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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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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업체 사장님 0원 이윤의 비밀

계약금과 다른 임금, 건너뛴 휴일수당 등 파견근로자 갈취하는 청소용역회사… 지자체가 나서 임금·고용 보장해야
등록 2011-08-18 11:47 수정 2020-05-03 04:26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고용하되 근로계약 기간만 2년으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비정규직으로의 진입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법제화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 비정규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인영)와 당 부설 민주정책연구원은 7월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비정규직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두 가지 방향으로 정규직 확대와 차별 시정을 제시했다. …이인영 비정규직특위 위원장은 ‘2015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현재 50%에서 30% 이하로 줄이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대비 현재 절반 이하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만 편익 얻는 이중 위탁

청소 서비스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용역업체가 많다. 경희대 청소노동자가 학교 건물을 청소하고 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수년간 같은 곳에서 같은 청소노동을 한다. 다만 1~2년 단위로 소속 용역업체만 바뀐다. 주류 경제학은 이를 '시장의 유연화'라고 부른다. 한겨레21 윤운식

청소 서비스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용역업체가 많다. 경희대 청소노동자가 학교 건물을 청소하고 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수년간 같은 곳에서 같은 청소노동을 한다. 다만 1~2년 단위로 소속 용역업체만 바뀐다. 주류 경제학은 이를 '시장의 유연화'라고 부른다. 한겨레21 윤운식

1면에 이 기사가 실린 지난 7월6일 새벽에도 이민희(63·가명)씨는 새벽 4시부터 빗자루를 들었다. 서울시 마포구청 청사가 그의 일터다. 빗자루와 왁스로 매일 청사를 쓸고 닦는다. 올해로 4년째다. 한나라당 소속 신영섭 전 구청장과 민주당 소속의 박홍섭 구청장도 모두 이씨가 쓸고 닦은 청사를 오르내렸다. 구청장의 소속 정당은 지난해 6월2일 이후 바뀌었지만 이씨의 노동에는 달라진 게 없다. 이씨가 일하는 곳은 마포구청이지만, 법률적으로 소속된 직장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ㄷ산업이라는 사실도 바뀌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은 게 더 있다. 그는 3년 전 용역업체에서 만들어준 유니폼을 아직 입고 일한다. 그는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4년째 하고 있지만 호봉은 오르지 않는다. 그는 1년마다 재계약하는 계약직 청소노동자다.

달라진 것도 있다. 이민희씨는 4년째 같은 청사에서 같은 청소노동일을 하지만 소속기업과 사장은 올해까지 세 번째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엔 ㄴ업체 소속이었다. 재작년엔 ㅇ회사 노동자였다. 마포구청은 청소 용역업체를 공개 입찰한다. 용역업체가 1년 청소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 총액을 인터넷으로 적어낸다. 저가가 유리하다. 이씨 등 구청사 청소노동자 17명은 올해 3월 입찰이 완료돼 계약이 이뤄진 뒤에야 처음으로 사장을 만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09년 보도자료에서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도 유연한 한국 자본주의의 바다를 유영한다. 매년 사장이 바뀌는 탓에 사장님 이름이 쉬 외워지지 않는다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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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은 건물 청소를 마포구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고, 공단은 다시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에 위탁한다. 재위탁 또는 이중 위탁이다. 마포구청은 청소노동자를 직접 뽑거나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익을 얻는다. 용역업체는 노동자를 관리하는 대가로 이익을 얻는다.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용역계약에서 업체의 이윤은 10% 이내로 규정된다. 고전경제학에 따르면, 모두가 이익을 얻는 자유시장에 해당한다.

지난해 마포구청에서는 자본주의를 거스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민희씨가 2010년 몸담은 ㄴ업체가 시설관리공단과 쓴 용역계약서에서 이윤란과 일반관리비란은 비어 있었다. 이윤이 ‘0원’이란 말이다. 공식 계약서대로면, ㄴ업체는 2010년 한 해 마포구청과 청소노동자를 위해 자선사업을 펼친 셈이다. 지난 6월 마포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진보신당 소속의 오진아 구의원이 밝혀냈다. 오 의원은 “이런 비상식적 계약을 보면, 용역업체가 다른 방식으로 이윤을 챙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청소노동자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이 계약서대로 지급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서울 마포구청 청사를 청소한 용역업체가 시설관리공단에 제출한 계약서에 적힌 이윤은 '0원'이었다. 청소용역업체는 1년 동안 마포구청을 위해 자선사업을 펼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비상식적인 계약서는 업체가 부당하게 노동자의 임금을 가로채는 현실을 방증한다.

