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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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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교회의 회개를 소망합니다”

서울 강남 소망교회 폭행사건의 전말…

부목사직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해 독단적인 교회 운영과 비리 의혹 제기로 번져
등록 2011-01-12 14:57 수정 2020-05-03 04:26

새 소망을 기도하는 새해 벽두,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들 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망교회에서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지난 1월2일 아침 8시45분께 1부 예배가 끝난 참이었다.
 
경찰, 목격자 진술도 안 듣고 결론

석 달 전 담임목사로부터 일방적인 부목사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교회를 상대로 소송 중이던 최아무개(53)씨가 1월1일자로 담당 교구를 빼앗긴 조아무개(61·여) 부목사와 함께 김지철(62) 담임목사의 집무실을 찾았다. “잠시 얘기 좀 하자”며 “왜 우리를 예배에서 배제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김 목사는 이들을 상대하지 않고 방을 나가려 했다. 최씨가 그를 가로막으며 문을 잠갔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김 목사 쪽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최씨와 조 부목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 목사는 왼쪽 눈 주변 광대뼈가 함몰돼 전치 4주의 진단을 받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최씨와 조 부목사도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통증을 호소해 결국 몇 시간 뒤 건국대병원에 입원했다. 최씨의 목에는 불긋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당시 김 목사의 방에 함께 있던 조아무개 권사다. 그는 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목사가 나가려고 하자 최씨가 일단 문을 잠그며 막아섰다. 그러자 김 목사가 ‘비키라’며 최씨의 넥타이 짧은 쪽 자락을 잡아당겼다. 넥타이가 쭉 늘어나면서 최씨는 숨막혀했고, 김 목사는 넥타이를 잡은 채 넘어졌다. 조 부목사가 두 사람 사이로 들어가 말리면서 뒤엉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들 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김지철 담임목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전 부목사 최아무개씨(왼쪽)와 불구속 입건된 조아무개 부목사.한겨레 박태우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들 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김지철 담임목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전 부목사 최아무개씨(왼쪽)와 불구속 입건된 조아무개 부목사.한겨레 박태우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을 부목사들의 일방 폭행으로 결론 내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월4일 오후 6시께 김 목사를 폭행한 혐의로 최씨의 사전구속영장만을 신청했다. 경찰이 입원 중인 김 목사를 찾아가 조사를 마친 직후였다. 또 최씨와 함께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조 부목사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최씨는 김 목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넘어진 김 목사의 복부를 발로 밟기도 했다”며 “김 목사의 상처는 넘어져서 난 게 아니라 주먹으로 맞아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때까지도 경찰은 유일한 목격자인 조 부목사의 진술조차 들어보지 않은 상태였다. 강남경찰서 곽정기 형사과장은 “피의자들이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음 예배를 준비 중인 담임목사를 문을 잠근 채 때리는 등 성직자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려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영장을 청구한 이틀 뒤에야 조 부목사를 경찰서로 불러 참고인 진술을 받았다. 결국 사전구속영장은 1월7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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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 한복판 대형 교회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도들은 “7년간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망교회는 2003년 설립자인 곽선희 목사가 물러나고 김지철 목사가 담임을 맡으면서 신도들 사이에 계파가 나뉘어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와 충돌해온 최씨는 지난해 부목사직에서 해임된 뒤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냈으며, 조 부목사도 지난 1월1일자로 교구 배정에서 제외돼 사실상 보직해임 상태에 있다.

최씨는 입원 중인 건국대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2003년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 목사가 이전 담임목사였던 곽선희 목사와 가까운 사람들을 모조리 내치고 있다”며 “이는 곽 목사 때부터 교회를 함께 일궈온 이들이 김 목사의 전횡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당회의 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김 목사는 전권을 쥐고 전횡을 휘둘렀다”며 “나 역시 2년 전부터 그만둘 것을 종용당하다 지난해 10월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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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공식 입장에 일부 신도들 반발

‘곽 목사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조 부목사 역시 “김 목사가 1월1일 원래 내가 맡고 있던 잠실교구를 갑자기 다른 이에게 줘버렸다”며 “처음에는 강북 전체가 내 교구였는데 잠원·일산으로 좁히더니 1년 만에 잠실로 바꿨고, 이제는 그마저도 빼앗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담임목사였다면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을 불러 목사들을 연행하도록 한 김 목사의 처신을 비판했다.

이들은 담임목사의 비리 의혹도 제기했다. 조 부목사는 “김 목사는 ‘상담 목사’ 자리를 자신의 부인에게 넘기기 위해 부인의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꾸며 목사 안수를 받도록 했다”며 “얼마 전에는 제2교육관을 짓겠다며 땅 구입을 독단적으로 결정해놓고 44억원짜리 땅을 70억원에 산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소망교회는 지난 1월4일 보도자료를 내 “최씨와 조 부목사 등이 집무실에서 예배를 준비하던 김 담임목사의 얼굴 등을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며 “당시 비서 등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보니 김 담임목사는 멱살과 넥타이가 잡힌 채 좌측 눈이 크게 부어오른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님과 국민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교회가 낸 공식 보도자료에 반대의 뜻을 가진 신도들이 하루 뒤 ‘소망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들’ 명의로 또 다른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김 목사 쪽에서 소망교회 전교인 일동을 사칭해 사실과 정반대의 내용을 공식 입장으로 표명해 유감”이라며 “김 목사의 증언만으로 두 부목사를 폭행범으로 몰아가는 경찰 수사 진행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사건은 결코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김 목사가 독단적으로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측근들과 엄청난 이익을 챙기면서 교회 전체에 크나큰 상처를 입혀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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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의 싸움 소식에 소망교회 교인들은 교회 누리집에 “정말 부끄럽고 화가 난다” “하나님께서 벌하실 것” “몰지각한 목자들” “이젠 회개해야 합니다” 등의 항의 글을 올리며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성을 촉구했다.

 

“큰돈 모이는 데 견제 세력 없어”

소망교회의 한 권사는 “소망교회 같은 대형 교회에는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큰 액수의 헌금이 모여든다”며 “이 돈을 담임목사가 어떻게 쓰는지 감독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니, 교회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한겨레 24시팀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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