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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도 화해도 복직도 거절한 YTN

서울고법, 1심 ‘해고 무효’ 뒤집고 ‘낙하산 사장’ 대하던 YTN 노조원에 패소 판결 내려
등록 2011-04-29 16:39 수정 2020-05-03 04:26

“2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결을 내놓았네요. 원고로서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뭔가요.”
질문은 이것 딱 하나였다. 지난 4월21일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우장균 YTN 기자는 그때부터 정확히 27분간,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재판부를 성토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따금 높아졌고, 때로는 분노에 젖어 떨리기도 했다.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그만큼 믿기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은 판결이었다.

YTN쪽, 투쟁의 정당성 받아들이지 못해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지난 4월15일 2008년 구본홍 당시 YTN 사장의 선임에 반대해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다 해고당한 노종면 기자(전 YTN 노조위원장) 등 20명의 노동조합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1심과 달리 노 기자 등 3명의 해고가 정당하다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함께 해고당한 우장균·정유신·권석재 기자 3명의 해고는 1심과 같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조합원 14명에 대해서는 정직 및 감봉 등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조승호 기자(왼쪽)와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가운데)이 4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들머리에서 회사 쪽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뒤 동료의 위로를 받고 있다. / 한겨레 이종근

조승호 기자(왼쪽)와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가운데)이 4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들머리에서 회사 쪽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뒤 동료의 위로를 받고 있다. / 한겨레 이종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YTN 직원이나 노조가 새로 선임되는 대표이사의 경력이 언론인으로서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 의견을 밝히고 주의를 촉구하거나 견제하는 행위는 허용된다”면서도 “의견표명·주의촉구·견제행위에 그치지 않고 구본홍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아 대표이사 선임 저지를 위해 이사회 등 절차를 방해하고, 구본홍 등 임원의 일상 업무를 방해한 것은 노조 고유의 목적 및 활동과 무관하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1심 때만 해도 달랐다. 2009년 11월 1심 재판부는 노 기자 등 6명 전원에 대해 ‘해고 무효’를 판결했다. 이들의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는 뚜렷했다. 구본홍 전 사장에 대한 이들의 반대 투쟁이 ‘공정 보도’와 YTN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지키려는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1심 판결로부터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 역시 3월18일까지만 해도 오히려 해직자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해직자 6명의 전원 복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화해권고결정문을 노사 양쪽에 보냈다. 해직자 쪽에는 복직하는 대신 2008년 이후 2년6개월간의 해직 기간에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포기하고, 회사 쪽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이들을 조건 없이 복직시키라는 내용이었다.

재판부의 화해 권고를 거부한 쪽은 회사였다. 해직자들이 투쟁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상황에서 화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 주장이었다. 회사 쪽의 화해 거부에는 결국 2심에서 지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대법원까지 가보겠다는 뜻이 담겼다.

‘공정 보도’가 설 곳은?

1심 결과, 그리고 복직을 전제로 한 화해 권고안의 취지까지 모두 뒤집은 2심 판결에 대해 6명 해직자 등 YTN 조합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우장균 기자는 “재판부의 화해안을 거부한 쪽은 분명 회사인데 이런 식으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할 것이었다면, 재판부가 화해안을 왜 제시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려던 행위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는 상실감도 크다. 조승호 기자는 “구본홍이라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방송의 공공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의견표명과 주의촉구 수준의 행위만 해야 한다고 지적한 2심 재판부는 ‘언론의 중립’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의 공공성은 재판부 말처럼 입으로만 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실천적 덕목”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한겨레 미디어팀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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