2010년 서울 마포구청 청사를 청소한 용역업체가 시설관리공단에 제출한 계약서에 적힌 이윤은 '0원'이었다. 청소용역업체는 1년 동안 마포구청을 위해 자선사업을 펼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비상식적인 계약서는 업체가 부당하게 노동자의 임금을 가로채는 현실을 방증한다.

실제 급여와 내역서, 7만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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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이 감사에 나섰다. “공단 업무 담당자는 청소용역 민간업체가 청소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정하고, 휴일근무수당 및 퇴직금 등은 근로기준에 따라 지급하되 그 외 상여금·교통비 등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작지만 이윤을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함. 2010년 청소용역 낙찰업체가 용역 수행으로 실제 이윤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으나, 공공기관 계약으로 ‘자금 흐름 원활’ ‘용역 이행 실적 향상’ 등의 실질적 이익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 마포구청 감사보고서의 결론이다. 마포구청은 “인건비 등 비용과 이윤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 발주기관이 제한할 대상이 아니다. 이윤뿐 아니라 손해도 업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시장이란 주장이다.

변화가 생겼다. 2011년 마포구청으로부터 청소용역을 따낸 ㄷ업체는 입찰 때 이윤을 3.8%로 적어냈다. 여성 청소노동자 1명당 회사가 가져가는 이윤이 매달 약 2만3770원이라고 ㄷ업체는 밝혔다. 그러나 오 의원이 입수한 월급 내역 자료를 보면, 용역업체의 공식 이윤과 실제 이윤의 차이가 컸다. 업체가 계약서에 밝힌 여성 청소노동자 1명의 한 달 급여(기본급+연차수당+휴일수당)는 99만9075원이었다. 실제 이씨의 통장에 찍힌 급여 총액은 92만원이었다. 7만9075원 차이다. 기본급 내역에서만 7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휴일수당, 연차수당 등도 모두 계약서와 조금씩 달랐다. 오 의원의 자료를 보면, 마포구청사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서울 지역 25개 구청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였다. ㄷ업체는 “휴일수당, 시간 외 수당 등은 모두 적법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주의자들의 시각에 따르면, 자유로운 노동자 이민희씨는 노동의 자유시장에서 자유로운 고용자와 만나 자유롭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자유롭게 작성된 근로계약서상 이씨의 취업 장소는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종합청사다. 그러나 이씨는 길 건너편 마포구청사의 계단을 쓸고 닦는다. 필수 조항인 근무일 (및 휴일) 조건도 없었다. 반장인 박호철(66·가명)씨는 지지난해 ㅇ회사를 상대로 줄기차게 투쟁했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청사 왁스칠 근무수당을 못 받았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회사는 뒤늦게 밀린 수당을 줬다. 그는 물류회사에서 오래 일했다. 노무 관리 경험도 풍부했다.

이들이 해마다 새로운 용역업체 사장과 만날 때 노심초사하는 데는 휴가 문제도 작용한다. 기본급이 주어지는 ‘휴가 2일’을 얻어내려고 반장 박호철씨는 거듭 관리자를 만나고 통화해야 했다. 파견근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도입 명분이었다. 마포구청의 청소노동 시장은 이미 유연해져 있다. 그러나 이민희씨가 느끼는 자본주의는 유연하지만 비인간적이었다. “업체마다 달라요. 복날이 되면 어떤 용역업체는 하다못해 집에 가서 끓여먹으라고 냉동닭이라도 한 마리씩 주는 데가 있는데, 또 다른 업체는 그런 거 하나 없어요. 어떤 업체는 겨울 근무복을 나눠줬는데 상의는 겨울옷인데 하의는 아주 얇은 여름옷이었어요. 입지를 못했어요.” 복날 냉동닭 한 마리 있고 없음은 고전적인 수요·공급 법칙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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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한 자루 들고 돈 가져가는 사람”

