을 한다. 당시 조양은 보호자 등 신뢰관계자의 동석 없이 조사를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피해를 입고서도 진술의 신빙성 문제로 인해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수사기관이 객관적 증거 수집과 함께 정확한 진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전문가 자문단인 오지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잘 모른다”며 “‘강간’이라는 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장애 등급 결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따른 진술 특성을 반영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결국 진술 오염을 최대한 방지하려면, 장애인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조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성폭력 아동 및 장애인들의 진술을 보조하는 진술조력인 제도가 도입돼 현재 전문가 양성이 진행 중이다.
국외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허위 자백·진술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다. 오 변호사는 “영국의 경우 아동·청소년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도, 피해자와 똑같이 청소년 특성에 맞게 조사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쿡 카운티 검찰은 청소년 피의자들의 형사소송 절차 이해력을 연구하는 ‘청소년 소송능력 평가위원회’를 운영한다. 이 위원회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17살 미만 피의자의 진술은 유죄 증거로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 플로리다주 브라운 카운티에서는 경찰을 대상으로 지적장애인을 적절하게 신문하는 법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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