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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파이’ 나눈 MB맨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 뜯어보면 고비마다 장석효·원세훈·백용호 등 MB 측근 무더기 등장…
일언반구 말이 없는 MB
등록 2012-05-11 17:01 수정 2020-05-03 04:26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주)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이들 말고도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을 뜯어보면 고비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2005년 도계위, 곽승준·신재민·이종찬 참석

1984년부터 화물터미널이던 파이시티 터는 도시계획법상 유통업무설비(화물자동차정류장)였다. 여기에 백화점·마트 같은 대규모 점포를 지으려면 도시계획법상 세부시설 변경을 해야 했다. 파이시티 세부시설 변경은 화물자동차 정류장에서 화물터미널, 대규모 점포, 창고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는 2005년 1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파이시티에 백화점 등을 지을 수 있게 세부시설 변경을 허용해준 행정 근거로 ‘서울시 도시물류기본계획’을 들었다. 당시 도시계획위 회의에서 화물터미널 면적(3만9800㎡)의 4배가 넘는 대규모 점포를 허용한 파이시티 사업계획안에 대해 ‘배(화물터미널)보다 배꼽(대규모 점포)이 더 크다’는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MB의 서울시는 ‘도시물류기본계획대로 해야 한다’며 세부시설 변경을 허용해줬다.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한겨레> 김태형 기자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한겨레> 김태형 기자

당시 세부시설 변경의 열쇠를 쥐고 있던 도시계획위원장은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던 장석효 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장석효씨는 이명박 서울시장 때 청계천 공사를 지휘했고,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4대강 사업에도 관여하는 등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중 한 명이다. 2005년 도시계획위원회에는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 대통령 측근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도시물류기본계획 보고서를 보면, 양재동 화물터미널에 대해 “양재동 화물터미널의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업시설 허용을 검토하도록 하라”고 돼 있다. 파이시티 세부시설 변경을 허용해준 도시계획위가 열리기 9개월 전인 2005년 3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도시물류기본계획 최종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명박 시장은 2005년 9월 이 물류기본계획을 결재했다. 물류기본계획을 짤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백용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이었다. 백용호 특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을 지낸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서울시에서 도시물류기본계획을 작성·수립한 책임자는 2005년 당시 원세훈 서울시 행정1부시장(현 국가정보원장)이었다. 원세훈 당시 1부시장은 물류기본계획의 담당 부서인 서울시 교통국을 관할하고 있었다.

백용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백용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좋아하는 부패 요리 놓고 뷔페 벌여”

물류기본계획은 파이시티처럼 대규모 점포를 허용하는 복합 개발 요청이 있을 경우 개발 기준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6년 ‘화물터미널 재정비 연구’ 용역을 한양대에 발주했고, 이 연구용역에 원제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원 교수는 이 연구용역에서 양재동 화물터미널의 상업시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고, 이 보고서는 파이시티 사업 추진 주장을 보강하는 논거가 됐다. 원 교수는 이명박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회 위원과 이명박 시장 임기 때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교통분과 위원장 등을 맡았다.

파이시티 의혹을 두고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부패 요리를 놓고 뷔페를 벌인 것”(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이란 비아냥이 나와도, 이명박 대통령은 파이시티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권혁철 기자 한겨레 사회2부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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