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피죤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재구매를 망설이던 참이었는데, 회장이 직원들을 노예 취급하는 회사에서 물건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모르겠네요.”(한 소비자)
“친척이 전화를 걸어와 향이 약해지고 품질이 더 나빠진 것 같다고 해서, 속이 뜨끔했습니다.”(피죤의 한 간부)
1978년 창사 이래 30여 년간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1위를 고수하며 독보적 위상을 지켜온 피죤. 하지만 50%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은 올해 들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악화된 배경에는 제품 질 저하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도대체 피죤 제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년새, 향 함량 1/4로 줄어“(피죤의 핵심 원료인 향과 관련해) 기존의 지보단(스위스 향료업체) 제품은 너무 비싸서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톈진(피죤의 중국법인)에서도 이미 (가격이 비싼) 지보단과 IFF(미국 향료업체) 제품은 탈락시키고, 심라이즈(독일 향료업체)와 다카사코(일본 향료업체)의 (저가) 제품으로 바꾸었다.”
지난 6월27일 서울 역삼동 피죤 본사에서 열린 조회에서 이윤재 회장이 수많은 임직원들 앞에서 직접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제품 원료의 품질 테스트를 맡는 피죤중앙연구소가 자신의 저가 향 교체 지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연구소가 (가격이 싼) 향이 (피죤에) 안 맞는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내가 (연구소에) 근무해봤고, 회사를 설립했고, 사장을 해봐서 (연구소 직원보다) 더 잘 안다.”
이 입수한 피죤 내부 문서인 ‘피죤 레귤러 향 리뉴얼에 따른 업무협조전’을 보면, 피죤은 이미 지난 3월부터 향 원료을 기존의 고가품에서 저가품으로 대거 교체했다. 피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인 ‘피죤 레귤러’의 한 종류인 ‘핑크로즈’의 경우 기존에는 kg당 가격이 15.2달러인 지보단 제품과 1273엔 하는 다카사코 제품을 섞어서 사용했는데, 3월부터는 kg당 가격이 9.4달러로 39%(당시 환율 적용)나 싼 다카사코 제품으로 전량 교체했다. ‘옐로우미모사’와 ‘블루비앙카’의 경우도 향 원료를 각각 45%와 27% 싼 저가품으로 교체했다. 피죤 레귤러 전체에서 향 원료가 37%나 싼 저가품으로 바뀐 것이다. 향료업계의 한 임원은 “피죤이 지난해부터 지보단에 향 가격을 40% 이상 내려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결국 지보단이 응하지 않자 올해 1월부터 거래를 전격 중단하고 다른 저가품으로 대체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저가 향으로의 교체에 그치지 않고 향과 또 다른 핵심 원료인 계면활성제 함량까지 줄이도록 지시했다. 이 입수한 피죤의 ‘제품 구조혁신 세부진행 내역’을 보면, 피죤 레귤러에 들어가는 4종류의 계면활성제 함량이 지난 1월 초부터 많게는 76%, 적게는 37.5%씩 줄었다(사진). ‘고농축 피죤’의 경우에도 2종류의 계면활성제 함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향과 용매류의 함량은 58~40% 축소됐다. 피죤이 핵심 원료의 함량을 줄인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었다. 피죤 충북 진천공장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2010년 8월께도 이 회장의 지시로 극비리에 향의 함량을 절반 정도로 줄였다”고 털어놨다. 결국 피죤 제품에 들어가는 향의 함량은 지난 1년 새 무려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제조원가 줄이기로 연 40여억원 남겨
향과 계면활성제는 섬유유연제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들이다. 향료업계의 한 임원은 “피죤이 지난 30년간 국내외 대기업들의 공세 속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품질이 우수한 고급 향을 사용하며 고가 전략을 펴온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들어 피죤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한 것은 품질 저하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섬유유연제 생산업체의 한 팀장은 “계면활성제는 섬유를 부드럽게 만들고 옷감 손상과 정전기 방지 기능을 한다”며 “함량을 대폭 줄이면 이런 기능이 떨어지고, 향의 기능 발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피죤의 한 간부는 “이 회장은 섬유유연제뿐만 아니라 