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0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는 다른 10여 명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있었다. 2011년 돌연사한 고 임무창 조합원 49재를 열다 회사 쪽과 충돌을 빚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이와 관련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던 탓이다. 임무창 조합원은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 이후 이뤄진 노사 합의에 따라 ‘무급휴직자’로 분류됐다. 당시 쌍용차는 ‘461명(현재 455명)의 무급휴직자는 1년 뒤 생산 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임 조합원은 숨질 때까지 공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회사가 2교대가 가능한 물량이 확보돼야 무급휴직자 복귀가 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한 탓이다. 임 조합원이 세상을 등진 지 1년6개월이 훌쩍 지난 이날 오후, 쌍용차는 3월1일 무급휴직자 455명을 전원 복직시키기로 했다. 회사 쪽은 “지난해 9월부터 노사가 관련 논의를 진행해, 상생을 통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전원 복직에 합의했다”며 “복직 뒤 생산라인 운영 방안 및 라인 배치 근무 인원 등은 2월 초까지 노사 실무협의를 진행해 결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리해고·희망퇴직자는 이번 복직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복직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무급휴직자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이성호 무급휴직자위원회 대표는 “거의 4년 만에 복직 소식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지만, 중요한 건 세부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것”이라며 “일부는 유급휴직자가 되는 건 아닌지, 회사가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23명이 숨져간 비극의 씨앗은 2009년 2600명이 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 농성을 계속해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무급휴직자 복직에 환영하면서도, 이번 발표가 구조조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회사와 2009년 금속노조를 탈퇴한 현 쌍용차노조는 무급휴직자 복귀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조사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1월10일 브리핑에서 “노사 양측이 국정조사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은 이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여당의 태도는 대선 전과 판이하다.
지난해 12월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당시 김성태·이종훈·김상민·최봉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18대 대선 이후 열리는 국회에서 쌍용차 해외매각·기술 유출 및 정리해고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무급휴직자가 일터에 돌아갈 수 있도록 경영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해고자 문제도 슬기롭게 풀어나가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이후인 1월4일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공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경기도 평택을 찾아 “국정조사의 목적이 분명치 않다. 나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야기를 국정조사에서 되풀이해 기업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실상을 되짚고 불법 의혹을 규명하려는 국정조사는 무급휴직자의 복직과 상관없이 약속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은수미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해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서로 공유한 정도”라며 “정부와 경영진의 책임 규명,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해서는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지난 4년 동안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국회가 투자를 이끌어내고 정부 지원을 보증하는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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