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가 되면 뭐가 좋지?
지난 2월 결성된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이하 내만복)도 이게 고민이었나 보다. 사람들에게 복지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복지 체험 프로그램’이다. 누구든 자신의 처지, 이를테면 가구원 수, 소득수준, 주거 형태 등을 입력하면 현재 자신이 누리는 복지 혜택과 미래 복지국가에서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혜택을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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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가구, 36만원 내고 2천만원 받아
기자도 당장 입력해보았다. 식구라고는 2명뿐인 살림살이에 관한 정보를 입력했다. 연봉은 소박하고, 집은 전세다. 지난해 의료비 지출은 100만원 미만이고,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납부액은 없었다. 현재의 복지 혜택은 단출했다. 매월 6만원 정도 받는 의료 혜택이 전부였다. 한 해로는 약 75만원의 혜택이다. 그다음, 보편적 복지가 실현된 뒤 기자가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혜택을 살펴봤다. 전세 살림 때문일까. 주거비 지원이 달마다 10만원씩 보태졌다. 연간 195만원이었다. 물론 늘어난 복지 혜택이 무료는 아니었다. 애플리케이션은 기자가 달마다 6만2584원을 더 내야 한다고 풀이했다. 신설되는 사회복지세(1만1463원), 국민건강보험료(3만1298원), 고용보험료(1만9786원)였다. 수지타산은? 해마다 약 75만원을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더 내면, 지금보다 120만원 이상의 사회복지 혜택을 보게 된다. 나쁘지 않다.
그 돈은 누가 내느냐고? 내만복에서 제시하는 재원 마련 방안은 이렇다. 일단 토목·국방 지출을 20조원 감축하고,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액 5조원을 회수한다. 또 사회복지세 신설(20조원), 국민건강보험료 인상(11조원), 고용보험료 인상(4조원)으로 세수를 채운다. 이렇게 세출은 줄이고, 세수는 늘려서 필요 재원인 60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만복에서 사례로 제시한 한 가정을 보자. 인천 부평동에 사는 한 가정에는 부부와 2살·5살·12살의 자녀가 산다. 연소득은 2500만원이다. 전셋집에서 살고, 병원비는 200만원을 넘었다. 엄마는 일을 쉬고 있다. 이 가정이 받고 있는 복지급여는 2살과 5살 자녀의 보육료 각각 29만·20만원에 건강보험 급여 25만원으로 월 74만원이고, 해마다 888만원이다. 그렇지만 미래의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두 아이 보육료(40만·28만원), 아동수당(20만원), 건강보험 급여(33만원), 주거비 지원(10만원), 엄마 실업급여(50만원), 무상급식(3만원)을 받게 된다. 해마다 받는 혜택은 2천만원이 넘는다. 반면 이 가족이 내야 하는 세금 및 사회보험료는 연간 36만원 정도다.
내만복이나 누리집에서 이용물론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공식은 하나의 설정일 뿐이다. 세제와 복지 혜택의 내용에 따라 개인들이 부담하고 혜택받는 액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오건호 ‘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누진적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복지국가의 정체를 가벼운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은 이라면 몇 번 ‘클릭질’ 해봄직하다. 내만복(www.bokjialgi.org)이나 (h21.hani.co.kr) 누리집에서 경험할 수 있다. 내만복은 조만간 여러 버전의 ‘복지 체험’ 앱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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