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면 정직 정도 받을 거라 생각했죠.” 단단한 인상의 사내는 표정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신춘수씨는 부패를 알린 죄로 직장에서 해고됐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전이라고 외면 당해
지난 5월8일 KTX 부산발 서울행 열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놀란 승객들이 대피했다. 승객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사고 현장을 찍어 언론사에 제공했다. 한국철도공사 노조 고양차량지부장 신춘수씨는 조합원에게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사진에 ‘견인전동기’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철도공사의 해명과 달리 사고 차량의 부품은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철도노조는 이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했다. 철도공사 경영진의 안전불감증을 알리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의무라고 판단했다.
14년 전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 철도청 경영진은 ‘효율화’를 앞세워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다. 노동조합이 심각한 안전 문제를 발견했다. 새마을열차 하자 보수에 문제가 있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조합원 5명이 이를 문제제기했다. 언론도 보도했다. 문제제기는 정당했지만 내부고발자는 피해를 입었다. 정종환 당시 철도청장은 내부고발자들에게 파면·감봉 등의 조처를 내렸다. 그는 훗날 이명박 행정부 아래서 국토해양부 장관 자리에 올라 4대강 죽이기 사업의 선봉에 섰다.
신춘수씨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언론 보도 뒤 철도공사는 사진 유출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섰다. 업무상 비밀과 정보 유출을 금지하는 사규를 위반했다는 명분이다. 철도공사 감사실이 나섰다. 철도공사는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면서도 철도공사는 개선책을 발표했다. 이중 잣대였다. 5월12일 내구연한이 지난 KTX의 노후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에 자료를 제공한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다른 조합원에게는 정직 결정을 내렸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부정부패를 없애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한 권익위원회도 이들을 외면했다. 지난 9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 중이다. 과거의 부패방지법과 달리, 국가기관은 물론 사기업과 관련된 일도 환경 등 국민 일반의 공익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공익신고자’를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익위원회는 철도노조의 민원에 대해 8월17일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전”이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그리고 8월23일 신춘수씨는 해고당했다. 전 경찰청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던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이 해고 명령에 서명했다.
신춘수씨가 지난 12월2일 아름다운재단의 공익시상에서 8번째 공익제보자 부문 수여자로 선정돼 ‘빛과소금상’을 받았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과 관련해 언론사 취재에 협조했다고 징계하는 것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문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 군납 비리를 내부고발했던 김영수 전 해군소령(권익위원회 조사관)도 자리에 함께해 신춘수씨의 수상을 축하했다. 일반시민 부문 ‘민들레홀씨상’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벌인 강정균 강정마을 회장이 받았다.
권익위원회가 밝힐 제소 결과는?
신춘수씨의 수상은 싸움의 시작이다. 그는 여전히 해고 상태다. 신씨는 권익위원회에 해고가 부당하다고 다시 제소해 조사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만일의 결과에 대비해 민사소송도 준비 중입니다.” 단단한 인상의 사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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