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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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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을 위한 정치는 없다

새누리당의 ‘참여정부 원죄론’, 민주당의 ‘정권심판론’ 사이에서 해법을 잃어버린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록 2012-03-15 16:26 수정 2020-05-03 04:26
»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왼쪽 셋째) 등이 3월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을 막아선 경찰들을 상대로 구럼비 바위 폭파 강행과 출입 저지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왼쪽 셋째) 등이 3월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을 막아선 경찰들을 상대로 구럼비 바위 폭파 강행과 출입 저지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며 구럼비 바위 폭파를 강행해,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도 첨예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지 건설을 결정한 주체가 참여정부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참여정부 원죄론’을 내세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취지로 예산을 삭감했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공세를 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해군기지 문제도 ‘참여정부발 총선 쟁점’으로 떠오를 기세다.

박근혜 위원장도 말 바꿨다

얼핏 보기엔, 야당이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명숙 민주당 대표다. 한 대표는 지난 3월7일 저녁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여러분과 손잡고 강정마을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무총리 때인 2007년 2월 “해양대군을 육성하고, 남방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역시 해군기지 건설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지금 와서 왜 그걸 반대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말 바꾸기 문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해군기지)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다. 지속적으로 건설을 추진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인 2007년 6월1일 제주도를 방문해선 “일부에서는 해군기지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 의견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제주도민의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서 건설 강행으로 발언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새누리당이 지적하는 말 바꾸기가 해군기지 건설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 공세라는 점이다.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제주 지역 여야 의원들이 모두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반대하는만큼, 정부와 집권당은 의견 수렴과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강우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8월9일치 인터뷰에서 “어떤 정부라도 역사가 흐른 뒤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 반성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방안은 없는 야권연대 합의

민주당은 총선에서 이겨 해군기지 사업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벼른다. 통합진보당과 논의 중인 ‘4·11 총선 국민 승리를 위한 범야권 공동정책 합의문’에도 △군항 공사 즉각 중단과 전면 재검토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 실시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대안은 없다. 해군기지 문제에 접근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정권심판론’이라는 정략적 차원을 넘어 근본적 전환 쪽으로 나아갈지도 불분명하다. 비극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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