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구속 안 돼) 약간 당황스러웠어요.”
청소년인권운동가 공현(24·본명 유윤종)씨의 담담한 말이 오히려 당황스럽다. 4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강을환 판사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한 공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사의 1년6개월 구형대로였다. 법원은 “국민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해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적 법익보다 양심의 자유가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 공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그는 7일 안에 자기 발로 검찰에 나가 구속 수감돼야 한다. 공현씨는 자신이 법정 구속이 될 줄 알았다고 했다. “들어갈 줄 알고 짐도 꾸리고 신변을 정리했거든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는데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월요일에 자진 출두해 구속
항소는 안 하기로 했다. “어차피 항소해봐야 결과가 뻔하고, 법원만 왔다갔다 할 테니까요.” 예상대로 그는 담담했다. 마냥 행복해도 좋을 나이에, 며칠의 자유가 지나면 감옥으로 가야 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뭐 어쩌겠어요. 생각을 해보면 걱정되고 불안한데,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웃음 너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재판부는 “병역에 상응할 만한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개인의 생각이고, 재판은 개인의 신념이 아닌 법관 일반의 양심과 신념으로 하는 것”이라며 유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공현씨는 “재판부가 국방의 의무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이 꼭 군사훈련이나 입영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인이 되어 집총을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고등학생 때부터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입시제도 폐지 등의 운동에 참여한 그는, 2006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에 열심히 매달렸다( 862호 사람과 사회 ‘성숙한 청년, 꼰대들을 타이르다’ 참조). 지난해 10월에는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 체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고 학교를 자퇴했다. “서울대 졸업생으로 누릴 수 있는 학벌의 혜택을 포기하고 대학을 거부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군사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방편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는 쉬운 길을 두고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고집하는 걸까. “제가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서죠. 안 그러면 불편할 것 같더라고요. 별 뜻 없어요.” 그는 가족·여자친구와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4월30일)에 검찰에 갈 생각이다. 그는 “법정에서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셔서 마음이 아팠다”며 “수감기간 동안 청소년 정치운동사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각한 대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구속을 걱정하는 기자에게 도리어 자신이 쓰고 있는 칼럼 ‘노 땡큐’가 걱정이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군대에 다녀온 기자는 할 말이 없었다. 이 기사가 독자의 손에 닿을 즈음, 그는 감옥에 수감돼 있을 터. 한국 사회에서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은 왜 이리도 어려운가. 자유인으로 살려고 고통과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그를 기어이 가두고야 마는 사회에서, 오늘도 사람들은 별일 없이 살고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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