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본격 수사 없이 내린 무혐의?

검찰, SPC그룹 회장 부인에게 40억원 지원해 배임 혐의 받은 재무담당 임원 무혐의 결정… 가족기업도 배임죄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와 배치
등록 2012-03-22 14:13 수정 2020-05-03 04:26

제과·제빵 전문기업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재무담당 임원 황아무개(51) 전무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가 해당 임원에 대해 지난 2월16일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 관련자인 SPC그룹 허영인(63) 회장의 부인 이아무개(58)씨는 황아무개 전무로부터 받은 돈 40억원을 모두 본사에 반환했다고 SPC그룹은 밝혔다.

SPC그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허영인 회장의 부인이 계약서 없이 그냥 받은 돈 수십억원을 돌려받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 파리바게트 지점. <한겨레21> 정용일

SPC그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허영인 회장의 부인이 계약서 없이 그냥 받은 돈 수십억원을 돌려받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 파리바게트 지점. <한겨레21> 정용일

회장 부인 “논란 소지 없애려 40억 반환”

검찰 관계자는 당시 SPC그룹 회장 부인 쪽이 회사로부터 받은 투자비를 전액 변상했고, SPC가 사실상 1인회사인 점을 들어 무혐의 결정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여러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를 계열사로 거느린 기업이다.

경찰청은 허 회장의 부인 이아무개씨가 소유한 파리크라상 반포점과 이촌점이 파리크라상으로부터 투자비 명목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모두 40억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사건을 지난해 말 검찰에 송치했다. 부인 이아무개씨가 파리크라상의 주주이자 사내이사면서도 자신 명의로 지점을 계속 소유하고 회사로부터 부당한 지원금을 받았고, 그 결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당시 SPC그룹은 “투자비 명목으로 (돈을) 집행했다”고 밝혔지만, 투자비를 회수하는 별다른 계약조건은 없었다. 당시 SPC그룹은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파리크라상’ 상호를 부인 이아무개씨가 처음 만들었고, SPC그룹이 이를 인수해 투자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허 회장의 부인 이아무개씨는 애초 해명과 달리 올해 초 SPC그룹에 돈을 반환했다. 백승천 홍보담당 상무는 “(부인 이아무개씨가) 받은 돈을 올해 초 본사에 반환했다”며 “SPC그룹 법인은 (부인 이아무개씨의) 상표권 사용료에 대한 대가를 다시 이씨에게 지불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감정평가를 맡겼고 정식 계약서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돈을 반환한 이유에 대해 백승천 상무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논란의 소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SPC 계열사들은 허 회장 부부와 가족이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한 가족기업이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삼립식품만 상장회사이며 파리크라상·비알코리아 등은 모두 비상장 주식회사다. ‘자기가 자기에게 손해를 입힐 수 없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검찰의 설명과 달리, 대법원은 오너가 지분을 전부 소유한 1인회사의 경우에도 법률상 회사를 별개의 법인격으로 판단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가족기업에서도 당연히 배임죄가 성립한다. 회사의 지원금이 SPC의 해명처럼 모두 인테리어와 인건비로 사용됐는지도 밝혀진 바 없다. 그룹 오너의 부인이 다른 가맹점, 직영점주와 달리 수십억원의 특혜를 받은 점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석요구서도 보내지 않은 검찰

검찰은 허 회장의 부인 이아무개씨에게 출석요구서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지난 2월 초 에 “관련자에게 출석을 요구한 적이 없고, 아직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열흘 만에 무혐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