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공간 남한사회의 성원들을 지배해온 철의 논리는 오직 하나, ‘반공이냐, 죽음이냐’였다. 반공외길 바깥의 그 어떤 선택도 불온한 것이었다. 이를 거부한 숱한 젊음들은 삼팔선을 넘거나 지리산 골짝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이 치열했던 사투의 결과로 남한사회는 이후 유례없는 굳건한 반공의 보루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반공투쟁의 선봉에 섰던 검사 출신의 오제도 변호사가 7월1일 새벽 서울중앙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살.
오 변호사는 평안남도 안주 출신의 월남민이다. 평안중학과 일본 와세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46년 판검사 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남로당 지도부인 김삼룡·이주하 사건 등 수많은 대공사건을 도맡아 수사하며 ‘반공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한국전쟁 직전 전향 좌익인사들을 한데 묶어 집단학살의 빌미를 줬던 보도연맹을 만든 것도 그였다. 80년대 중반까지 그의 활동상은 무수한 반공드라마와 영화의 인기소재였다.
한국전쟁 뒤에도 그의 반공역정은 그치지 않았다. 56년 진보당사건에선 당시 조봉암 진보당 당수의 사형선고를 이끌어내며, 반공검사로서의 명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승만 정권 때의 대표적 ‘정치재판’이자 ‘사법살인’의 사례라는 비판도 함께 받아왔다.
60년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신의주학생의거기념회장, 한국반공연맹 이사 등으로 줄곧 반공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유신과 5공 시절 국회의원으로 잠시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지만, 그의 반공이력은 변호사 활동에서 한층 도드라졌다. 97년 “한국통신 노조농성에 친북세력이 개입했다”는 발언으로 법정에 선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의 무료변론에 나서는가 하면, ‘안기부 북풍사건’ 때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98년엔 망명한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와 의형제를 맺어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박홍 전 총장에겐 결국 2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는 등 변호사로서의 그의 ‘반공투쟁’은 옛 검사 시절의 화려한 성공과는 이미 거리가 멀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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