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길이 다시 안갯속에 휩싸였다. 해법을 찾기 위해 국회 중재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가 7월8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지난 6월5일 발족한 전문가협의체는 여당 및 야당 추천 1명(위원장), 여야 추천 각 1명, 한전 추천 3명, 대책위 추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됐으며 7월8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집필위원 선정 전에 보고서 작성?”‘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및 야당 추천위원인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 4명은 7월5일 6차 회의장인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 9층 대회의장 앞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 쪽 추천위원들이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베꼈다”며 해당 위원들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국회는 사태를 파악하고 제대로 된 공론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한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765kV의 전기를 운송하려면 송전탑을 세우고 선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데 반해, 대책위는 기존 선로 활용이나 송전선 땅속 매립(지중화) 등의 대안을 제시해왔다.
대책위 및 야당 추천위원들은 그동안 조사를 통해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 근거로 제시해온 자료나 지중화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장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승수 위원은 “한전은 기존 송전선로에서 사고가 나면 대규모 정전 사태 등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말해왔으나, 발전기의 일시적 정지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며 “감사원이나 전력거래소는 한전이 세우려는 765kV 송전선로가 사고에 훨씬 취약하다고 지적해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협의체 내부에서 갈등이 증폭된 것은, 지난 7월2일 대책위 및 한전 추천위원들이 각각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협의를 시작하면서였다. 당시 대책위 및 야당 추천위원들은 한전 쪽 추천위원들의 보고서가, 전문가로서 입장이 아닌 한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전 쪽 추천위원의 보고서를 보면,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고 기존 선로를 활용할 경우 안정도를 검토한 부분에서, 전력거래소의 자료와 유사한 결과 및 그래프를 제시했다.
또 ‘신고리 3호기를 운전할 경우, 고리~신양산 변전소 간 송전선로는 상시 87% 중부하 상태로 운전을 하게 되며’ 등의 문구가 있는데, 이 역시 전력거래소가 만든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대책위 및 야당 추천위원들은 지난 7월5일 기자회견에서 한전 쪽 추천위원의 보고서를 누군가가 대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전 쪽 위원이 제출한 보고서 파일의 문서 정보를 보면, 파일이 처음 만들어질 때 제목은 ‘제3장 전문가협의체 운영 추진 내용’이며 시점은 6월24일 오전으로 돼 있다. 이들은 “공무원이 아닌 교수가 작성했다고 보기에 파일 제목이 어색하며, 파일 생성 시점도 해당 위원이 집필위원으로 선정되기 전”이라고 주장했다.
한전 “베껴쓰기는 시각차가 있다”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자료 생산자가 한전과 전력거래소밖에 없으므로, 베껴쓰기라고 보는 것에 대해선 시각차가 있다”며 송전선로 건설 근거가 과장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전력 품질 요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최악의 조건을 넣어서 모의실험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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