회사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액체세제 ‘액츠’에 대해서도 계면활성제를 저가품으로 바꾸고 함량을 줄였다”며 “이로 인해 기름때가 이전보다 잘 안 빠지는 등 품질이 크게 나빠졌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이 핵심 원료를 저가품으로 교체하고 함량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한 것은 생산성 향상 없이도 제조원가를 줄여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죤의 또 다른 내부 문서를 보면 피죤 레귤러의 향을 저가품으로 바꿔 제조 비용이 월평균 1억5천만원이나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돼 있다. 피죤이 지난 2월 2억1천만원의 영업적자를 보다가, 3월에 2억6400만원 흑자로 전환한 데도 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피죤의 한 간부는 “향을 저가품으로 교체함으로써 피죤 레귤러’에서만 연간 20억원에 가까운 이익 증대 효과가 발생하고, 계면활성제와 향의 함량을 줄인 효과는 그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핵심 원료의 저가품 교체와 함량 줄이기를 통해 늘어나는 연간 수익이 40억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이는 피죤의 지난해 순이익(15억원)의 3배 규모다.
피죤 안팎에서는 “2008년 이후 시작된 매출과 이익의 감소세가 2010년 들어 더욱 심각해지자 이윤재 회장이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무리수를 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간부는 “피죤의 품질이 한 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며 “회사를 사랑한다면 회장의 잘못된 지시에 대해 안 된다고 직언해야 하는데, 그래봐야 회사에서 잘리니까 모두들 그냥 몇 달 조용히 있다가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아무 소리 안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의 한 임원은 “세계 자동차업계 1위를 구가하던 도요타도 품질 이상으로 하루아침에 최대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느냐”며 “이윤재 회장이 단기이익에 눈이 멀어 스스로 품질을 떨어뜨린 것은 회사의 미래를 포기한 무모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제품 원료로 무엇을, 얼마나 쓸지는 회사의 고유한 경영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윤재 회장은 뒤로는 핵심 원료의 함량을 줄이고 저가품으로 대체하고도,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품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대형마트에서 제품 1개를 사면 1개를 덤으로 주는 판촉행사(1+1 행사)를 하라고 압박하는데, 밑지고 팔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중단을 시키고, 차라리 제품의 질로 승부하자고 결단을 내렸다.” 이 회장이 지난 7월 한 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강조한 말이다.
진천공장 리모델링 허위 계약더욱이 이 회장은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려 원가비용을 낮추고도 지난 2월부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내세워 15~20%씩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그는 지난 6월과 7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면활성제의) 주원료인 팜오일의 가격이 엄청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피죤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팜오일 가격은 올초 국제 시세가 1년 전에 비해 27% 상승했다. 전체 제조원가에서 향과 계면활성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인 점을 고려하면, 팜오일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은 한 자릿수 이내에 그친다. 피죤의 한 전직 임원은 “이 회장은 원가 상승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 인상을 했고, 핵심 원료의 저가품 대체와 함량 축소까지 병행했다”며 “이 회장이 말끝마다 직원들에게 도덕성을 강조하는데, 자신은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 고려대 석좌교수는 얼마 전 언론 기고문에서 “이윤재 회장이 창업 이후 30여 년간 업계 정상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온 비결은 고객제일주의 경영으로 피죤 선호도를 높여줬기 때문”이라고 칭송했다.