‘계약서와 다른 임금’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민주노총 민주연합 노조 쪽은 이러한 일이 안양시 11개 청소용역업체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미화원 1인당 평균적으로 D업체는 연간 3673만7천원, S기업은 3827만원, N개발은 4052만6천원, A위생은 4857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미화원들은 이렇게 많은 액수의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차라리 실제 임금과 원가 계산 차액을 환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 6월 보도) “민간 청소용역업체들이 기초자치단체가 산정한 임금을 온전히 주지 않아 청소노동자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부산 남구의회가 민간 청소용역업체들이 계약서에 명시된 임금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2010년 12월 보도) 무수한 보도가 있었다. 지침도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2007년 ‘회계통첩’을 통해 “예정가격 산정시 적용한 노임단가에 낙찰률을 곱한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불이행시 계약의 해지·해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존속하고 반복된다. 서울의 청소노동자인 김원배(66·가명)씨는 “용역업체는 볼펜 한 자루 들고 돈 가져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감이 격렬했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대안이 계속 거론된다. 같은 민주당 소속 구청장 사이에서도 해법이 다르다. 노원구청(구청장 김성환)이 그렇다. 노원구시설관리공단은 올해 초 청소·시설관리 용역업무 상당수를 공단 직영으로 전환했다. 노원구는 이렇게 하면 용역업체가 중간에서 취할 이익을 청소노동자에게 줄 수 있어 임금은 올리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원구 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원구민체육센터 청소용역사업에 소요된 용역료는 1억5162만원이었다. 월평균 1인 인건비는 95만6천원이었다. 노원구는 공단 직영으로 바꾸면 인건비가 125만원으로 오르지만 운영예산은 1억3524만원으로 줄 것으로 예측했다. 대신 구청이 직접 청소노동자를 면접하고 채용하며 노무관리한다. 마포구의회 오진아 의원도 다른 구청처럼 공단 직영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노원구 등의 사례를 보면, 공단 직영으로 전환해도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 마포구청은 “검토 중이지만 예산 문제 등이 있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구청사 청소를 재위탁하는 곳은 마포구청뿐이다. 재위탁해오던 성북구청은 지난 4월 청소와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도시관리공단의 위탁용역 직원 43명을 공단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7개 구청은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10곳은 구청이 직접 용역을 발주해 위탁한다. 공단 직영은 5곳이다.

지자체 비정규직 보호 조례 제정 필요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는 계약서대로 임금을 지급할 것과 용역업체가 바뀔 때 구청이 고용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것을 해법으로 꼽았다. 부산처럼, 지자체가 ‘용역업체가 계약서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민주연합노조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들고 있지만, 6·2 지방선거가 1년 지난 지금까지 성과는 성남시, 노원구, 광주 광산구 사례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호남 지자체도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파견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주는?
스펙트럼 다양하지만 대부분 영세 업체

이민희씨는 1년마다 직장을 옮긴다. ㅇ회사에서 ㄴ업체로, ㄷ회사로 이직했다. 넓은 자유시장의 바다에서 그는 자유롭게 움직인다. 사실 움직이는 것은 서류상의 이민희씨다. 이씨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청소노동을 4년째 하고 있다. 넓고 자유로운 한국 자본주의 바다에서 용역업체 사장도 자유인이다. 그들도 떠돈다. 같은 노동자들이 4~5년째 마포구청사를 청소하는 사이에 사장만 왔다가 떠나갔다. 물론 빈손으로 떠나지 않는다. ‘노무관리’ 등의 명목으로 이윤을 가져간다. 공개 입찰에 응모하는 노력,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수고로움에 대한 합리적 대가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구청사 청소용역은 같은 업체가 2년 연속 맡을 수 없다. ㄷ산업은 “저희도 할 수만 있으면 직원을 끌고 가면(고용을 유지하면) 좋은데 여건상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가 “마포구청과의 청소용역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엔 무엇을 할것이냐”고 묻자, ㄷ산업은 “다른 공기관 입찰 등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로 공공기관의 청소용역 입찰 정보를 확인한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이민희’가 ㄷ산업에 적을 둘 것이다.
청소용역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청소용역업자는 “청소용역 쪽은 (회사 규모) 편차가 심하다. 대기업 출신이 만든 용역업체는 출신 기업의 일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다. 급이 다르다. 반면 1인 청소도 있다.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청소업종이 진입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5년 ‘건물 및 기타 사업장 청소업’에 속한 업체는 모두 2035곳이며 청소노동자 5만6217명이 이 분야에 종사한다. 1조3650억원 규모의 시장이다. 통계를 보면, 이 업체들이 1년에 내는 영업이익은 모두 합해 1196억원 정도다. 사업은 다시 나뉜다. 공장 청소 등을 제외한 일반 청소 서비스는 ‘건축물 일반 청소업’으로 분류된다. 1181개 업체에 4만4813명이 종사한다. 용역업체당 37.9명이다. 9999억원 매출 규모다. 모두 6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 1개 업체당 1년에 587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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