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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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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이 아니라 ‘전달자’

미국 뜻대로 따라다니다 “미 쇠고기 이상 없다” 결론 내린 광우병 합동조사단…
한-미 동맹, 통상 마찰 운운 국민 건강 외면
등록 2012-05-16 15:34 수정 2020-05-0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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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이 6년 만에 발생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점검하려고 파견됐던 광우병 합동조사단이 5월11일 귀국했다. 조사단 단장인 주이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방역부장은 이날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쇠고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가축방역협의회에도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결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나 수입을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뼛속 깊이’ 미국산 쇠고기를 신뢰

예상했던 그대로다. 지난 4월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지 닷새 만에 조사단이 구성되고, 구성원 9명 가운데 전·현직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 8명이나 되는 사실이 드러나 친정부 일색이라는 비판이 일었을 때부터 예견된 시나리오다.

사실 조사단은 독자적인 조사 권한이 없었다. 2008년 4월 미국과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을 보면, 미국의 도축장을 한국 정부가 자체 검사할 권한이 없고 미국 정부가 허락한 범위에서만 조사하도록 돼 있다. 11박12일간 미국에서 머물렀지만 조사단은 다음날 묵을 숙소조차 미리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 쪽에서 정해주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였다. 미국 쪽이 거부해 광우병이 걸린 소를 키웠던 농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농장주도 미국 농무부 관계자의 ‘검열’을 받으며 서면으로 면담했을 뿐이다. ‘조사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미국 쪽의 설명을 듣고, 이를 국내에 알리는 ‘전달자’ 역할만 수행한 것이다.

국민의 허탈감과 달리, 조사단은 미국의 대변인 노릇에 별 불만이 없었을지 모른다. 이미 ‘뼛속 깊이’ 미국산 쇠고기를 신뢰하고 있는 이들이니까 말이다. 조사단 단장인 주이석 동물방역부장이 누구인가. 그는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협상할 때 한국 협상단 실무 담당자로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합의한 인물이다. 2008년 6월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 <pd>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의뢰한 농식품부를 대표해 검찰과 법원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언론중재위원회와 형사재판에서 주이석 단장과 대면한 당시 <pd> CP인 조능희 PD는 “(주이석 조사단 단장은) 정운천·민동석 전 장·차관과 함께 <pd> 형사처벌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인물”이라며 “진술을 들으며 저 사람이 미국 농무부 대변인인지, 우리나라 공무원인지 헷갈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9년 10월7일 <pd>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주이석 단장의 진술을 직접 들어보자.
검사: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인간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판단하나.
주이석: 0%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검사: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다우너 소’ 광우병 고위험군은 상식”
주이석: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은 3건인데 그중 1건은 캐나다에서 생산돼 들어온 경우이고, 미국에서 발생한 것은 2건으로 1998년 이전에 출생한 소였다.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쇠고기로 오염돼야 하는데 미국은 도축 시스템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돼 있으며 SRM(특정위험물질) 제거를 통해 광우병 소들이 도축될 가능성이 없고, 또한 오염됐다 하더라도 종간 장벽이나 사람들이 섭취했을 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검사: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동영상 속의 주저앉는(다우너) 소는 광우병에 걸렸거나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소인가.
주이석: 다우너 소들은 광우병과는 상관없는 대사장애나 다른 것에 의해 이미 1차 검사를 받은 소들이기 때문에 이것과 광우병을 연결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광우병의 주 증상은 다우너가 아니고 신경 증상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주이석 단장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주저앉은 증상을 보였다는 점, 미국이 1997년 이후 시행하는 사료 금지 조처에 대해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광우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 점, 다우너 소 동영상이 공개된 뒤 미국 사상 최대 규모로 쇠고기 리콜 조처가 취해졌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을 전면 금지했다는 점을 들어 <pd>이 다우너 소들을 ‘광우병 의심 소’라고 보도한 것을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능희 PD는 “주이석 증인은 다우너 소는 광우병 고위험군이라는 전세계 과학계의 상식을 부정하고, 미국의 광우병 조사 비율이 전체 도축 소(3400만 마리)의 0.1%(4만 마리)밖에 되지 않는 점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6년 만에 다시 발견된 이번 광우병 소가 역시 다우너 증상을 보였고, 10년7개월령으로 사료 금지 조처가 시행된 1997년 이후에 출생했으며, 0.1% 광우병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주이석 단장의 주장은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변인 역할에는 2008년 쇠고기 추가 협상을 이끌며 광우병이 발생하면 일단 수입 중단 조처를 한다고 발표했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빠지지 않는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최근 팟캐스트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상대국이 있는 건데, 우리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될까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구제역 한 마리가 생겼는데 전체 한국 돼지고기, 쇠고기 일체 안 받겠다 그러면 그건 우리가 좀 곤란하다, 그러겠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실제로, 한국산 쇠고기·돼지고기의 수출 승인 절차를 진행하던 중에 한국에서 구제역이 2010년 초에 발생하자 관련 절차를 중단해버렸다. 유럽연합(EU)도 성장호르몬을 사용한 미국산 쇠고기가 암 등 질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이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했지만, EU는 여전히 수입 금지 조처를 유지한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제대로 된 정부라면 통상 마찰보다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 거짓 홍보
최근 농식품부 누리집에 올랐다가 삭제된 대국민 홍보용 동영상에서도 정부의 안일함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식품부는 지난 2월 누리집에 ‘BSE(일명 광우병) 바로 알기’라는 특별 페이지를 제작해 미국 광우병에 대한 11가지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푼 ‘광우병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동영상을 방영했다. 이 5분54초짜리 동영상에서 박용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장은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미만의 소로 특정위험물질, 즉 SRM을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8년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정을 보면, 30개월 미만의 갈비와 척주(등뼈) 일부분이 포함된 티본 스테이크, 그리고 내장 및 분쇄육도 수입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정부 통계를 보더라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산 쇠족(215만4646kg), 소 위(133만2348kg), 쇠꼬리(44만848kg), 소 심장(707kg), 소 창자(89만8690kg) 등이 수입됐다.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농식품부는 “고의가 아니었다”며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미국의 대변인만 넘쳐나고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은 찾기 어려우니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을 수밖에.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pd></pd></pd></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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