이윤재 회장의 소비자 기만 행위가 가능한 데는 제도적 허점도 한몫했다. 섬유유연제의 경우 용기 뒷면에 핵심 성분의 이름만 적고 구체적인 함량 표시는 하지 않아도 판매가 허용돼왔다. 생산업체가 함량을 줄여도 소비자로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피죤의 최대 판매처인 이마트의 한 간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섬유유연제도 용기 뒷면에 주요 원료의 함량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으나,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이미 생산된 제품들에 한 해 그대로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며 “피죤이 원료 함량을 줄였는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2010년 현재 중국시장의 점유율이 1% 미만이지만, 2014년까지 5%로 높일 것이다. 그러면 중국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이 가능해진다.” 이윤재 회장이 지난해 6월 중국 현지 법인의 신공장 완공을 계기로 언론과 인터뷰하며 강조한 말이다. 이 회장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현재 연간 2.5만t인 신공장의 생산능력을 향후 3단계 추가 증설을 통해 2012년까지 10만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피죤에서 중국에서의 사업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강조돼왔다. 하지만 실상은 비리와 부실 덩어리라는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이 확보한 2009년 5월6일자 피죤의 기안서와 도급계약서를 보면 진천공장 등의 노후시설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ㅈ건설업체와 23억6500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돼 있다(사진). 이 서류들에는 이 회장의 자필서명과 함께 날인이 찍혀 있다. 피죤은 이후 2010년 6월25일까지 5차례에 걸쳐 공사대금을 건설업체에 모두 지급했다. 하지만 피죤 임직원들은 실제 공사는 전혀 없었다고 증언한다. 당시 진천공장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건물이 낡아 비가 새고, 페인트가 떨어지고, 녹이 슬어 보수가 절실한 상태였지만 리모델링 공사를 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공사가 없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지난 5월 진천공장의 리모델링 공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피죤은 지난 2월 새로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한 건설업체와 12억원의 진천공장 리모델링 공사 계약을 맺었다. 한 전직 임원은 “2009~2010년에 걸쳐 진천공장 등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가 실제 있었다면 1년도 안 돼 다시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보수공사를 했겠느냐”며 “2009~2010년의 공사는 허위 계약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장 기계설비 부풀려 비자금 조성”허위 계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확보한 2010년 1월27일자 피죤의 기안서와 도급계약서를 보면, 서울 역삼동 본사의 인테리어 공사를 ㅅ건설업체와 2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돼 있다(사진). 이 기안서에도 이 회장의 서명이 있다. 피죤은 계약 직후 공사금액을 건설업체에 모두 송금했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이 공사도 실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그 증거는 역시 지난 4~5월에 실시된 본사 리모델링 공사다. 한 전직 임원은 “지난 2월 새 사장의 취임 이후 3억원을 들여 본사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며 “지난해 본사 공사는 ‘유령 계약’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2009년 이후 두 차례의 유령 공사 대금인 25억6500만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 수수께끼의 열쇠는 피죤의 중국법인이다. 이 입수한 피죤의 ‘중국톈진공장 건축공사 계약서’를 보면 ㅈ건설업체와 23억6천만원에 중국공장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돼 있다(사진). 계약 날짜는 적혀 있지 않지만 2010년 상반기로 추정된다. 이윤재 회장의 날인이 있는 이 계약서는 공사비와 건설업체가 2009년 진천공장 등의 유령 공사 내역과 정확히 일치한다. 피죤은 또 2010년 2월 ㅅ건설업체와도 톈진공장 부대시설 공사를 위한 2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 역시 2010년 2월 본사 유령 공사 계약과 건설업체, 공사금액이 딱 들어맞는다. 중국공장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한국에서 유령 공사 계약을 맺어 공사대금을 빼돌린 뒤, 중국 공사를 위한 이면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횡령과 탈세 행위”라고 말했다. 피죤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국내 유령 계약으로 빼돌려진 25억6500만원이 모두 중국 공사에 쓰였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중국법인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당시 상당 금액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빼돌려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피죤 전·현직 임직원들은 중국 톈진공장과 관련한 부실공사, 공사비 횡령, 비자금 조성 의혹을 더 근본적으로 제기한다. 중국에 근무했던 한 전직 간부는 “톈진공장은 2008년 130여억원을 들여 신축공사를 했는데, 실제로는 30억원 정도밖에 투입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비자금으로 조성된 의혹이 있다”며 한국에서의 유령 계약으로 빼돌린 돈으로 중국 공사를 벌인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2008년 중국 공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2년밖에 안 된 새 공장에 수십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윤재 회장이 중국 톈진공장에 기계설비를 들여올 때 실제보다 금액을 과다하게 책정한 뒤 차액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톈진공장의 자산 명세표를 보면 섬유유연제 용기 제조용 설비 2대의 장부 가격이 16억6천만원인데, 한국 진천공장에 설치된 똑같은 기계의 가격은 6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차액 10억원 정도가 중간에서 빼돌려졌다”고 말했다. 