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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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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부는 인니 선원 성희롱 조사하라”

<한겨레21> 보도 뒤 국가인권위 기각결정 바꿔, 정부·사조오양에 인권침해 해결하라고
의견표명
등록 2012-05-24 15:40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21>은 지난 5월14일 발매된 911호 표지 기사로 뉴질랜드 농림부와 노동부의 인도네시아 선원 성희롱 사건 보고서를 단독 보도했다.

<한겨레21>은 지난 5월14일 발매된 911호 표지 기사로 뉴질랜드 농림부와 노동부의 인도네시아 선원 성희롱 사건 보고서를 단독 보도했다.

한국 원양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이 성희롱과 폭행 등을 당했다는 진정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정부 부처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다시 조사하라고 의견표명했다. 사조오양에 대해서도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침해를 해결하라고 의견표명했다.

‘권고’가 아닌 ‘의견표명’ 한계

인권위는 5월15일 보도자료를 내어 “관계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 해양경찰청 장관은 뉴질랜드 해역 내 한국 원양어선에서 제기된 외국인 선원에 대한 폭행, 폭언, 성희롱 및 임금문제 등의 조사를 위해 정부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조사를 실시하라”고 의견표명했다.

지난해 뉴질랜드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던 사조오양 소속 원양어선 ‘오양75호’에 타고 있던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뉴질랜드로 집단 탈출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한국인 갑판장과 선원에게서 성희롱·폭행·폭언·임금체불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농림부와 노동부가 정식으로 조사에 나섰고, 한국 시민단체인 국제민주연대와 서울공익법센터 등이 인도네시아 선원 6명을 대신해 지난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3월1일 보고서를 내어 성희롱과 폭행 등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성희롱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지난 4월12일 비공개로 기각결정했다. 폭언과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위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각하결정했다. 인권위는 주요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도 않았다.

인권위의 정책 개선 의견표명은 뉴질랜드 정부 보고서 내용 등을 알린 보도(911호 표지이야기 ‘한국인 선원은 때리고 갑판장은 성추행’ 참조) 직후 나왔다. 기각결정 뒤 인권위는 한 달 가까이 토론한 끝에 이번 의견표명을 내놨다. 자신들이 증거가 부족하다고 기각한 성희롱 사건을 정부가 합동으로 다시 조사하라고 밝힌 대목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권고’가 아닌 ‘의견표명’ 방식으로 밝힌 것은 한계다. 의견표명은 권고보다 강제력이 훨씬 낮다. 인권위는 이런 판단 근거로 뉴질랜드 정부 보고서를 거론했다. 인권위는 “뉴질랜드 정부 보고서는 뉴질랜드 EEZ 내 일부 외국 용선(대부분 한국국적 용선)에서 인권침해 등이 발견되었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원양업계를 지원한다는 사실도 근거의 하나다. 원양업체가 노후 어선을 교체할 때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십억원을 저리로 융자해준다.

사조오양에 “성희롱 문제 해결 노력 필요”

인권위는 원양업계에도 “한국원양산업협회장은 ‘외국인 어선원 단체협약’ 체결시 외국인 선원의 권리 규정과 함께 선상 인권침해 발생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와 절차 등을 명시하라”고 의견표명했다.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한국 기준과 조업지 국가의 기준이 다를 경우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사조오양에 대해 “소속 선박에서 제기되는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침해, 성희롱 및 임금차별 주장과 관련해 이를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내·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승선 전 교육 및 관리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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