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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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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해고+로비의 달인=파업 유발자

‘무한 해고’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로비의 달인’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 등
언론계 친MB ‘빅4’ 사장님들…문화방송·한국방송·YTN·<연합뉴스> 노조가 ‘사장 퇴임’ 요구 파업 중이거나 고민하는 이유
등록 2012-03-08 17:56 수정 2020-05-03 04:26

마치 들불 같다.
문화방송, 한국방송, YTN, …. 공정보도 문제로 파업을 하고 있거나 파업 논의가 진행되는 언론사들이다. 정권과 언론계 노동자들 사이에 ‘3월 대전’이 임박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모두 정권과 밀착한 경영진이 기자와 PD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 화근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배후의 청와대이고, 그다음 문제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뉴스를 ‘요리’한 사장님들이다. 여기 화제의 사장님들을 소개한다. 말하자면, 언론계 친MB ‘빅4’다.

» 이들 덕분에 지난 4년 동안 한국 언론은 청와대와 더 가까워졌다. 왼쪽부터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왼쪽부터) 한겨레 김태형·박종식·이종근·한겨레 자료 사진

» 이들 덕분에 지난 4년 동안 한국 언론은 청와대와 더 가까워졌다. 왼쪽부터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왼쪽부터) 한겨레 김태형·박종식·이종근·한겨레 자료 사진

강자에겐 까이고 약자는 해고하는 김재철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언론사 사장들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문화방송 파업이 진행되는 4주째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서 노동조합에서 급기야 ‘사람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이 진행된 이후 근무시간에 인천 송도의 고급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실 그는 ‘기행’으로 이름이 높다. 지난해 시사지 4월호에 실린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에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김 이사장은 그의 문화방송 사장 임명을 두고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가 첫 번째 (사장 선임) 기준이었다”며 김 사장의 역할을 “(문화방송) 좌파 청소부”라고 규정했다. 당시 문화방송의 내부 인사에 대해서도 “큰집(청와대)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때리고 해서 인사안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문화방송 노조는 당시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며 39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경영진은 이근행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41명을 징계하는 강경 대응을 했다.

청와대에 가서 맞고 다니면서도 딱히 부끄럽지 않았나 보다. 김 사장은 이후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해 8월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김 이사장을 고소하면 “본인도 죽고 회사도 다 죽는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법적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 〈PD수첩〉 ‘4대강’ 편의 방송을 보류하고, ‘MB 무릎 기도’ 아이템의 방송을 막았다. 최근 한 달을 넘어선 문화방송 파업에 대해서도 ‘청소부’의 본분에 충실했다. 그는 2월29일 박성호 문화방송 기자회장을 해고 조처하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은 정직 3개월에 처했다.

변신의 귀재·로비의 달인, 김인규

김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오랜 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울산 문화방송 사장이던 2007년 9월 그의 모친상에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일부러 일정을 조정해서 조문을 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파업의 유일한 요구 조건으로 ‘김 사장의 퇴진’을 제시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화려하게 사고를 치고 다닌다면,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은 권력을 따라 조용하게 ‘작업’하는 유형이다. 2010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폭로한 김 사장의 행적을 들어보자.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인 2006년 11월, 김 사장은 당시 현직이던 양 비서관을 찾아 “(한국방송) 노조를 장악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나밖에 없다. 나를 밀어달라”며 사장을 시켜달라고 로비를 했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도 2011년 1월 와의 인터뷰에서 “김인규 사장이 올 자리가 아닌데도 불쑥 찾아와 인사를 했다”고 김 사장의 로비 사실을 증언했다. 보도가 나간 직후, 한국방송의 막내인 35기 기자 10명은 연명으로 낸 성명에서 “KBS 사장이 되기 위해 ‘충성 맹세’까지 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김 사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가 바뀐 2007년, 그는 ‘MB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방송전략실장 구실을 했다. 한국방송 새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의 변신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그는 10년차 기자 시절이던 1982년 3월 을 직접 제작하며 “헌정사에서 이룩하지 못한 일들을 국민의 여망과 화합 속에 이룩한 획기적인 한 해였다”고 보도했다.

권력과의 곡예 끝에 그는 마침내 2009년 11월 한국방송에 사장으로 ‘착륙’했다. 그는 등을 손보는 등 방송 옥죄기에 나섰다. 그렇지만 ‘노조를 장악해서 문제가 없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방송 새 노조는 지난 2월23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재적 1064명 중 963명(투표율 90.5%)이 참여해 88.6%의 찬성률로 3월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방송 기자들은 또 3월2일부터 무기한 전면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새 노조의 요구사항 역시 김인규 사장의 퇴진이다.

‘낙하산의 낙하산’ 배석규 YTN 사장

이명박 정권 들어 언론계의 첫 낙하산은 YTN 위에 내려앉았다.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내정됐다. 노조는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벌였다. 새 사장은 노종면 기자 등 6명을 해고하고 총 33명을 징계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구 전 사장의 후임으로 배석규 사장이 2009년 10월 취임했다. YTN 노조는 배 사장을 전임 사장이 내려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낙하산의 낙하산’이다. 배 사장은 구 전 사장의 경남고등학교 후배다. 연으로 이어진 끈은 질겼다. 배 사장은 공정 보도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보도국장 선임 방식을 임명제로 바꾸고, 공정방송위원회를 사실상 폐지했다. 또한 2009년 서울중앙지법의 해고자 전원 복직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를 항소해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그의 처신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은 배 사장이 평일 근무 시간에 광고대행사 대표한테서 골프 접대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조는 오래 참지는 못했다. 지난 3월1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벌인 투표에서 317명이 참여해 208명 찬성(찬성률 65.6%)으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의 박정찬 사장도 논란을 낳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그가 최근 연임 의사를 밝히자 노조는 지난 2월27~29일 이에 반대하는 연가 투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2월29일 박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노조 역시 파업 돌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언론자유 11등급 떨어뜨린 MB 정권

이 대통령의 2007년 대통령 공약집을 보면, 언론 분야 공약으로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내걸었다. 내용을 보면 “노무현 정권의 지나친 언론 간섭과 통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추락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언론인 인권감시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es)가 세계 179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정권기(2003~2007년)에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40위였고,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39위였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4년 동안 언론자유지수는 평균 51위였다. 2011년에는 44위였다. 평균만 비교하면 이 정권 들어 11등급이나 아래로 떨어졌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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