이 입수한 중국 공장의 자산명세표를 보면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의 원료저장탱크 3개의 원가가 25억원인데, 이 탱크의 국내 가격은 개당 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5억원 정도가 뒤로 빼돌려졌으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피죤의 한 전직 임원은 “국내 공장과 중국 공장의 설비는 동일한 사양에 제작사도 같은데, 가격이 몇 배씩 차이가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회장이 이런 수법으로 빼돌린 돈이 40억~5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피죤 중국법인 주변에서는 이 회장 일가가 빼돌린 비자금으로 중국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는 소문이 무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인간경시경영’ 등 구태 여전이윤재 회장은 2015년 피죤 전 계열사의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제시했다. 피죤의 지난해 매출이 1400억원에 불과하고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하락세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사업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사업이 관건이다. 중국법인은 피죤의 지분이 68%고, 나머지 32%는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중국으로 돈을 빼돌리는 것과 관련해 결국은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피죤의 전 임원은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성장하는 섬유유연제 시장의 특성상, 국내시장은 점차 어려워지는 반면 중국시장은 지금부터 시작일 정도로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도 올해 초 국내 경영실적이 극도로 악화하자 임직원들 앞에서 “다 정리해서 중국으로 가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 공장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이 회장이 중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임원은 “피죤 중국법인은 지난해 106억원의 매출액에 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경영 부실이 심하다”며 “중국 사업이 피죤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기는커녕 자칫 피죤이 중국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매출채권과 대여금 등 170여억원마저 떼일 위험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은 피죤의 품질 저하와 중국법인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고 이 회장의 딸인 이주연 부회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윤재 회장 일가는 임직원들에게 강제해고를 일삼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인간경시경영’과 회삿돈 횡령, 비자금 조성, 탈세 의혹이 폭로된 뒤에도 구태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한 간부는 “이 회장이 비리 관련 증거 인멸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이 회장은 증거 자료가 제시된 횡령 혐의에 대해 아래 임원들의 짓으로 돌리고, 본인이 서명한 서류에 대해서도 임원들이 조작했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며 “아랫직원들에게 임원들이 횡령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회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회장이 갑자기 직원들에게 여름휴가비 명목으로 1인당 40만~50만원을 지급했다”며 “피죤을 다닌 이래 처음 있는 일인데, 회사 비리를 덮으려는 회유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여전히 강제해고 압력을 넣고 있다. 한 전직 임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A·B 팀장과, 이 회장의 향 교체 지시와 관련해 눈밖에 난 연구소 직원 3~4명이 강제해고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2일에는 서울 만리동 한겨레신문사 앞으로 임직원들을 보내 자신의 비리를 보도한 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부당해고 취소소송을 낸 전직 임원 자택 앞에서도 시위를 벌이게 했다.
임직원, 청와대·국세청에 이 회장 비리 진정하지만 피죤 사태의 파장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9일에는 문화방송 <pd>에서 이윤재 회장의 ‘인간경시경영’을 보도했고, 또 다른 방송에서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다. 또 피죤의 임직원이 최근 청와대와 국세청에 이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리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데,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규모가 수백억원 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회장에게 부당해고를 당한 다른 임직원들도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다. 피죤의 최대 판매처인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달 사이 피죤 제품의 매출이 30% 이상 줄어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피죤의 한 간부는 “이 회장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고, 지금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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