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득세 감면은 ‘상수’다. 주택 거래가 시원찮을 때면 정부는 어김없이 취득세를 깎아주곤 했다. 취득세제가 정비된 2006년 이후로는 법정 세율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을 정도다. 정부의 취득세 감면 패턴을 학습한 주택 구매자들이 온전한 세금을 내고는 집 사기를 꺼리는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아예 취득세를 영구히 낮춰주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매매 시기가 이전된 효과일 뿐군불을 지핀 건 국토교통부다. 서승환 장관은 지난 6월19일 “취득세의 상시적 감면보다 주택 세제 전반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구적으로 취득세를 낮추고 부족한 세수를 재산세 등으로 조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6월 말로 종료되는 취득세 한시 감면 혜택을 앞두고 부동산업계에서 터져나오던 ‘인하 연장’ 요구에 ‘영구 인하’로 화답한 것이다. 때마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으로 ‘한시 감면 연장’ 대신 ‘영구적인 세율 조정’을 주장하면서 국토부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논의는 금세 정치권으로 번졌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27일 당정협의에서 정부에 취득세를 낮춰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고, 정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사실 지금도 법정 취득세율(4%)은 무용지물인 상태다. 2011~2012년 일시적으로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게 법정 취득세율이 적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2006년부터 취득세 최고 세율은 2%를 넘은적이 없다. 정부가 매년 한두 차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가장 먼저 꺼내든 탓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토부와 새누리당이 새삼스레 ‘취득세 영구 인하’ 카드를 꺼내든 데는 반복적인 ‘취득세 한시 감면’만으로는 부동산 거래를 일으킬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를 깎아주면 잠시 거래가 살아나는 듯했다가 6개월~1년 뒤 혜택이 종료되면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절벽’ ‘거래공백’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경기 띄우기용 종합선물세트였던 ‘4·1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경기 둔화와 대출금 인상 등 악재가 맞물리며 주택 거래가 더 부진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터라 정부에는 새로운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취득세율을 1~2%로 완전히 낮추더라도 부동산 경기 둔화 흐름을 되돌리거나 완화할 가능성은 낮다. 실제 과거 8년간 상시적으로 운영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새로운 주택 수요를 창출하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주택 관련 취득세 감면정책의 효과 분석’ 보고서는 과거 취득세 감면에 따른 주택 거래량 분석을 통해 “한시적인 취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면 주택 거래량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4~6% 늘어난다. 그러나 이는 (취득세 감면 소식에) 매매 시기가 이전된 효과일 뿐 신규 수요는 거의 창출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박상수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예컨대 2011년 감면 정책을 시행했을 때는 취득세 감면 여부와 무관하게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전체의 94%였다. 나머지 6%만 새롭게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세제 유인이 임차(전·월세) 수요가 (주택) 매수 수요로 전환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법정 취득세율을 낮춰주면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주택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가 급감하는 ‘거래절벽’이 사라질 수는 있어도, 평균적으로 주택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재정난 호소하는 지자체에 큰 부담 우려게다가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주택을 살 때 들어가는 거래 비용이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꺾을 만큼 높은 상황도 아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법정 취득세율인 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주요 10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다. 그러나 중개수수료나 법률·공증·등기 비용 등 주택 거래에 들어가는 총비용을 따져보면 한국(7.38%)은 영국(6.1%)과 중국(6.8%)에 이어 세 번째로 낮다. 선진국에선 거래세가 낮은 대신 거래 비용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백번 양보해 취득세율을 인하해 주택 수요가 다소 살아난다 하더라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취득세 감세 혜택은 주택 구매자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구매할 여력이나 의사가 없는 서민·중산층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오히려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시기가 늦어져 높은 주거비에 따른 고통만 커질 수 있다.
물론 무주택자가 취득세 인하를 계기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현실적으로 ‘빚’이 따른다. 실제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주택 거래가 집중된 5월에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가계대출이 한 달 새 2조6천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 1~4월 가계부채가 매달 9500억원씩 감소하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이렇게 취득세 감면 혜택을 누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샀던 이들은 앞으로 집값이 더 하락하면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한 빈곤층)로 신분이 바뀔 우려가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의 지적이다. “(주택을)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 이제 여력이 없는 사람들한테 싸게 돈을 빌려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세금을 깎아줄 테니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집값도 내려가는 마당에 하우스푸어를 계속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취득세율을 낮추기까지는 난관도 많다. 무엇보다 지방재정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펄쩍 뛰고 있다. 지방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를 낮추는 것은 가뜩이나 영·유아 무상보육 등 복지사업 확대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지자체에 큰 부담만 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 주택 취득세율을 최근 감면해줬던 수준으로 낮춰주면 연간 2조7천억원의 지자체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취득세수의 20%(13조8천억원)에 이른다. 국토부는 다른 지방세인 재산세(0.1~0.4%)의 부담을 올려 부족한 지방 세수를 메꿔주는 방식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주로 주택을 보유한 50대 이상의 은퇴 세대로부터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줄어든 취득세수를 보전하려면 재산세를 지금보다 50%는 더 걷어야 한다. 주택 재산세 납부자가 1400만 명이다. 취득세는 한 번만 내면 되지만, 재산세는 매년 내야 하는 만큼 (조세저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대책이 시장의 리스크만 키워정부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안 된 채 갑자기 튀어나온 취득세 인하론은 하반기 주택시장에 찬물만 끼얹을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의 전망이다. “취득세 인하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뉴스를 통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집을 사려던 구매자들이 내년으로 시점을 늦출 수 있다. 그래서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지 않으면 거래절벽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잠재적 주택 수요자인 전세 세입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면 전셋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섣부른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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