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한강 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의 보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지역 활동가 3명과, 이 시위를 지지한 환경운동연합을 상대로 시공사에 1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일주일 뒤 한나라당에선 이런 논평이 나왔다. “불법·폭력 시위를 조장하고 잘못된 집회 행태를 부추기는 일부 단체들에게 제동이 걸렸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폭력 시위 단체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경찰청 기준 불법·폭력 시위 1%도 안돼
경찰청의 ‘불법·폭력 시위’ 기준은 △화염병 투척 △투석 △쇠파이프·각목 사용 △도로 점거 △건물 점거다. 이 잣대로 보면, 보 점거 농성은 불법·폭력 시위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을 적용한 불법·폭력 시위가 정말 ‘만연한’ 수준일까? 경찰청이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답은 ‘절대 아니오’다.
2009년 벌어진 집회 1만4384건 가운데 경찰청 기준의 불법·폭력 시위는 45건(0.31%)이었다. 2010년엔 전체 집회 8811건 가운데 33건(0.37%), 2011년 7월 현재 전체 집회 4101건 가운데 24건(0.59%)이 불법·폭력 시위에 해당됐다. 상식적으로 ‘폭력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점거농성을 제외하면, 문제 삼을 만한 시위의 수는 더더욱 줄어든다. 실질적인 불법·폭력 시위는 2009년 13건(0.09%), 2010년 4건(0.05%), 2011년 7월 현재 3건(0.07%)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집회의 99% 이상이 비폭력·평화 시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평화 시위가 ‘정착’됐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니 경찰의 ‘시위진압 장비’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시위진압 장비란 물대포, 물보급차, 방송조명차(다목적차량), 충약차량(최루액 보관차량), 차벽트럭 등을 뜻한다. 역시 경찰청이 조승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현재 경찰이 보유한 물대포와 물보급차는 각 18대, 방송조명차는 6대, 충약차량은 13대, 차벽트럭은 14대다. 이 가운데 물대포·물보급차는 2010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방송조명차는 15일 동안 22대, 충약차량은 20일 동안 20대, 차벽트럭은 8일 동안 11대만 사용됐다. 그나마도 서울 이외의 지역에선 ‘그냥 세워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2011년 7월 현재 이 수치가 늘긴 했지만, 증가폭은 미미하다.
지방경찰청에 진압 장비 세트 구비
문제는 경찰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불필요한 시위진압 장비를 늘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2014년까지 각 지방경찰청에 각각의 시위진압 장비를 무조건 1대 이상씩 배치하겠다며 물대포·물보급차 각각 4대, 방송조명차 34대, 충약차량 9대, 차벽트럭 30대를 추가 구입할 계획이다. 물대포는 1대당 2억2천만원, 물보급차는 9천만원, 방송조명차는 1억8천만원, 충약차량은 9500만원, 차벽트럭은 1억1천만원이다. 추가 구입에만 115억원 넘는 예산이 든다. 현재 보유한 장비의 가격까지 포함하면, 경찰이 시위진압 장비를 사는 데 들이는 돈은 200억원에 가까워진다.
조승수 의원은 “평화 시위가 정착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용하지도 않는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자 명백한 예산 낭비”라며 “주먹구구식 시위진압 장비 추가 구입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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